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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200그루가 심은 것

  • 양동원 기자
  • 입력 2026.04.01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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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정부시, 독바위문화공원에 ‘수국정원’ 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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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심는 사람의 마음을 닮는다. 독바위문화마을회가 수국 200주를 기부하고, 자원봉사자 40여 명이 함께 흙을 팠다. 산곡동 독바위문화공원에 수국이 뿌리를 내렸다. 꽃이 피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그 기다림을 함께 시작했다는 것이 이미 무언가를 만들었다.


수국은 여름 꽃이다. 6월이 되면 파랗고 보랏빛으로 물드는 꽃송이들이 공원을 채울 것이다. 그 풍경을 상상하며 삽을 든 사람들이 있었다. 지금 당장 보이지 않는 것을 위해 오늘 땀을 흘리는 것. 그것이 공동체가 하는 일이다.


◇ 기부채납 공원이 살아나는 방식.


독바위문화공원은 복합문화융합단지 개발사업에 따라 기부채납된 공원이다. 개발 과정에서 공공에 귀속된 땅. 법적 절차에 따라 공원이 됐지만, 공원이 됐다고 저절로 사람들이 찾는 공간이 되지는 않는다.


기부채납 공원의 딜레마가 여기 있다. 행정이 관리하지만 지역과 연결되지 않으면 그냥 빈 땅에 가깝다. 잔디가 있고 벤치가 있지만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공간. 그런 공원이 도시 곳곳에 있다.


독바위문화마을회가 수국을 기부하고 식재에 나선 것은 그 공원을 지역의 것으로 만드는 행위다. 우리가 심었고, 우리가 돌볼 것이고, 우리가 자랑할 것이다. 그 주인의식이 공원을 살린다. 행정이 만들고 주민이 채우는 방식. 공원 조성의 가장 좋은 형태다.


◇ 걷기 좋은 도시와 수국의 연결.


독바위문화마을회는 의정부시의 '걷기 좋은 도시' 정책과 연계해 이번 식재를 추진했다. 이 연결이 흥미롭다.


걷기 좋은 도시는 단순히 보도블록을 잘 깔고 가로수를 심는 것이 아니다. 걷고 싶은 이유가 있어야 한다. 목적지가 있어야 하고, 걷는 과정이 즐거워야 한다. 수국이 피는 공원은 그 이유가 된다. 여름이 오면 수국을 보러 독바위문화공원까지 걷는 사람들이 생길 것이다.


꽃 한 종류가 동네의 정체성을 만들 수 있다. 전국 곳곳의 수국 명소들이 그것을 증명한다. 산곡동이 수국으로 기억되는 동네가 된다면, 그것은 200주의 식재에서 시작된 것이다.


◇ 축제를 꿈꾸는 마을.


시 관계자는 향후 축제 등 수국을 활용한 지역 활성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이번 사업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축제. 아직은 먼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모든 축제는 이렇게 시작된다.


꽃이 있어야 축제가 생긴다. 사람들이 모여야 축제가 된다. 그 사람들이 동네를 걷고, 가게에 들르고, 이야기를 나누면 지역이 살아난다. 200주의 수국이 언젠가 산곡동 수국축제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지금은 작은 식재지만, 그 안에 지역 활성화의 꿈이 담겨 있다.


독바위문화마을회 김종석 회장과 자원봉사자 40여 명이 그 꿈을 함께 심었다. 꽃이 피면 그들은 자신이 심은 수국 앞에서 무언가를 느낄 것이다. 내가 이것을 만들었다는 자부심. 그 자부심이 다음 해에도 삽을 들게 만들고, 더 많은 사람을 불러 모은다.


◇ 주민 참여가 만드는 공원.


행정이 설계하고 예산을 투입해 만든 공원과, 주민이 직접 참여해 만든 공원은 다르다. 외형은 비슷할 수 있지만 그 공원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


내가 심은 나무, 내가 가꾼 꽃밭은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꽃을 꺾지 않는다. 주민 참여로 만들어진 공원은 주민이 지킨다. 행정의 관리 비용이 줄어드는 것은 부수적인 효과다. 더 중요한 것은 공원이 지역의 자산이 된다는 것이다.


의정부시가 앞으로도 주민 참여를 바탕으로 특색 있는 공원 조성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독바위문화공원의 수국이 그 방향의 좋은 선례가 되기를 바란다.


6월이 오면 독바위문화공원에 수국이 필 것이다. 파랗고 보랗고 하얀 꽃송이들이 공원을 채울 때, 그 꽃을 보러 온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3월의 어느 날, 40여 명이 함께 흙을 파고 뿌리를 심었다는 것을. 그러나 그것으로 충분하다. 꽃은 기억되지 않아도 피어난다. 그리고 그 꽃 앞에서 사람들은 잠시 멈추고, 산곡동을 기억할 것이다.


200그루가 심은 것은 수국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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