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정부시, 대웅그룹과 손잡고 캠프 잭슨 바이오산업 거점 조성 추진
미군이 떠난 자리는 오랫동안 비어 있었다. 철조망 너머로 보이는 넓은 땅. 의정부 시민들에게 캠프 잭슨은 그런 공간이었다. 가깝지만 닿을 수 없었고, 크지만 쓸 수 없었다. 반환은 됐지만 활용은 더뎠다. 그 땅이 이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의정부시와 대웅그룹이 캠프 잭슨에 바이오산업 거점을 조성하기로 했다. 의약품 연구소와 생산시설, 약 1천 명의 일자리. 숫자만 보면 또 하나의 개발 계획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 협약이 담고 있는 의미는 숫자보다 크다.
◇ 용도를 바꾼다는 것의 무게.
캠프 잭슨은 원래 아파트와 공원, 물류단지로 계획된 땅이었다. 반환공여지의 전형적인 활용 방식이다. 주거를 공급하고, 녹지를 만들고, 물류 기능을 더한다. 나쁜 계획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라면 의정부는 달라지지 않는다.
의정부시는 그 계획을 바꿨다. 첨단산업·자족시설 용지로 전환했다. 이것은 단순한 용도 변경이 아니다. 도시의 미래를 다시 그리는 일이다. 주거 도시에서 산업 도시로, 소비하는 도시에서 생산하는 도시로의 전환을 선언한 것이다.
개발제한구역 해제 기준 개선을 추진해 기업 입지 여건을 마련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규제의 벽을 낮추는 것은 행정의 의지 없이는 되지 않는다. 기업을 부르기 위해 제도를 먼저 바꾼 것이다.
◇ 왜 바이오인가.
대웅그룹은 국내 제약·바이오 분야의 주요 기업이다. 의약품 연구개발과 생산에 오랜 역량을 쌓아온 곳이다. 그 기업이 의정부 캠프 잭슨에 연구소와 생산시설을 짓겠다고 나섰다.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은 21세기의 핵심 산업이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수록 의약품과 의료기기, 헬스케어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커진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바이오 산업의 전략적 중요성을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 반도체와 함께 국가 경쟁력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은 분야다.
의정부가 그 산업의 거점이 될 수 있을까. 입지 조건을 보면 가능성이 있다. 서울 홍릉의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 노원·창동의 산업 축과 이어지는 수도권 북부 벨트의 연장선에 의정부가 있다. 캠프 잭슨은 그 벨트의 북쪽 끝을 채울 수 있는 위치다.
◇ 1천 명의 일자리가 만드는 것.
약 1천 명의 일자리 창출이 기대된다. 이 숫자를 단순히 고용 통계로 읽으면 안 된다.
연구개발 인력과 생산직, 관리직이 의정부에 자리를 잡으면 그들은 의정부에서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아이를 학교에 보낸다. 소비가 생기고, 서비스업이 따라온다. 좋은 일자리가 있는 곳에 사람이 모이고, 사람이 모이면 도시가 살아난다.
더 중요한 것은 일자리의 질이다.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의 연구개발 인력은 고학력·고소득 직군이다. 그런 인력이 의정부에 뿌리를 내리면 지역의 인적 자본이 달라진다. 산학 협력이 생기고, 지역 인재 채용이 늘고, 대학과 연구기관이 관심을 갖는다. 하나의 기업 유치가 생태계를 만드는 씨앗이 된다.
◇ 캠프 카일, 캠프 레드클라우드와의 연결.
이번 협약은 캠프 잭슨 하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의정부시는 캠프 카일, 캠프 레드클라우드 경제자유구역 추진과도 연계해 산업 기반을 확장할 계획이다.
의정부에는 여러 반환공여지가 있다. 각각의 땅을 따로따로 개발하면 파편화된 결과물이 나온다. 그러나 이것들을 하나의 산업 벨트로 연결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캠프 잭슨의 바이오 클러스터가 닻을 내리면, 인접한 반환공여지들이 그 생태계를 확장하는 공간이 될 수 있다.
도시 재생의 성공 사례들은 대부분 이런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하나의 앵커 기업이나 기관이 들어오면 주변이 따라온다. 대웅그룹이 그 앵커 역할을 할 수 있다.
◇ MOU 이후가 중요하다.
업무협약은 시작이다. 의향서이고 약속이지만, 아직 현실이 아니다. 연구소와 생산시설이 실제로 지어지고, 직원들이 출근하고, 지역 인재가 채용되는 것은 앞으로의 일이다.
그 과정에서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인허가 절차, 기반시설 조성, 자금 조달, 시장 상황의 변화. 어느 하나라도 삐걱거리면 계획은 지연되거나 무산될 수 있다. 의정부시가 기반시설 조성과 인허가 지원을 약속한 것은 그 과정을 함께 헤쳐나가겠다는 의지다. 그 의지가 실제 행정력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철조망이 걷힌 자리에 연구소가 들어선다. 군인들이 훈련하던 땅에서 신약이 개발된다. 의정부의 풍경이 바뀌는 것은 건물의 문제가 아니다. 도시가 무엇을 하는 곳인가에 대한 답이 달라지는 것이다.
캠프 잭슨이 품은 가능성이 현실이 되는 날, 의정부는 다른 도시가 되어 있을 것이다. 그 날을 향해 첫 삽이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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