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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지하 100미터가 도시를 바꾼다

  • 양동원 기자
  • 입력 2026.04.06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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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차장 하나, 연결통로 하나가 신도시의 완성도를 결정한다

양주시청 전경.jpg


신도시는 계획으로 태어나지만, 연결로 완성된다.  

넓은 도로와 새 아파트, 상업시설과 공원이 들어서도 막상 살아보면 불편한 도시가 있다. 주차 공간이 부족하고, 철도역은 생겼지만 역까지 가는 길이 불편하고, 상권은 조성됐지만 사람의 흐름이 이어지지 않는다. 시설은 있는데 동선이 끊겨 있는 도시다. 신도시의 역설은 대개 여기서 시작된다.


양주 옥정신도시 역시 그런 과제를 안고 있었다.  

계획도시의 외형은 빠르게 갖춰졌지만, 실제 생활의 밀도는 여전히 보완이 필요했다. 주차난은 시민의 일상 속 불편으로 쌓였고, 옥정-포천 광역철도 201정거장이 들어설 예정임에도 역과 주거지, 상업시설을 잇는 동선은 충분히 매끄럽지 않았다. 도시의 문제는 거창한 부족에서만 생기지 않는다. 작은 단절이 반복될 때 시민은 그 도시를 불편하다고 느낀다.


그 점에서 양주시와 대방건설의 이번 협약은 눈여겨볼 만하다.  

공영주차장 300면 조성, 그리고 주차장과 주상복합, 철도역을 연결하는 지하통로 설치 구상은 단순한 편의시설 확충이 아니다. 그것은 옥정신도시가 이제 ‘건설된 도시’에서 ‘살기 편한 도시’로 넘어갈 수 있느냐를 가늠하게 하는 시험대에 가깝다.


주차난은 도시의 표면에 드러나는 가장 즉각적인 증상이다.  

신도시 초기 계획 단계에서는 실제 입주 이후의 차량 보유 대수, 상권 이용 수요, 유동 인구의 흐름을 완벽히 예측하기 어렵다. 그 차이가 누적되면 주차난으로 나타난다. 문제는 주차 부족이 단순한 불편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불법 주차가 늘고, 도로 흐름이 막히고, 보행자 안전이 위협받고, 상권 방문은 위축된다. 결국 주차는 자동차만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 전체 기능의 문제로 번진다.


300면 규모의 공영주차장이 모든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의미 없는 숫자는 아니다. 주차난 완화의 시작점이 될 수 있고, 특히 철도역과 연결될 경우 그 효과는 훨씬 커진다. 차를 주차한 뒤 지하통로를 통해 곧바로 철도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면, 이 공간은 단순한 주차장이 아니라 환승 거점의 성격을 띠게 된다. 공영주차장의 가치가 ‘빈자리 제공’에서 ‘이동 편의의 결절점’으로 바뀌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시설 자체보다 연결의 발상이다.  

당초 기부채납을 통한 공영주차장 조성만으로도 사업은 마무리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도시는 시설의 나열만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주차장과 철도역이 따로 있고, 상업시설과 주거지가 따로 있으며, 사람의 흐름이 각각 분절돼 있다면 그 시설들은 각자 존재할 뿐 시너지를 만들지 못한다. 연결이 없는 인프라는 섬이고, 연결된 인프라는 شبكة다. 도시의 경쟁력은 결국 이 연결의 밀도에서 나온다.


지하통로 하나가 대단한 변화처럼 들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도시에서 동선은 곧 행동을 바꾼다. 걷기 편하면 사람은 걷고, 갈아타기 편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접근성이 좋으면 상권에 머문다. 반대로 조금만 멀고, 조금만 불편하고, 조금만 우회해야 해도 사람은 움직임을 포기한다. 도시의 선택은 거대한 담론이 아니라 이런 사소한 편의의 축적 속에서 이뤄진다.


