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기변환]3.11. - 양주시, ‘2024년 공공데이터 제공 운영 실태 평가’.jpg](/data/editor/2604/20260404142858_sbleogrz.jpg)
좋은 행정의 조건은 무엇인가. 오랫동안 그 답은 경험이었다. 오래 일한 공무원이 쌓은 노하우, 선례를 따르는 관행, 직관적 판단. 그것이 행정의 지혜로 여겨졌다.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충분하지 않다.
도시는 복잡해졌다. 인구 구조가 바뀌고, 시민의 요구가 다양해지고, 문제들이 서로 얽혀 있다. 경험과 직관만으로는 그 복잡성을 다루기 어렵다. 데이터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 있다. 숫자는 감각이 놓치는 것을 잡아낸다. 패턴은 경험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여준다.
양주시가 행정안전부 주관 '공공데이터 제공 운영실태 평가'에서 7년 연속, '데이터기반행정 실태점검 평가'에서 2년 연속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숫자가 말하는 것이 있다. 7년. 한 번의 성과가 아니라 방향이 맞다는 증거다.
◆공공데이터 개방이 만드는 것.
공공데이터 개방은 정부가 가진 정보를 시민과 기업에 공개하는 것이다. 버스 노선 정보, 인구 통계, 건물 현황, 복지 수혜 현황. 행정이 업무를 하면서 쌓이는 데이터들이 공개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스타트업이 그 데이터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든다. 연구자가 그 데이터로 정책을 분석한다. 시민이 그 데이터로 자신의 동네를 이해한다. 행정이 혼자 쓰던 정보가 사회 전체의 자산이 된다.
양주시가 2020년 이후 7년 연속 이 평가에서 우수 성과를 낸다는 것은 데이터 개방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행정의 기본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는 뜻이다. 개방할 데이터를 발굴하고, 형식을 표준화하고, 최신 상태로 유지하는 것. 보이지 않는 곳에서 꾸준히 이루어지는 작업이다.
◆데이터기반행정이란 무엇인가.
데이터기반행정 실태점검 평가는 684개 기관을 대상으로 한다. 중앙행정기관부터 지방자치단체, 공기업까지. 그 안에서 양주시가 2년 연속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평가 항목은 데이터 분석·활용, 공유, 관리체계 세 영역이다. 단순히 데이터를 갖고 있느냐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쓰느냐를 본다. 분석해서 정책에 반영하는가. 부서 간에 공유하는가. 체계적으로 관리하는가.
데이터기반행정의 반대는 관행기반행정이다. 늘 해왔으니까, 작년에도 그랬으니까. 그 관성이 행정을 굳게 만든다. 데이터는 그 관성에 질문을 던진다. 정말 그것이 효과가 있는가. 시민들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인가. 예산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가.
◆기초지자체 평균을 웃도는 의미.
양주시는 이번 평가에서 데이터 분석·활용 및 공유 분야에서 기초지자체 평균을 크게 웃도는 점수를 기록했다. 이 비교가 중요하다.
전국에 기초지자체가 226개 있다. 그 평균을 크게 웃돈다는 것은 양주시의 데이터 행정 역량이 상위권에 있다는 뜻이다. 인구 규모나 예산 규모가 아니라 행정의 질로 경쟁하는 영역에서 앞서 있다는 것.
작은 도시가 큰 도시보다 데이터 행정을 잘할 수 있다. 오히려 규모가 작으면 전체를 조망하기 쉽고, 변화를 빠르게 적용할 수 있다. 양주시의 성과가 그 가능성을 보여준다.
◆환류가 핵심이다.
시 관계자의 말 중 '분석 결과의 환류'라는 표현이 눈에 띈다.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를 정책과 서비스 개선에 다시 반영한다는 뜻이다.
데이터 행정의 함정이 여기 있다.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고, 보고서를 만들고, 서랍에 넣는다. 형식은 갖췄지만 실질이 없다. 환류가 없으면 데이터는 숫자의 무덤이 된다.
환류가 이루어지면 다르다. 복지 서비스 이용 데이터를 분석해 사각지대를 발견하면 그 지역에 찾아가는 서비스를 늘린다. 민원 데이터를 분석해 반복되는 문제를 찾으면 제도를 개선한다. 교통 데이터를 분석해 혼잡 구간을 파악하면 신호 체계를 조정한다. 데이터가 행정을 바꾸는 것이다.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서비스 개선. 이것이 데이터기반행정의 최종 목표다. 평가에서 우수기관이 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그 역량이 시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쓰이는 것이 목적이다.
◆전 직원이 함께.
시 관계자는 "전 직원이 함께 노력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 말이 중요하다. 데이터기반행정은 IT 담당 부서만의 일이 아니다.
복지 담당자가 수혜자 데이터를 정확히 입력해야 분석이 가능하다. 도로 담당자가 공사 현황을 제때 업데이트해야 시민이 활용할 수 있다. 민원 담당자가 민원 유형을 체계적으로 분류해야 패턴을 찾을 수 있다. 모든 부서, 모든 직원이 데이터의 생산자이자 활용자다.
7년이라는 시간이 그 문화를 만들었을 것이다. 처음에는 낯설었을 데이터 입력과 공유가 이제는 일상이 됐을 것이다. 문화가 바뀌면 성과가 따라온다.
7년 연속, 2년 연속. 숫자가 방향을 말한다. 양주시의 데이터 행정은 유행이 아니라 기반이 됐다. 그 기반 위에서 더 정확한 정책이 만들어지고, 더 효율적인 서비스가 설계되고, 더 많은 시민이 혜택을 받는다.
데이터가 행정을 바꾼다. 그 변화가 조용하지만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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