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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혼자 감당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

  • 양동원 기자
  • 입력 2026.04.01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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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정부시, 장애인 정책 체계 정비…자립‧돌봄‧인권‧가족 지원 통합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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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가 있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늘 두 가지 두려움을 안고 산다. 하나는 오늘의 두려움이다. 아이가 다치지는 않을지, 돌봄 공백이 생기지는 않을지, 오늘 하루를 어떻게 버틸지. 다른 하나는 내일의 두려움이다. 내가 늙거나 먼저 세상을 떠나면 이 아이는 누가 돌볼 것인가.


그 두려움은 가족 안에 갇혀 있었다. 국가와 사회가 충분히 함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의정부시가 이번에 확정한 장애인 정책 4대 핵심 계획은 그 두려움에 대한 공공의 응답이다.


◇ 숫자가 말하는 현실.


의정부시 등록 장애인은 약 2만2천360명. 전체 인구의 4.8%다. 스무 명 중 한 명꼴이다. 이웃집에, 직장에, 학교에 장애인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의 일상이 얼마나 복잡하고 고단한지 잘 모른다.


고령 장애인의 비중이 늘고 있다는 사실도 주목해야 한다. 장애와 노화가 겹치면 복지 수요는 단순히 더해지는 것이 아니라 곱해진다. 건강관리, 돌봄, 소득보장이 동시에 필요해진다. 기존의 개별 사업 중심 정책으로는 이 복합적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 의정부시가 통합형 정책 체계로 방향을 튼 것은 그 현실을 직시한 결과다.


◇ 일자리는 존엄의 문제다.


장애인 일자리 141명 확대, 22억 원 투입. 숫자만 보면 행정 보고서의 한 줄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뒤에는 스스로 벌어서 살고 싶다는 사람들의 바람이 있다.


일자리는 단순히 소득의 문제가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 갈 곳이 있다는 것,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 사회의 일원으로 기여하고 있다는 것. 그것이 사람을 세운다. 직업재활시설 7개소 운영과 직무 훈련 병행은 단순 취업 알선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자립 기반을 만드는 일이다.


장애인의 경제적 자립은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족의 돌봄 부담을 줄이고, 사회 전체의 복지 비용을 낮추는 효과도 있다. 일자리 정책은 복지 정책이면서 동시에 경제 정책이다.


◇ 636억 원이 향하는 곳.


발달장애인 지원에 투입되는 636억 원은 의정부시 장애인 복지 예산 중 가장 큰 규모다. 그만큼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이 처한 현실이 무겁다는 뜻이기도 하다.


최중증 발달장애인을 위한 주간 1:1 맞춤 돌봄서비스 도입이 특히 눈에 띈다. 1:1이라는 말이 중요하다. 집단 프로그램에서 소외되고, 일반 돌봄 서비스로는 감당이 안 되는 최중증 장애인들이 있다. 그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은 아무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활동지원 서비스 1천705명 지원, 발달재활서비스 바우처 1천64명 지원. 이 숫자들 뒤에는 오늘도 아이 곁을 지키며 지쳐가는 부모들이 있다. 공공이 그 곁에 함께 서는 것이 이 예산의 의미다.


◇ 돌봄의 책임을 나누는 것.


이번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철학적 전환은 여기에 있다. 가족에게 집중됐던 돌봄 책임을 지역사회와 공공이 함께 분담하는 구조로 전환한다는 것.


그동안 장애인 돌봄은 사실상 가족의 몫이었다. 특히 어머니의 몫이었다. 직장을 포기하고, 사회적 관계를 잃고, 자신의 삶을 내려놓으며 아이 곁에 붙어 있어야 했다. 그것을 헌신이라고 불렀지만, 사실은 방치였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을 가족에게 떠넘긴 것이다.


장애인가족지원센터 운영, 통합돌봄 체계 구축은 그 구조를 바꾸려는 시도다. 가족이 잠시 쉴 수 있어야 오래 돌볼 수 있다. 돌봄의 지속 가능성은 가족의 희생이 아니라 공공의 분담에서 온다.


◇ 인권은 선언이 아니라 일상이다.


장애인 인권 정책에 289억 원을 투입한다. 장애인연금, 이동권 개선, 무장애 환경 조성, 인식 개선 교육. 이 항목들이 함께 묶여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인권은 헌법 조문 안에만 있지 않다. 휠체어가 지나갈 수 있는 턱 없는 보도블록에 있고, 버스를 혼자 탈 수 있는 저상버스에 있고, 장애인을 바라보는 이웃의 시선에 있다. 제도와 환경과 인식이 함께 바뀌어야 인권이 일상이 된다.


생애주기 전반에서 지원 공백을 줄이겠다는 이번 계획의 목표는 단순하지만 묵직하다. 태어나서 늙어가는 동안, 장애를 가진 사람이 혼자 감당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 그것이 복지국가의 약속이고, 의정부시가 이번 계획으로 향하는 방향이다.


약속은 예산과 계획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완성은 현장에서 된다. 서류 위의 636억 원이 실제로 최중증 발달장애인의 하루를 바꾸는지, 141개의 일자리가 진짜 자립으로 이어지는지를 계속 물어야 한다. 좋은 계획이 좋은 현실이 되도록 하는 것이 행정의 책임이고, 그것을 지켜보는 것이 시민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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