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로그인을 하시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으실 수 있습니다.

[기자수첩] 벚꽃은 핑계였다

  • 양동원 기자
  • 입력 2026.04.06 12:47
  • 댓글 0
  • 글자크기설정

  • 꽃이 사람을 부른 것이 아니라, 사람이 봄을 축제로 만들었다

665456035_2296661094192446_6790894461706116793_n.jpg

 

668517685_2296661047525784_8990407807272430378_n.jpg

 

661015858_2296660990859123_4923450483296836554_n.jpg

 

666591774_2296660924192463_3347692724942264662_n.jpg

 

665924866_2296660857525803_6722064948595032872_n.jpg


벚꽃은 짧다.  

피었다 싶으면 지고, 절정은 채 일주일을 넘기기 어렵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해마다 그 짧은 시간을 기다린다. 같은 나무 아래 서고, 비슷한 풍경을 바라보면서도 매번 새롭다고 느낀다. 벚꽃 자체가 특별해서만은 아니다. 벚꽃 아래 사람들이 다시 모인다는 사실이 더 특별하기 때문이다.


지난 2026년 4월 4일, 의정부 호원1동 중랑천변에 사람들이 모였다. 이름은 벚꽃 페스타였지만, 정작 이 행사의 본질은 꽃만이 아니었다. 벚꽃은 계기였고, 진짜 주인공은 사람이었다. 주민이 만들고, 상인이 함께하고, 지역 단체가 힘을 모아 완성한 축제. 바로 그 점에서 이번 호원 벚꽃 페스타는 단순한 계절 행사가 아니라 공동체의 풍경으로 읽힐 만했다.


축제에는 대체로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행정이 기획하고 시민이 관람하는 축제가 있고, 시민이 기획하고 시민이 함께 완성하는 축제가 있다. 전자는 정교하고 매끈할 수 있다. 반면 후자는 때로 투박하고 다소 어수선할 수 있다. 그러나 온도는 다르다. 누가 만들었는지가 축제의 결을 결정한다. 구경하는 행사와 참여하는 행사의 차이는 결국 그 지점에서 갈린다.


호원 벚꽃 페스타는 분명 후자에 가까웠다.  

호원1동 벚꽃축제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12개 자생단체와 4개 상인회가 기획과 운영에 함께했다. 무대를 구성하고, 프로그램을 짜고, 부스를 운영하고, 동선을 나누는 과정은 단지 행사를 준비하는 행정 절차가 아니라 지역 공동체가 서로를 다시 확인하는 시간에 가까웠다. 축제의 의미는 하루의 흥행 성패보다, 그 하루를 위해 사람들이 몇 달간 어떤 방식으로 연결됐는가에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축제는 이미 준비 과정부터 축제였다고 할 수 있다.


중랑천이라는 장소성도 눈여겨볼 만하다.  

평소의 중랑천은 산책과 운동, 휴식의 공간이다. 시민들이 스쳐 지나가고 머물다 떠나는 일상의 하천변이다. 그러나 벚꽃이 피고 무대가 들어서면 그 공간은 전혀 다른 얼굴을 갖게 된다. 하천변은 공연장이 되고, 산책로는 축제의 거리로 바뀐다. 익숙한 장소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열리는 경험은 도시 생활에 중요한 전환점을 만든다.  

도시는 건물과 도로만으로 기억되지 않는다. 사람들이 특정한 계절, 특정한 장소에서 함께한 경험이 쌓일 때 비로소 도시의 감정이 생긴다.


이번 축제의 프로그램은 그 감각을 잘 살렸다.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 공연, 태권도 시범, 의정부시립소년소녀합창단 무대, 트로트와 비보잉까지 세대와 장르를 넘나드는 구성은 축제를 특정 연령층의 행사로 한정하지 않았다.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공연을 보는 사람과 무대에 서는 사람 모두가 지역 주민일 수 있다는 점에서 동네 축제의 의미는 더 깊어진다. 대형 축제가 화려함으로 사람을 압도한다면, 동네 축제는 익숙한 얼굴로 사람을 끌어당긴다. 내 아이가 무대에 서고, 이웃이 부스를 운영하며, 동네 상인이 음식을 판다. 이 친숙함은 유명 가수 한 명보다 더 큰 힘을 갖기도 한다.


먹거리 부스와 플리마켓, 나눔장터, 체험 부스의 배치 역시 중요했다.  

