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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개헌 논의, 참여냐 거부냐…국민의힘이 답해야 할 질문

  • 박동민 기자
  • 입력 2026.04.01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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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태의 질문, 국민의힘은 왜 개헌 테이블을 망설이나
  • 개헌 참여냐 거부냐…국민의힘 정체성이 걸린 선택
  • 반대할 수 없다면 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절차는 남는다

국민의힘_로고.jpg

김용태 의원이 당 지도부를 향해 개헌 논의 참여를 촉구하고 나섰다. 그의 발언은 단순한 당내 이견 표출을 넘어, 국민의힘이 지금 어떤 정당으로 남을 것인가를 묻는 문제와 맞닿아 있다. 이 사안을 어느 한쪽의 득실 계산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 의원 주장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반대할 내용이 없다면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는 논리다. 비상계엄 방지 조항이나 5·18 민주화운동 정신의 헌법 명시 같은 사안은 보수정당이 정면으로 거부하기 쉽지 않은 가치들이다. 그럼에도 논의 내용이 아니라 상대 정당에 대한 불신을 이유로 논의 자체를 외면한다면, 유권자 눈에는 책임 있는 정치라기보다 방어적 태도로 비칠 수 있다.


더구나 민주당이 헌법 정신을 훼손하고 있다고 판단한다면, 오히려 논의 테이블에 들어가 이를 견제하고 방향을 바로잡는 편이 더 정치적이다. 바깥에서 비판만 하는 것보다 안에서 수정하고 제동을 거는 편이 훨씬 실질적이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김 의원의 문제 제기는 분명 설득력을 가진다.


그러나 그렇다고 반대론을 단순한 몽니나 기회주의로만 치부할 수도 없다. 개헌은 정치 현안을 손보는 수준이 아니라 국가 질서의 틀을 다시 짜는 일이다. 따라서 무엇을 담느냐 못지않게 어떻게 논의하느냐가 중요하다. 내용이 상대적으로 덜 논쟁적이라고 해서 절차적 정당성까지 자동으로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충분한 사회적 숙의 없이 정치 일정에 맞춰 속도를 내는 개헌이라면, 그 자체로 경계받아 마땅하다.


정치적 맥락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 정치에서 개헌은 언제나 이상만으로 추진된 것이 아니었다. 때로는 권력 재편의 도구였고, 때로는 국면 전환의 카드였다. 그런 기억이 축적된 정치 현실에서 야당이 개헌 논의를 곧바로 순수한 제안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경계심 자체를 비겁함으로 몰아붙일 수만은 없다.


김 의원이 연임 문제를 두고 “정당 간 약속으로 차단하면 된다”고 한 대목도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지금 한국 정치에서 가장 약한 것이 바로 ‘약속의 구속력’이라는 냉소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제도는 불신을 전제로 설계하는 것이지, 선의를 전제로 설계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이 해법은 원론적으로는 가능해 보여도 현실 정치의 불신 구조를 너무 가볍게 본 측면이 있다.


결국 더 본질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국민의힘은 지금 무엇을 지키려 하는가. 개헌 논의 참여는 중도 확장과 책임 정치의 신호가 될 수 있다. 반대로 거부는 성급한 개헌에 대한 제동이자 정체성 수호의 메시지가 될 수도 있다. 문제는 어떤 선택을 하든 그것이 당의 철학과 일관된 설명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참여도 명분이 있어야 하고, 거부도 원칙이 있어야 한다.


정당은 중요한 갈림길에서 자기 얼굴을 드러낸다. 개헌 논의 역시 마찬가지다. 이번 선택은 단지 협상 전략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힘이 보수의 책임 정당으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반사적 거부의 정당으로 머물 것인지를 가르는 장면이 될 수 있다.


정치는 결국 선택의 기록이다. 그리고 그 기록은 오래 남는다. 국민의힘이 이번에 무엇을 택하든, 국민은 그 선택의 이유와 태도까지 함께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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