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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식물 앞에서 우리는 모두 같아진다

  • 양동원 기자
  • 입력 2026.04.01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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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주시, 10월까지 '도시정원 체험 프로그램'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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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에 씨앗을 심는 아이의 손과 화분에 다육식물을 옮겨 심는 어른의 손은 닮아 있다. 조심스럽고, 집중되어 있고, 무언가를 살리려는 마음이 담겨 있다. 그 순간만큼은 나이도, 장애도, 사회적 위치도 중요하지 않다. 식물 앞에서 사람은 그냥 사람이 된다.


양주시가 10월까지 운영하는 '도시정원 체험 프로그램'은 그 단순한 진실을 행정으로 구현한 사업이다. 유아부터 성인까지, 학교에서 복지시설까지, 찾아가는 방식부터 직접 오는 방식까지. 식물과 사람이 만나는 접점을 최대한 넓히려는 시도다.


◇ 왜 정원인가.


도시는 효율을 위해 설계된다. 직선 도로, 반듯한 건물, 빠른 이동. 그 효율의 도시에서 사람들은 점점 자연과 멀어진다. 계절이 바뀌는 것을 달력으로 확인하고, 꽃이 피는 것을 SNS 사진으로 본다. 흙을 밟는 일, 식물이 자라는 것을 지켜보는 일이 일상에서 사라진다.


그 결핍이 쌓이면 어떻게 되는가. 연구들은 일관되게 말한다. 자연과의 접촉이 줄어들수록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집중력이 떨어지고, 정서적 회복력이 약해진다. 반대로 식물을 돌보고, 녹지 공간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코르티솔 수치가 낮아지고 심리적 안정감이 높아진다.


정원은 사치가 아니다. 도시인에게 정원은 필요다.


◇ 4개 유형이 말하는 것.


이번 프로그램이 찾아가는 체험형, 정기 체험형, 자연 탐구형, 사회 참여형으로 나뉜 것은 단순한 행정 분류가 아니다. 각각의 유형이 다른 필요에 응답하고 있다.


찾아가는 체험형은 오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간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학교. 아이들이 직접 정원 교육장을 찾아오기 어려운 현실을 행정이 먼저 인정하고 움직인다. 반려식물 심기와 디쉬가든 만들기가 교실 안으로 들어온다. 아이들은 이동하지 않아도 자연을 만난다.


정기 체험형은 계절을 따라간다. 수국 정원 조성, 이끼 테라리움, 행잉 플랜트, 다육식물 모아심기, 천일홍 리스 제작. 봄부터 가을까지 계절이 바뀌면 프로그램도 바뀐다. 참여자들은 한 해의 흐름을 식물과 함께 경험한다. 그것이 자연의 리듬을 몸으로 익히는 방식이다.


자연 탐구형은 공원을 교실로 만든다. 생태 탐구와 자연놀이의 결합. 어린이와 청소년이 지역의 공원에서 살아있는 자연을 만난다. 교과서 속 식물이 아니라 발밑에 있는 식물, 손으로 만질 수 있는 흙, 귀로 들을 수 있는 새소리. 그 직접적인 경험이 자연 친화적 가치관의 씨앗이 된다.


◇ 사회 참여형이 특별한 이유.


네 가지 유형 중 사회 참여형이 가장 눈길을 끈다. 아동·장애인·노인 등 복지시설 이용자를 대상으로 정원 체험을 통해 정서적 안정과 사회적 교류를 지원한다.


이 프로그램이 향하는 곳을 생각해보자. 요양원의 노인, 장애인 복지시설의 이용자, 아동보호시설의 아이들. 이들에게 정원 체험은 단순한 여가가 아니다. 바깥 세계와 연결되는 경험이고, 무언가를 스스로 돌볼 수 있다는 확인이고, 다른 사람과 함께 무언가를 만드는 기쁨이다.


원예치료라는 분야가 있다. 식물을 매개로 한 치료적 개입이 우울증, 치매, 사회적 고립에 효과가 있다는 것은 임상적으로 검증된 사실이다. 양주시의 사회 참여형 프로그램은 그 치료적 가능성을 복지 현장에 연결하는 시도다.


◇ 정원문화가 도시를 바꾼다.


시 관계자는 "정원문화 확산을 통해 시민 삶의 질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정원문화. 이 말이 중요하다.


한 번의 체험 프로그램이 문화를 만들지는 않는다. 그러나 매년 반복되고, 참여자가 늘고, 집에서 화분을 키우는 사람이 생기고, 베란다에 작은 정원을 만드는 사람이 생기면 도시의 풍경이 조금씩 달라진다. 아파트 단지에 꽃이 늘고, 골목에 화분이 놓이고, 공원을 찾는 사람이 많아진다.


그것이 문화다. 제도가 만들 수 없고, 예산으로 살 수 없다. 사람들이 자연과 가까워지는 경험을 반복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도시정원 체험 프로그램은 그 문화의 토양을 만드는 일이다.


유아가 처음으로 씨앗을 심는 날, 노인이 오랜만에 흙을 만지는 날, 장애인이 자신이 키운 식물을 누군가에게 선물하는 날. 그 날들이 쌓여 양주라는 도시의 결이 만들어진다.


식물은 돌보는 사람을 닮는다고 한다. 어쩌면 도시도 그렇다. 자연을 가까이하는 시민들이 많아질수록 도시는 조금 더 부드러워지고, 조금 더 느려지고, 조금 더 살 만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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