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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방치된 땅이 숨을 쉬기 시작했다

  • 양동원 기자
  • 입력 2026.04.04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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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에는 잊힌 땅이 있다. 누구의 것도 아닌 것처럼 방치된 공간들. 잡초가 자라고, 쓰레기가 쌓이고, 불법 경작이 이루어진다. 지나치는 사람들은 눈길을 피한다. 민원이 쌓인다. 그러나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예산도 필요하고, 의지도 필요하고, 무엇을 만들 것인지에 대한 상상력도 필요하다.


장암동 368-2번지. 그 잊힌 땅 중 하나였다. 관리가 미흡해 방치되면서 경관을 해치고 이용 불편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던 곳. 4월 2일, 제81회 식목일에 150여 명이 그 땅에 삽을 들었다. 자산홍과 영산홍이 뿌리를 내렸고, 금계국과 샤스타데이지의 씨앗이 흙 속으로 들어갔다.


방치된 땅이 숨을 쉬기 시작했다.


◆불법경작지가 정원이 되는 과정.


나대지에 불법 경작이 이루어지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비어 있는 땅을 그냥 두기 아깝다는 생각, 텃밭을 일구고 싶은 욕구. 나쁜 의도가 아닌 경우가 많다. 그러나 관리되지 않은 경작지는 경관을 해치고, 위생 문제를 일으키고, 공공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잃게 만든다.


의정부시의 접근이 주목할 만한 것은 단순 철거가 아니라 전환이라는 점이다. 불법 경작지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땅을 더 좋은 것으로 채웠다. 지난해 서측 부지에 실외정원을 먼저 조성하고, 올해 동측 부지까지 확장했다. 단계적이고 지속적인 접근이다.


땅을 비우는 것과 채우는 것은 다르다. 비우면 다시 방치될 수 있다. 채우면 공간이 살아난다. 정원으로 채워진 땅은 스스로 자신을 지킨다. 꽃이 피어 있는 곳에 쓰레기를 버리기는 어렵다.


◆식목일의 원래 의미.


제81회 식목일. 1946년에 시작된 식목일이 81년을 맞았다. 나무를 심는 날. 그 단순한 의미가 오랫동안 유지됐다.


그러나 식목일의 진짜 의미는 나무 한 그루가 아니다. 지금 심은 것이 미래에 숲이 된다는 믿음이다. 오늘 흙 속에 넣은 씨앗이 내년 봄에 꽃을 피운다는 기다림이다. 그 믿음과 기다림이 식목일을 단순한 행사 이상으로 만든다.


장암동의 나무심기도 그 믿음 위에 있다. 자산홍과 영산홍이 자리를 잡으면 봄마다 붉고 분홍빛 꽃이 피어날 것이다. 금계국이 자라면 여름에 노란 물결이 일렁일 것이다. 샤스타데이지의 흰 꽃이 바람에 흔들릴 것이다. 그 풍경을 상상하며 삽을 든 150여 명이 있었다.


◆150명이 함께 심은 것.


공무원 150여 명이 참여했다. 식목일 행사에 동원된 것이 아니라, 방치된 땅을 정원으로 바꾸는 일에 함께한 것이다. 그 차이가 중요하다.


자신이 심은 나무가 있는 공간은 다르게 보인다. 지나칠 때 눈길이 간다. 꽃이 피면 반갑다. 누군가 꽃을 꺾으면 속상하다. 그 감정이 공간을 지키는 힘이 된다. 행정이 만들고 시민이 이용하는 공간과, 함께 만든 공간은 그 관계의 밀도가 다르다.


앞으로 이 정원을 찾는 시민들도 그 공간에 대한 애착을 가질 것이다. 꽃 이름을 알게 되고, 계절마다 달라지는 모습을 기억하게 된다. 그 기억이 쌓여 동네에 대한 애정이 된다.


◆생활권 녹지의 가치.


도심 속 녹지는 사치가 아니다. 연구들은 일관되게 말한다. 녹지 공간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스트레스가 낮고, 건강 상태가 좋고, 삶의 만족도가 높다. 공원과 정원은 도시의 허파이자 시민의 치유 공간이다.


그러나 모든 시민이 큰 공원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생활권 녹지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 있다. 집 근처,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는 작은 정원. 그것이 시민의 일상에 더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장암동 정원은 그 생활권 녹지의 한 조각이다. 크지 않다. 그러나 그 동네 주민들에게는 매일 지나치는 공간이 된다. 출근길에 꽃을 보고, 퇴근길에 잠시 앉아 쉬고, 아이와 함께 꽃 이름을 배우는 공간.


◆방치에서 정원으로, 그 다음은.


서측 부지에 이어 동측 부지까지. 의정부시가 장암동 나대지 정비를 단계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 방식이 지속 가능하다. 한 번에 모든 것을 바꾸려 하면 예산도 부족하고 관리도 어렵다. 조금씩, 꾸준히, 범위를 넓혀가는 것이 현실적이다.


앞으로 이 정원이 어떻게 관리될 것인지가 중요하다. 심는 것보다 가꾸는 것이 더 어렵다. 잡초를 뽑고, 물을 주고, 죽은 식물을 교체하는 일이 계속되어야 한다. 주민들이 참여하는 관리 체계가 만들어진다면 정원은 더 오래, 더 풍성하게 살아남을 것이다.


4월의 흙 속에 씨앗이 들어갔다. 자산홍과 영산홍의 뿌리가 땅을 잡기 시작했다. 금계국과 샤스타데이지가 싹을 틔울 준비를 하고 있다. 방치된 땅이 정원이 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 시간이 지나면 장암동의 봄 풍경이 달라질 것이다.


심은 사람들은 그 봄을 기다린다. 그 기다림이 도시를 가꾸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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