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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불편을 감수하는 사람들 곁에

  • 양동원 기자
  • 입력 2026.04.01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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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정부시, 예비군 훈련장 이전사업 민‧관‧군 협의체 위촉식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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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를 위한 시설이 누군가의 동네에 들어설 때, 그 누군가는 언제나 불편을 감수한다. 소음, 교통, 안전 우려. 국방의 의무는 모두가 지지만, 그 의무를 이행하는 시설의 부담은 특정 지역 주민들이 짊어진다. 공평하지 않다. 그러나 어딘가에는 있어야 한다.


의정부시 자일동 주민들이 그 어딘가가 됐다. 예비군 훈련장이 이전되는 지역이다. 실내사격장 소음, 훈련 차량 이동, 일상의 변화. 주민들이 감수해야 할 것들이 있다. 그 감수에 대해 행정이 어떻게 응답하느냐가 중요하다.


의정부시가 민·관·군 협의체를 구성하고 위촉식을 열었다. 자일동 주민 5명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작은 절차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담긴 행정의 태도는 작지 않다.


◇ 주민이 테이블에 앉는다는 것.


협의체의 구성을 보면 자일동 주민 5명, 군부대 관계자 2명, 전문가 1명이다. 숫자로만 보면 주민이 가장 많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있다.


국방 관련 시설 사업에서 주민은 오랫동안 통보의 대상이었다. 결정은 군과 행정이 하고, 주민은 결과를 받아들이는 구조. 그 구조가 갈등을 만들었다. 내 동네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다가 어느 날 공사가 시작되는 경험은 주민을 분노하게 만든다.


협의체는 그 구조를 바꾸는 시도다. 주민이 사업 계획 단계부터 테이블에 앉는다. 지원사업을 논의하고, 소음 측정 결과를 확인하고, 의견을 낸다. 결정권이 완전히 주민에게 있지는 않더라도, 과정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다르다.


공개모집을 통해 주민 위원을 선정한 것도 중요하다. 행정이 편한 사람을 앉히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 지역에 살며 영향을 받는 주민들이 스스로 지원해 참여하는 구조다. 협의체의 정당성이 여기서 나온다.


◇ 소음이라는 현실.


협의체의 역할 중 '실내사격장 소음 영향 측정 및 결과'가 포함된 것을 눈여겨봐야 한다.


소음은 추상적이지 않다. 매일 들어야 하는 사람에게 소음은 수면의 질을 낮추고, 집중을 방해하고, 스트레스를 쌓는다. 실내사격장이라도 소음이 완전히 차단되지는 않는다. 주민들의 우려는 현실적이다.


협의체가 소음 측정 결과를 직접 확인하고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은 중요한 안전장치다. 행정이 측정해서 괜찮다고 발표하는 것과, 주민 대표가 함께 결과를 검토하는 것은 신뢰의 차원이 다르다. 숫자가 같아도 과정이 다르면 받아들이는 방식이 달라진다.


◇ 지원사업이 약속이 되려면.


협의체는 지원 대상 지역 및 주민을 위한 지원사업도 논의한다. 불편을 감수하는 주민들에게 무엇을 돌려줄 것인가의 문제다.


지원사업이 실질적이어야 한다. 현수막 한 장, 기념품 하나로 때우는 지원이 아니라 주민들의 삶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것이어야 한다. 도로 개선, 공원 조성, 복지 서비스 확충. 그 내용을 주민들이 직접 논의하고 결정하는 과정이 협의체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2년의 임기, 1회 연임 가능. 협의체가 사업이 끝날 때까지 지속된다는 뜻이다. 위촉식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모여 논의하고 점검하는 구조가 유지된다. 그 지속성이 협의체를 형식이 아닌 실질로 만든다.


◇ 투명성이 신뢰를 만든다.


시 관계자는 "사업의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투명성. 요즘 행정에서 자주 쓰이는 말이지만, 실제로 구현하기는 쉽지 않다.


투명성은 정보 공개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정보를 공개하되 이해하기 어렵게 만들거나, 결정이 다 된 후에 공개하면 투명성의 형식만 있고 내용은 없다. 진짜 투명성은 결정 과정에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것이다.


민·관·군 협의체는 그 참여의 구조를 만든다. 군부대와 행정과 주민이 같은 테이블에 앉아 같은 정보를 보고 논의한다. 이견이 있으면 조정하고, 합의가 되면 함께 추진한다. 그 과정이 쌓이면 신뢰가 된다.


예비군 훈련장은 국가 안보를 위한 시설이다. 그 필요성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 시설이 들어서는 동네 주민들의 불편도 부정할 수 없다. 두 가지 현실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행정이 할 수 있는 것은 그 충돌을 최소화하고, 불편을 감수하는 사람들 곁에 서는 것이다.


자일동 주민 5명이 협의체 위원으로 위촉됐다. 그들이 2년 동안 테이블에 앉아 목소리를 낼 것이다. 그 목소리가 실제로 사업에 반영될 때, 협의체는 의미를 갖는다.


국가를 위한 시설을 품은 동네가 그 대가를 제대로 받는 사회. 그것이 공정한 사회의 작은 조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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