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정부시, ‘기억이음사업’ 시행…숭고한 기억을 건강한 삶으로

나라를 위해 싸운 사람들이 늙어간다.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온 몸은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그 기억을 품은 마음도 조금씩 흐려진다. 의정부시가 시행하는 '기억이음사업'은 그 흐려짐을 늦추기 위한 조용한 노력이다. 치매 예방을 위한 인지·정서·신체 프로그램. 설명은 간단하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간단하지 않다.
◇ 트라우마와 치매 사이.
참전유공자들이 겪는 전쟁 트라우마는 단순한 심리적 상처가 아니다. 그것은 뇌에 새겨진 흔적이다. 극도의 공포와 스트레스는 뇌의 구조와 기능에 영향을 미치고, 장기적으로 치매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것이 의학적으로 확인된 사실이다.
총성이 멈춘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그 기억은 여전히 그들의 몸 안에 살아 있다. 밤마다 꿈에서 전쟁터로 돌아가는 노인들, 갑작스러운 소리에 몸이 굳어버리는 어르신들. 그 보이지 않는 상처가 노년의 뇌 건강을 위협한다.
기억이음사업이 참전유공자를 주요 대상으로 삼은 것은 그래서 단순한 복지 서비스가 아니다. 전쟁이 남긴 상처에 대한 뒤늦은, 그러나 필요한 응답이다.
◇ 기억을 잇는다는 말의 두 가지 뜻.
사업 이름이 좋다. '기억이음'에는 두 가지 의미가 겹쳐 있다.
하나는 유공자들의 기억을 지키는 것이다. 치매는 기억을 지운다.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했는지, 어떻게 살았는지를 잊게 만든다. 나라를 위해 헌신한 삶의 기억이 병으로 사라지는 것은 개인의 비극이면서 동시에 역사의 손실이다. 그 기억을 붙잡아두는 것이 이 사업의 첫 번째 의미다.
다른 하나는 세대를 잇는 것이다. 유공자들의 헌신을 기억하는 사회가 그들의 노후를 돌본다. 과거의 희생과 현재의 돌봄이 이어진다. 기억이음은 그 연결의 이름이기도 하다.
◇ 보훈회관이 달라진다.
의정부시통합보훈회관은 그동안 국가유공자들에게 정책 정보를 제공하고 친목을 도모하는 공간이었다. 중요한 역할이지만, 어딘가 수동적이었다. 정보를 받고, 모이고, 돌아가는 공간.
이제 그 공간에 교육 프로그램이 더해진다. 매주 화요일, 전문교육기관의 건강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보훈회관이 단순한 모임 장소에서 삶의 활력을 충전하는 공간으로 바뀐다. 공간의 기능이 달라지면 그 공간을 찾는 사람들의 일상도 달라진다.
4월부터 12월까지 3기에 걸쳐 운영되는 구조도 의미 있다. 한 번의 체험으로 끝나지 않고, 반복과 지속을 통해 효과를 쌓아가는 방식이다. 인지 기능 개선은 꾸준함에서 온다. 매주 화요일이라는 규칙적인 리듬이 그 꾸준함을 만든다.
◇ 49명이라는 숫자.
선착순 49명. 많지 않다. 의정부시의 국가유공자 수를 생각하면 작은 시작이다. 그러나 모든 사업은 작게 시작한다. 중요한 것은 이 49명의 경험이 어떻게 쌓이느냐다.
참여자들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인지 기능 개선 효과가 확인되고, 입소문이 퍼지면 사업은 자연스럽게 확대된다. 첫 기수의 49명이 이 사업의 씨앗이다. 그들이 매주 화요일 보훈회관에서 웃으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모습이 다음 기수를, 그다음 확대를 만들어낼 것이다.
◇ 국가가 기억해야 할 것.
보훈은 과거를 기리는 일이 아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유공자들의 삶을 돌보는 일이다. 훈장을 달아주고 기념식을 여는 것으로 보훈이 완성되지 않는다. 그들이 오늘 건강하게 밥을 먹고, 이웃과 이야기를 나누고, 내일을 기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짜 보훈이다.
기억이음사업은 그 진짜 보훈에 가까운 사업이다. 화려하지 않다. 매주 화요일 한 시간, 49명이 모여 몸을 움직이고 마음을 나누는 조용한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그 조용함 속에 국가가 유공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있다.
당신의 헌신을 우리는 기억한다. 그리고 당신의 오늘을 우리가 함께 지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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