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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흙을 만지는 시간

  • 양동원 기자
  • 입력 2026.04.01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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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주시, 도심 속 ‘텃밭 교육’ 문 열었다…초보농부 16명 첫 삽
  • 작물 재배부터 수확까지 체험형 프로그램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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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감자를 손으로 자르고, 완두콩을 땅에 묻는다. 흙 냄새가 손끝에 배고, 무릎이 흙으로 얼룩진다. 양주시 회암동 주말농장에서 열린 '초보농부 힐링텃밭' 개강식 풍경이다. 16명의 교육생이 첫 삽을 들었다. 소박한 시작이다. 그러나 이 소박함 안에 도시가 잃어버린 무언가가 있다.


◇ 도시인은 언제부터 흙을 잊었을까.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위에서 살아가는 도시인에게 흙은 낯선 것이 됐다. 음식은 마트 진열대에서 오고, 계절은 스마트폰 날씨 앱으로 확인한다. 씨앗이 싹을 틔우는 데 며칠이 걸리는지, 감자를 심기 전에 왜 소독을 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이 점점 줄어든다.


그것이 단순한 지식의 문제라면 괜찮다. 그러나 흙과 멀어진다는 것은 기다림과도 멀어지는 일이다. 씨앗은 재촉한다고 빨리 자라지 않는다. 비가 와야 할 때 오고, 햇볕이 들어야 할 때 들어야 한다. 텃밭은 속도를 강요하는 도시에서 느림을 가르치는 몇 안 되는 공간이다.


◇ 힐링이라는 말의 무게.


프로그램 이름에 '힐링'이 들어간다. 요즘 힐링이라는 단어는 너무 흔해져서 가볍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텃밭 앞에서 이 단어는 제 무게를 되찾는다.


흙을 만지는 행위에는 치유의 속성이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원예치료'라고 부른다. 식물을 돌보는 과정이 불안을 낮추고 집중력을 높이며 성취감을 준다는 연구는 이미 오래됐다. 씨앗을 심고, 물을 주고, 싹이 나는 것을 확인하는 반복적인 과정이 사람의 마음을 안정시킨다.


도시농업공동체 '흙두레'와 함께하는 이번 교육이 단순한 재배 기술 전수에 그치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다. 함께 흙을 만지고, 함께 수확을 기다리는 과정이 공동체를 만든다. 텃밭은 작물만 키우는 곳이 아니다.


◇ 10회, 11월까지의 약속.


교육은 오는 11월 3일까지 총 10회에 걸쳐 운영된다. 계절별 작물 재배 실습, 친환경 텃밭 관리, 수확 체험으로 이어지는 구성이다. 봄에 심어 가을에 거두는 한 사이클을 온전히 경험하게 된다.


이것이 중요하다. 단발성 체험으로는 농업의 본질을 알 수 없다. 씨앗을 심는 설렘과 싹이 나는 기쁨, 여름 내 돌보는 수고와 가을 수확의 보람이 이어져야 비로소 하나의 경험이 완성된다. 10회라는 횟수는 그 완성을 위한 최소한의 약속이다.


우천 시에도 교육이 끊기지 않도록 옥정동 스마트그린포트를 활용해 이론 교육을 병행한다는 계획도 세심하다. 날씨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의지다. 참여자들이 중간에 이탈하지 않도록 연속성을 지키겠다는 배려이기도 하다.


◇ 도시농업이 도시에 묻는 것.


양주시농업기술센터가 이 프로그램을 주관한다는 사실도 의미심장하다. 농업기술센터는 본래 농업인을 위한 기관이다. 그 기관이 도시민을 위한 텃밭 교육을 운영한다는 것은 농업의 경계가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다.


도시농업은 식량 생산의 문제가 아니다. 도시인이 자연과 연결되는 방식의 문제다. 16명의 초보농부가 회암동 텃밭에서 씨감자를 심는 동안, 그들은 단순히 작물 재배를 배우는 것이 아니다. 기다리는 법을 배우고, 돌보는 법을 배우고, 계절을 읽는 법을 배운다.


11월, 수확의 계절이 오면 16명의 초보농부는 자신이 심은 것을 거둘 것이다. 그 무게가 얼마나 되든, 그것은 도시에서 보낸 가장 느리고 가장 충만한 시간의 결실일 것이다.


흙을 만지는 시간이 도시에 필요하다. 양주시의 텃밭 교육은 그 필요를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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