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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3분 53초가 만든 것

  • 양동원 기자
  • 입력 2026.04.0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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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정부시청 사이클팀 홍승민, ‘2026 트랙 아시아선수권대회’서 동메달 획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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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하나가 역사를 바꿀 때가 있다. 3분 53초 923. 홍승민 선수가 필리핀 따가이따이에서 새로 쓴 한국 신기록이다. 0.001초 단위까지 새겨진 그 숫자 안에 한 선수의 땀과 의지부시청 사이클팀의 훈련이 압축되어 있다.


2026 트랙 아시아선수권대회 남자 단체추발 동메달. 메달과 신기록을 동시에 거머쥔 성과다. 아시아의 강호들과 겨루는 무대에서 3위에 오른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한국의 한계를 스스로 밀어낸 것. 두 가지가 함께 이루어졌다는 점이 이번 성과를 더욱 값지게 만든다.


◇ 신기록의 의미.


메달은 순위다. 오늘 이 대회에서 누가 더 빨랐는가의 결과다. 그러나 신기록은 다르다. 신기록은 지금까지 이 나라의 누구도 가보지 못한 곳에 발을 디뎠다는 증거다. 과거의 모든 선수들이 넘지 못했던 벽을 허문 것이다.


3분 53초 923. 이 기록은 이제 다음 세대 선수들의 목표가 된다. 후배들은 이 숫자를 보며 훈련하고, 언젠가 이 기록을 넘으려 할 것이다. 홍승민 선수가 오늘 세운 기록이 한국 사이클의 새로운 출발선이 된다.


아시아 정상권과의 격차를 좁혔다는 표현도 의미심장하다. 동메달은 3위지만, 신기록과 함께 이룬 3위는 단순한 3위가 아니다. 우리가 어디까지 왔는지를 보여주는 3위다.


◇ 직장운동경기부라는 토대.


홍승민 선수는 의정부시청 사이클팀 소속이다. 직장운동경기부. 지방자치단체가 선수를 직접 고용해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제도다.


엘리트 스포츠의 현실은 냉혹하다. 재능이 있어도 훈련할 환경이 없으면 꽃을 피우지 못한다. 직장운동경기부는 선수에게 생계 걱정 없이 운동에 집중할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한다. 의정부시가 사이클팀을 운영하지 않았다면, 홍승민이라는 선수가 아시아 무대에서 한국 신기록을 세우는 날이 왔을까.


지역 스포츠 투자는 때로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 훈련비와 인건비가 나가지만 메달이 보장되지 않는다. 그러나 의정부시청 사이클팀은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다. 이번 동메달과 신기록은 그 투자가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한다.


◇ 나고야를 향해.


시 관계자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까지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아시안게임. 아시아 최대의 종합 스포츠 대회다. 이번 아시아선수권 동메달은 그 무대를 향한 중간 점검이기도 하다.


아시아선수권에서 신기록을 세우며 3위에 오른 선수가 아시안게임에서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그 가능성을 이번 성과가 열었다. 아시아 정상권과의 격차를 좁혔다는 것은 그 정상에 닿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고야까지 남은 시간 동안 홍승민 선수가 어떤 훈련을 쌓고, 어떤 기록을 만들어갈지 기대된다. 의정부시의 지원이 그 여정을 뒷받침할 것이다.


◇ 지역이 자랑스러워지는 방식.


스포츠는 도시에 자부심을 준다. 의정부시청 소속 선수가 아시아 무대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메달을 목에 거는 것. 그 장면이 의정부 시민들에게 무언가를 준다. 우리 도시의 선수가 저기 있다는 연결감, 우리도 무언가를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


그것은 수치로 측정되지 않는다. 그러나 도시의 품격을 만드는 것들 중 하나다. 좋은 행정, 깨끗한 거리, 편리한 교통만이 도시를 만들지 않는다. 우리 도시가 배출한 선수가 세계 무대에서 빛나는 것도 도시를 만든다.


3분 53초 923. 그 숫자는 필리핀의 벨로드롬에서 태어났지만, 의정부의 훈련장에서 준비됐다. 홍승민 선수의 페달이 돌아간 수만 번의 순간들이 그 기록을 만들었다.


아시안게임 무대에서 그 페달이 다시 돌아갈 때, 의정부는 다시 한번 자랑스러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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