이번 협약이 갖는 또 다른 의미는 민관 협력의 현실적 모델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공공이 모든 인프라를 직접 조성하려 하면 예산 부담이 커지고 속도도 늦어진다. 반대로 민간에만 맡기면 공공성은 약해질 수 있다. 공영주차장은 대방건설이 기부채납 방식으로 조성하고, 시는 지하통로 연결과 행정 협의에 나서는 구조는 이 두 한계를 절충한 사례로 읽힌다. 민간은 개발 가치와 분양 매력을 높이고, 공공은 시민 편의와 도시 기능을 강화한다. 각자의 이해가 공공의 이익과 만날 때 협력은 비로소 힘을 발휘한다.


대방건설 입장에서도 철도역과 직접 연결되는 주상복합은 분명한 경쟁력을 갖는다.  

주차 여건이 좋고, 이동 동선이 짧고, 상권 접근성이 높다면 분양 가치와 상업적 매력도 커질 수밖에 없다. 양주시로서도 적지 않은 예산이 들어갈 수 있는 시설을 민간의 자원을 통해 확보하는 셈이니 부담을 덜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 협력이 특정 기업만의 이익으로 귀결되지 않고, 실제 시민의 편의 개선으로 이어지느냐는 점이다. 협약의 성패는 바로 그 결과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물론 아직 넘어야 할 고비는 남아 있다.  

지하 연결통로가 옥정-포천 광역철도 201정거장과 맞물리는 만큼, 현재 진행 중인 광역철도 건설공사와의 조율은 핵심 변수다. 공사 중인 역사와 연결 구조를 추가하는 일은 단순한 설계 변경이 아니다. 안전성 검토, 공사 일정 조정, 사업 시행자인 경기도와의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 협약 체결이 곧 사업 완성을 의미하지 않는 이유다.


오히려 지금이 중요한 시점일 수 있다.  

철도역이 완공된 뒤 다시 연결통로를 만드는 것보다, 건설 과정에서 함께 반영하는 편이 시간과 비용 면에서 훨씬 효율적일 수 있다. 경기도와 양주시가 이 문제를 단순한 부속 협의가 아니라 도시 기능을 높이는 핵심 과제로 인식한다면 더 나은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보다 정교한 협의이고, 보여주기식 성과보다 실현 가능한 설계다.


신도시는 준공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사람이 살기 시작한 이후에야 비로소 도시의 진짜 수준이 드러난다. 출퇴근은 편한지, 주차는 가능한지, 상권은 살아나는지, 걸어서 이동하는 길은 안전하고 효율적인지. 도시의 평가는 지도 위 계획도가 아니라 시민의 일상 속 동선에서 내려진다. 그런 의미에서 옥정신도시의 이번 시도는 단지 한 구역의 편의 증진이 아니라, 신도시가 어떻게 성숙해가는가를 보여주는 과정이기도 하다.


광역철도가 들어오고, 공영주차장이 생기고, 지하통로가 연결된다면 옥정의 생활 편의는 분명 달라질 수 있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시민에게는 이동의 부담이 줄고, 상권에는 체류 시간이 늘고, 도시 전체로는 선택받는 이유가 하나 더 생긴다. 결국 도시의 경쟁력은 거창한 구호보다 “살기 편한가”라는 질문에 달려 있다. 주차가 편하고, 이동이 편하고, 일상이 덜 피곤한 도시. 그 단순한 조건이 인구를 끌어들이고, 인구가 다시 도시를 살아 있게 만든다.


지하 몇십 미터의 연결통로는 작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도시를 바꾸는 것은 종종 그런 작은 연결이다. 동선이 바뀌면 사람의 행동이 바뀌고, 사람의 행동이 바뀌면 도시의 리듬이 바뀐다.


도시 인프라의 힘은 크기보다 연결에 있다.  

그리고 옥정신도시가 지금 필요한 것도 바로 그 연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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