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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AI가 면접관이 되는 시대

  • 양동원 기자
  • 입력 2026.04.06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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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용의 문법이 바뀌고 있다…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의지’만이 아니라 ‘준비할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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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의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한때 면접은 사람과 사람이 마주 앉아 표정과 말투, 태도와 논리를 주고받는 과정이었다. 질문을 던지는 것도 사람이었고, 답을 듣고 판단하는 것도 사람이었다. 이제 그 익숙한 장면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카메라 앞에 혼자 앉아 AI의 질문에 답하고, 표정과 시선, 음성의 높낮이와 답변의 구조가 데이터로 분석되는 시대가 왔다. 사람보다 알고리즘이 먼저 지원자를 읽는 시대다.


기술의 진보라고 말할 수 있다.  

실제로 기업 입장에서는 효율이 높다. 대규모 지원자를 짧은 시간 안에 평가할 수 있고, 면접관 개인의 편차를 줄일 수 있으며,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일정한 기준을 유지할 수 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시작된 AI 면접과 AI 역량 검사는 이제 채용 시장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등 주요 기업들이 관련 시스템을 적극 도입하면서, AI 기반 평가 방식은 더 이상 낯선 실험이 아니라 현실이 됐다.


문제는 변화의 속도보다 준비의 속도가 느린 사람들이다.  

새로운 채용 방식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열려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AI 면접이 무엇인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무엇을 평가하는지,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사이에는 분명한 격차가 생긴다. 그것은 단순한 정보 차이가 아니라 기회의 차이가 된다. 실력과 잠재력이 있어도 새로운 문법을 익히지 못하면 첫 문턱에서 밀려날 수 있다.


AI 면접의 특성은 바로 여기에 있다.  

기존 대면 면접은 적어도 사람의 직관과 현장 감각이 개입할 여지가 있었다. 긴장한 표정 뒤에 숨은 가능성을 읽어내는 면접관도 있었고, 예상 밖의 답변 속에서 진정성을 발견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AI 기반 평가는 다르다. 그것은 더 빠르고, 더 일정하며, 동시에 더 낯설다. 지원자는 면접관의 반응을 읽을 수 없고, 어떤 요소가 감점 요인인지 직관적으로 파악하기도 어렵다. 결국 준비의 핵심은 ‘잘 답하는 능력’만이 아니라 ‘새로운 평가 방식에 익숙해지는 능력’이 된다.


이 지점에서 의정부시의 시도는 의미가 있다.  

의정부시가 관내 대학과 연계해 AI 면접 특강과 취업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단순한 취업 지원 사업을 넘어선다. 그것은 변화한 채용 환경의 문법을 청년들에게 해석해주는 일이다. 취업 시장이 바뀌었는데 지원 방식이 과거에 머물러 있다면, 행정의 역할은 그 간극을 메우는 데 있어야 한다. 이번 사업은 바로 그 점에서 현실적이다.


특히 경민대학교에서 진행되는 현직자 멘토링 프로그램은 실효성이 크다.  

미디어영상제작과와 소프트웨어개발과처럼 전공별 특성에 맞춘 멘토링은 단순한 진로 상담과 다르다. 현직자는 지금 현장에서 실제로 요구되는 역량이 무엇인지, 포트폴리오에는 무엇이 들어가야 하는지, 면접에서는 어떤 질문이 반복되는지, 취업 준비 과정에서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지를 가장 생생하게 전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다.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막연한 격려가 아니라, 업계의 언어를 번역해주는 구체적인 조언이다. 현직자 멘토링이 힘을 갖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력서 사진 촬영 지원도 결코 가벼운 대목이 아니다.  

겉으로 보기엔 사소한 지원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취업 준비는 생각보다 많은 비용을 동반한다. 이력서 사진, 자격증 시험 응시료, 면접 복장, 교통비, 각종 교육비가 쌓이면 청년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 취업은 개인의 의지 문제로만 환원되기 쉽지만, 실제로는 경제적 여건이 준비의 밀도를 결정하는 경우도 많다. 이력서 사진 한 장을 지원하는 일은 그 자체보다 상징성이 크다. 행정이 청년의 취업 준비를 추상적으로 응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장벽을 낮추는 데 개입하겠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업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대학과 지자체의 협력 구조다.  

지자체가 모든 것을 직접 하려 하기보다, 이미 교육 인프라와 학생 네트워크를 갖춘 대학과 손을 잡는 방식은 효율적이다. 대학은 현장의 수요를 반영한 프로그램을 설계할 수 있고, 지자체는 예산과 행정 지원을 통해 그 기반을 강화할 수 있다. 이런 협력 모델은 대학에도 도움이 되고 지역에도 이익이 된다. 취업률이 높아지면 대학의 경쟁력이 올라가고, 청년의 지역 정착 가능성도 커진다. 결국 청년 지원은 복지가 아니라 지역의 미래를 위한 투자다.


참여 대상을 39세 이하 청년으로 넓힌 점도 현실적이다.  

오늘의 청년 취업은 더 이상 대학 졸업 직후 몇 달 안에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첫 취업까지의 시간이 길어졌고, 이직과 재도전, 직무 전환이 반복되는 시대가 됐다. 20대 후반은 물론 30대 초·중반에도 취업을 준비하거나 다시 채용 시장에 뛰어드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 현실을 외면한 채 지원 대상을 지나치게 좁게 설정하면, 정작 도움이 절실한 사람들은 제도 밖으로 밀려나게 된다. 39세까지 문을 연 것은 변화한 노동시장의 구조를 인정한 조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물론 이런 프로그램 하나로 청년 취업의 어려움이 근본적으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취업난의 배경에는 경기 침체, 양질의 일자리 부족, 산업 구조 변화, 과도한 스펙 경쟁 같은 복합적인 문제가 놓여 있다. AI 면접 특강 몇 차례로 그 거대한 구조를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런 시도의 의미까지 축소할 필요는 없다. 큰 구조를 단번에 바꿀 수 없다면, 당장 청년 한 사람의 문턱을 낮추는 일부터 해야 한다. 정책은 때로 거대한 청사진보다, 구체적인 도움에서 더 강한 힘을 발휘한다.


중요한 것은 행정의 감각이다.  

채용 환경이 바뀌는데도 여전히 과거 방식의 취업 지원만 반복한다면, 정책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 AI 면접이 일반화되고, AI 역량 검사가 표준이 되고, 앞으로 메타버스 면접이나 데이터 기반 인재 매칭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청년 지원 역시 변화의 방향을 읽어야 한다. 지금의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열심히 하라’는 말보다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를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AI가 면접관이 되는 시대다.  

이제 취업 시장에서 준비된 사람과 준비되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단순히 성실성의 차이만이 아니다. 정보의 접근성, 경험의 유무, 새로운 평가 방식에 익숙해질 기회의 차이가 결과를 가른다. 그런 점에서 의정부시의 이번 프로그램은 작지만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기술 변화 앞에서 청년이 혼자 길을 찾게 내버려 두지 않겠다는, 아주 기본적이지만 꼭 필요한 행정의 태도이기 때문이다.


작은 프로그램이 한 사람의 취업을 바꿀 수 있다면, 그것은 결코 작은 정책이 아니다.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막연한 위로가 아니라, 변화한 세상을 건널 수 있는 실제의 다리다.  

그리고 지금 행정이 해야 할 일도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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