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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동네 카페가 캠퍼스가 되는 날

  • 양동원 기자
  • 입력 2026.03.29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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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두의 캠퍼스'가 던지는 질문 — 배움은 어디서 일어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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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에는 문턱이 있다.


대학교 캠퍼스는 입학 시험을 통과해야 들어갈 수 있다. 문화센터는 특정 시간에 특정 장소로 이동해야 한다. 온라인 강의는 스마트 기기와 인터넷이 필요하다. 이 문턱들이 높지 않아 보여도, 누군가에게는 넘기 어려운 장벽이 된다.


의정부도시교육재단의 '모두의 캠퍼스'는 그 문턱을 낮추는 시도다. 동네 카페, 공방, 복합커뮤니티 시설. 이미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드나드는 공간을 학습의 장으로 만드는 것. 배움이 시민에게 다가가는 것이지, 시민이 배움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다.


◇ 캠퍼스의 재정의


캠퍼스(Campus)는 원래 '들판'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왔다.


대학이 생기면서 그 넓은 땅을 캠퍼스라고 불렀다. 시간이 지나면서 캠퍼스는 대학의 울타리 안을 의미하게 됐다. 배움의 공간이 특정 기관의 경계 안으로 좁아진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넓은 캠퍼스, 의정부'라는 비전은 그 좁아진 개념을 원래의 의미로 되돌리려는 시도다. 도시 전체가 캠퍼스다. 동네 카페도, 공방도, 복합커뮤니티 시설도 모두 배움의 공간이 될 수 있다.


40개 공간, 80개 강좌. 숫자가 말하는 것은 배움의 기회가 도시 곳곳에 분산되어 있다는 것이다. 한 곳에 집중된 배움이 아니라, 시민이 사는 곳 가까이에 배움이 있는 구조.


◇ 일상과 배움의 경계가 사라질 때


동네 카페에서 스피치 강좌를 듣는다.


이 장면이 낯설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우리가 배움을 특별한 공간에서 일어나는 특별한 행위로 인식해왔기 때문이다. 학교, 학원, 문화센터. 배움은 그런 곳에서 일어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


그러나 인간의 배움은 원래 일상 속에서 일어났다. 장인의 공방에서 도제가 기술을 배우고, 시장에서 상인이 거래를 배우고, 마을 어른에게서 아이가 삶의 지혜를 배웠다. 배움과 일상이 분리되지 않았던 시절의 방식이다.


'모두의 캠퍼스'는 그 방식을 현대적으로 복원한다. 커피를 마시러 가던 카페에서 색소폰을 배우고, 공방에서 라탄 공예를 배운다. 일상의 공간이 배움의 공간이 되고, 배움이 일상의 일부가 된다.


이 경계의 해소가 중요한 이유가 있다. 배움을 위해 특별히 시간을 내고 특별한 장소로 이동해야 한다는 부담이 사라질 때, 더 많은 사람이 배움에 참여할 수 있다.


◇ 40개 공간이 만드는 접근성


40개 캠퍼스가 의정부 곳곳에 분산되어 있다는 것은 접근성의 문제를 해결한다.


평생학습의 가장 큰 장벽 중 하나는 거리다. 배우고 싶어도 강좌가 열리는 곳이 멀면 포기하게 된다. 특히 이동이 불편한 어르신, 어린 자녀를 둔 부모, 대중교통 접근이 어려운 지역 주민들에게 거리는 실질적인 장벽이다.


40개 공간이 도시 전역에 분산되면 대부분의 시민이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학습 공간이 생긴다. 버스를 타고 문화센터까지 가지 않아도, 동네 카페에서 강좌를 들을 수 있다. 접근성이 높아질수록 참여율이 높아지고, 참여율이 높아질수록 평생학습의 효과가 커진다.


◇ 지역 공간과의 상생


'모두의 캠퍼스'가 영리한 이유는 또 있다.


동네 카페와 공방이 학습 공간으로 지정된다는 것은 그 공간들에게도 이익이다. 강좌가 열리면 수강생들이 그 공간을 방문한다. 카페라면 커피를 마시고, 공방이라면 작품을 구경한다. 학습 공간이 지역 상권과 연결되는 구조다.


행정이 별도의 시설을 짓지 않아도 된다. 이미 존재하는 지역 공간을 활용하니 예산 효율도 높다. 지역 공간은 새로운 방문객을 얻고, 시민은 가까운 곳에서 배움의 기회를 얻고, 행정은 효율적으로 평생학습 인프라를 확충한다. 세 주체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구조다.


◇ 필라테스에서 색소폰까지


80개 강좌의 구성도 흥미롭다.


필라테스, 라탄·글라스아트, 스피치, 색소폰. 실용적인 것과 예술적인 것, 몸을 쓰는 것과 머리를 쓰는 것이 함께한다. 특정 분야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시민들이 각자에게 맞는 강좌를 찾을 수 있도록 했다.


평생학습에서 다양성은 중요하다. 모든 시민이 같은 것을 배울 필요는 없다. 누군가는 건강을 위해 필라테스를 배우고, 누군가는 오랫동안 꿈꿔온 악기를 배우고, 누군가는 직장에서 필요한 스피치 능력을 키운다. 각자의 필요와 관심에 맞는 배움이 가능할 때 평생학습은 의무가 아닌 즐거움이 된다.


◇ 평생학습 생태계라는 목표


의정부도시교육재단이 지향하는 것은 단순한 강좌 운영이 아니다. 평생학습 생태계의 구축이다.


생태계라는 단어가 중요하다. 생태계는 다양한 요소들이 서로 연결되어 스스로 유지되는 시스템이다. 행정이 모든 것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다양한 공간과 강사와 시민이 연결되어 배움의 순환이 만들어지는 것.


40개 캠퍼스가 씨앗이다. 그 씨앗이 자라 더 많은 공간이 학습 공간으로 참여하고, 더 많은 시민이 배움에 참여하고, 그 경험이 다시 지역 공동체를 풍요롭게 하는 순환. 그것이 평생학습 생태계다.


◇ 배움의 민주화


결국 '모두의 캠퍼스'가 추구하는 것은 배움의 민주화다.


배움은 특정 나이, 특정 계층, 특정 장소의 전유물이 아니다. 누구나, 언제나, 어디서나 배울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모두의 캠퍼스'라는 이름에 담긴 의미다.


모두의. 특정인의 캠퍼스가 아니라 모두의 캠퍼스. 입학 시험도 없고, 졸업도 없고, 나이 제한도 없는 캠퍼스. 동네 카페에서 색소폰을 배우는 어르신, 공방에서 라탄 공예를 배우는 주부, 스피치 강좌를 듣는 직장인. 이들이 모두 같은 캠퍼스의 학생이다.


배움은 특별한 곳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커피 향이 나는 카페에서, 나무 냄새가 나는 공방에서, 이웃과 함께하는 일상 속에서 일어난다. 동네 카페가 캠퍼스가 되는 날, 도시 전체가 학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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