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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두런두런, 그 이름이 품은 것

  • 양상현 기자
  • 입력 2026.03.30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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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천 일동에 새 문화공간이 열린다는 것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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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좋다.


두런두런. 소곤소곤도 아니고, 왁자지껄도 아니다. 여럿이 모여 나직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 세대가 다르고 사는 방식이 달라도, 같은 공간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온도. 그 이름 하나에 이 공간이 무엇을 꿈꾸는지가 담겨 있다.


4월 1일, 포천시 일동면에 '두런두런 일동'이 문을 연다. 소흘읍에 이어 두번 째다.


◇ 일동이라는 땅


일동면은 포천의 북쪽, 운악산 자락에 자리한 곳이다.


서울에서 멀고, 도심의 편의와도 거리가 있다. 그러나 그 거리가 이 땅의 결핍만을 말하지는 않는다. 산이 있고, 계곡이 있고, 오래 살아온 사람들이 있다. 다만 그 사람들이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눌 공간이 부족했다. 문화를 즐기려면 읍내로, 포천 시내로, 때로는 서울까지 나가야 했다.


두런두런 일동은 그 거리를 줄이는 공간이다. 멀리 나가지 않아도 공연을 보고, 체험을 하고, 이웃과 만날 수 있는 곳. 일상 가까이에 문화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변화인지는, 그것이 없었던 시간을 살아온 사람들이 가장 잘 안다.


◇ 청소년의 목소리로 여는 공간


개관식 무대에 지역 청소년들이 선다.


청소년오케스트라가 현악 3중주를 연주하고, 영북중학교 1학년 차유림 학생이 노래를 부른다. 지역 학원에서 보컬을 배우는 열다섯 살 학생이 새 문화공간의 첫 무대를 여는 것이다.


이것이 단순한 행사 순서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의미는 가볍지 않다. 어른들이 만든 공간을 청소년이 열었다는 것. 이 공간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를 첫날부터 보여주는 것이다.


지역에서 꿈을 키우는 청소년이 지역 무대에 선다. 그 무대를 지역 주민들이 함께 본다. 이것이 문화공간이 해야 할 일의 본질이다. 서울에서 유명 아티스트를 불러오는 것이 아니라, 이 땅에서 자라는 재능을 발견하고 무대를 만들어주는 것.


두런두런 일동의 첫날이 그렇게 시작된다.


◇ 세대이음이라는 과제


이 공간의 공식 이름은 '세대이음 교육문화복합공간'이다.


세대이음. 쉽게 말하면 어르신과 청소년이 같은 공간에서 만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세대는 다른 언어를 쓰고, 다른 것을 좋아하고, 다른 시간에 움직인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서로를 지나치는 경우가 더 많다.


두런두런이라는 이름이 다시 떠오른다. 나직하게,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 그것이 세대이음의 방법이다. 거창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서로를 알아가는 것.


버블쇼를 보며 웃는 아이 옆에 어르신이 앉아 있고, 캘리그라피를 배우는 청소년 옆에서 어른이 함께 붓을 잡는다. AI포토부스 앞에서 할머니와 손녀가 나란히 사진을 찍는다. 이런 장면들이 쌓일 때 세대이음은 구호가 아니라 일상이 된다.


◇ 문화공간이 지역에 하는 일


문화공간은 단순히 공연을 보고 체험을 하는 곳이 아니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모이면 이야기가 생기고, 이야기가 쌓이면 공동체가 된다. 도시에서는 카페와 광장이 그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일동 같은 곳에서는 그런 공간이 드물다. 두런두런 일동이 그 빈자리를 채울 수 있다면, 이 공간은 건물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지역에 문화공간이 생긴다는 것은 그 지역이 살아있다는 신호다. 사람들이 모이고, 청소년이 꿈을 키우고, 어르신이 일상을 나누는 공간. 그것이 있는 곳과 없는 곳의 차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커진다.


포천 일동이 그 차이를 만들기 시작하는 날이 4월 1일이다.


◇ 두런두런, 계속되기를


개관식은 시작이다.


화려한 첫날이 지나고 나서도 사람들이 계속 찾아오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특별한 행사가 없는 평범한 화요일 오후에도 누군가 들러서 시간을 보내는 곳. 그것이 진짜 문화공간이다.


두런두런이라는 이름처럼, 이 공간이 오래도록 나직하고 따뜻한 이야기 소리로 가득하기를 바란다. 세대가 다른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그 이야기들이 쌓여 일동이라는 땅의 기억이 되기를.


4월 1일, 일동에서 두런두런이 시작된다.


이름이 좋은 공간은 오래간다. 두런두런. 그 이름이 품은 것들이 이 공간을 채워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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