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주시, 산불 국가위기경보 '경계' 발령…비상대응체계 가동
- 24시간 상황관리·진화인력 65명 취약지역 집중 배치


봄은 아름답다. 그러나 봄은 위험하다. 겨우내 말라붙은 낙엽과 풀, 건조한 공기, 강한 바람. 산불이 가장 좋아하는 조건들이 봄에 모인다. 꽃이 피는 계절에 산이 타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올봄도 예외가 아니다.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가 '경계' 단계로 올라갔다. 양주시가 비상대응체계에 돌입했다. 65명의 진화인력이 취약지역에 배치됐고, 헬기와 진화차량이 출동 태세를 갖췄다. 24시간 상황관리가 시작됐다.
준비된 재난 대응은 조용하다. 불이 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그 조용함이 안전이다.
◇ 초기 3분이 결정한다.
산불은 초기 대응이 전부다. 작은 불씨가 강풍을 만나면 순식간에 수십 헥타르를 태운다. 헬기가 뜨고 진화대원이 투입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산불의 규모를 결정한다. 초기 3분, 초기 10분이라는 말이 산불 현장에서 나오는 이유다.
양주시가 산불 취약지역에 진화인력을 집중 배치한 것은 그 초기 대응 시간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산불재난대응단 35명과 산불감시원 30명이 현장 가까이 있다는 것은 불이 났을 때 가장 빨리 도달할 수 있다는 뜻이다. 거리가 시간이고, 시간이 피해 규모다.
담수량 910리터급 임차헬기 1대, 산불지휘차량 4대, 진화차량 8대. 장비의 숫자가 아니라 그 장비가 언제든 출동할 수 있는 상태로 유지된다는 것이 중요하다. 재난 대응에서 장비는 있는 것이 아니라 쓸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 불법 소각이라는 방아쇠.
산불의 원인 중 상당수는 사람이다. 논밭 태우기, 쓰레기 소각, 담뱃불. 자연 발화보다 인재가 더 많다. 그중에서도 불법 소각은 가장 흔하고 가장 예방 가능한 원인이다.
황덕상 산림과장이 "불법 소각 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강한 말이다. 그러나 필요한 말이다. 관행처럼 이어져온 불법 소각이 끊기지 않는 것은 처벌이 약하거나 단속이 느슨하기 때문이다. 무관용 원칙이 실제로 집행될 때 행동이 바뀐다.
홍보와 단속은 함께 가야 한다. 산불 예방 수칙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알려야 하고, 알면서도 어기는 사람에게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양주시가 홍보 활동과 강력한 행정조치를 병행하는 것은 그 두 가지를 동시에 하겠다는 의지다.
◇ 훈련이 실전을 만든다.
대형산불 발생을 가상한 유관기관 합동 진화훈련. 이 훈련이 중요하다.
재난 대응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처음 겪는 상황이다. 누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고, 기관 간 소통이 안 되고, 장비 사용이 익숙하지 않으면 초기 대응이 무너진다. 훈련은 그 낯섦을 익숙함으로 바꾸는 과정이다.
합동 훈련은 특히 중요하다. 산불 진화는 양주시 혼자 하는 일이 아니다. 소방서, 군부대, 경찰, 산림청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각 기관이 따로 훈련하면 실전에서 충돌이 생긴다. 함께 훈련해야 함께 움직일 수 있다. 지휘 체계가 정리되고, 역할이 명확해지고, 소통 방식이 맞춰진다.
훈련은 불이 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불이 났을 때를 준비하는 역설적인 행위다. 그 역설이 재난 대응의 본질이다.
◇ 경계 단계가 의미하는 것.
국가위기경보 '경계' 단계는 네 단계 중 세 번째다. 관심, 주의, 경계, 심각. 경계는 위기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심각 단계 바로 아래다.
양주시는 경계 단계에서 전 직원을 6개조로 편성해 비상근무를 가동하고, 심각 단계에서는 4개조로 전환하는 체계를 갖췄다. 단계가 올라갈수록 대응이 강화되는 구조다. 위기경보 단계와 행정 대응이 연동되어 있다는 것은 상황 변화에 자동으로 반응하는 시스템이 있다는 뜻이다.
시스템이 있다는 것과 시스템이 작동한다는 것은 다르다. 매뉴얼은 있지만 실제로 따르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24시간 상황관리, 취약지역 순찰 강화, 장비 점검 상시 유지. 이것들이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 시민이 할 수 있는 것.
황 과장은 시민들에게 산불 예방 수칙을 철저히 준수해달라고 당부했다. 행정이 아무리 준비해도 시민의 협조 없이는 산불을 막을 수 없다.
입산 시 화기 소지 금지, 산림 인접 지역 소각 금지, 산불 발견 시 즉시 신고. 어렵지 않다. 그러나 이 단순한 수칙들이 지켜지지 않아 산이 탄다. 봄철 산행이 늘어나는 시기, 등산객 한 명의 부주의가 수백 헥타르를 태울 수 있다.
산불은 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내가 피운 불이 이웃의 집을 태우고, 수십 년 자란 나무를 태우고,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태운다. 그 연결을 기억하는 것이 예방의 시작이다.
불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준비된 사람만이 불 앞에서 버틸 수 있다. 양주시의 비상대응체계가 올봄을 무사히 넘기는 방패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방패가 필요 없는 봄이 오기를 더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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