축제는 무대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시민이 직접 머물고 움직이고 참여할 수 있어야 축제는 살아난다. 먹거리 영수증으로 피크닉 매트를 대여하는 이벤트처럼 소비와 체류를 자연스럽게 연결한 방식은 지역 축제가 어떤 방향으로 진화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단순히 보고 지나가는 행사가 아니라, 지역 안에서 돈이 돌고 사람의 시간이 머무는 구조가 되어야 축제는 지속 가능해진다.


특히 상인회의 참여는 이번 축제가 가진 현실적 힘을 보여준다.  

지역 축제가 오래 가려면 상권과 연결돼야 한다. 축제가 상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상인들이 축제의 한 축이 될 때 비로소 행사는 해마다 반복될 이유를 얻는다. 축제와 지역경제가 따로 움직이면 둘 다 약해진다. 축제는 예산이 끊기면 흔들리고, 상인은 축제 기간에도 무관심해진다. 그러나 주민과 상인, 자생단체가 같은 목표 아래 손을 잡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참여는 곧 이해관계가 되고, 이해관계는 지속성을 낳는다.


동네 축제의 가치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규모는 작을 수 있다. 전국적인 관심을 끌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역 공동체를 단단하게 만드는 힘은 오히려 이런 생활 밀착형 축제에서 나온다. 대형 축제가 도시의 브랜드를 만든다면, 동네 축제는 도시의 관계를 만든다. 누구와 함께 살고 있는지, 우리 동네가 어떤 얼굴을 가지고 있는지, 무엇을 함께 기억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게 해준다.  

도시가 삭막해지는 이유는 공간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함께 모일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벚꽃 축제는 봄을 즐기는 행사가 아니라 공동체를 복원하는 장치일 수 있다.


의정부시가 2027년 벚꽃 축제를 염두에 두고 시민 참여 확대와 도시의 자연·일상을 연계한 중장기 운영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도 반갑다. 방향은 옳다. 축제는 한 해 반짝 열고 끝나는 이벤트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해마다 경험이 축적되고, 무엇이 좋았고 무엇이 부족했는지 지역이 함께 기억하면서 조금씩 다듬어져야 한다. 그렇게 해야 축제는 행사에서 문화로, 프로그램에서 도시의 전통으로 자리를 옮길 수 있다.


결국 축제의 성패는 꽃이 얼마나 많이 피었느냐에 달려 있지 않다.  

사람이 얼마나 모였는가, 그 사람들이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가, 그리고 내년에도 다시 오고 싶다는 마음을 품고 돌아갔는가에 달려 있다. 벚꽃은 계절을 열어주는 문일 뿐이다. 그 문을 통과해 사람들을 만나고, 동네를 다시 보고, 공동체를 확인하게 만드는 것이 진짜 축제의 역할이다.


오늘은 비가 내려 벚꽃은 이미 졌을 것이다.  

그러나 그날 중랑천변에서 웃고, 걷고, 먹고, 무대를 바라보던 사람들의 기억은 남는다. 내년 봄 꽃이 다시 필 때, 사람들은 아마 그 기억을 따라 또 그 자리로 향할 것이다. 축제가 도시에 뿌리내리는 방식은 그렇게 시작된다.


벚꽃은 핑계였다.  

진짜는 사람이었다.


ⓒ 메트로포천 & metropc.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전체댓글 0

추천뉴스

  • 90세 노모가 입혀준 붉은 점퍼 소통과 효심으로 그리는 포천의 미래
  • 가평 ‘상동터널’ 건립 사업, 행안부 중투심 통과. ‘사업 추진 가속도’
  • 국민의힘, 포천 시의원 선거 ‘위기론’ 확산... 승부수는 ‘필승 전략공천’
  • 임종훈 포천시의장, '험로' 무소속 시의원 3선 도전...
  • 가을 정취 물들이는 허브아일랜드 관광객을 위한 음악회 성황
  • 경민고 총동문회 골프팀 SBS골프 고교골프최강전 4강 진출 쾌거 10월 13일 준결승 격돌
  • 독수리유격대 전몰대원 추모행사 노곡리 전적비서 엄수
  • 옥정 포천 광역철도 대진대역 공사 현장 무법천지
  • (단독)미2사단 한미연합사단 포천서 2026 추석 리셉션 개최 굳건한 한미동맹 다져
  • 도마치계곡 익수 사고 현장서 빛난 포천시 시민안전과의 대응… 군부대 비협조는 뼈아픈 오점

포토뉴스

more +

해당 기사 메일 보내기

[기자수첩] 벚꽃은 핑계였다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