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어든 공원, 사라진 도서관…회천지구의 비용은 결국 시민이 치르게 된다
신도시는 약속으로 시작된다.
더 나은 삶을 설계하겠다는 약속, 더 쾌적한 환경과 더 편리한 생활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이다. 사람들은 그 약속을 믿고 삶의 터전을 옮긴다. 아파트 한 채를 사는 것이 아니라, 공원과 도서관, 커뮤니티센터가 있는 도시의 미래를 함께 산다. 신도시는 그래서 단순한 부동산 개발이 아니라 공공의 신뢰를 전제로 하는 사업이어야 한다.
그런데 정희태 의원의 5분발언에 따르며 회천지구를 둘러싼 사정은 이 단순한 원칙을 다시 묻게 만든다.
2006년 2기 신도시로 지정된 회천지구는 2027년 준공을 앞두고 있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계획은 무려 14차례 바뀌었다. 한두 번의 조정은 이해할 수 있다. 도시 개발은 현실과 맞물려 움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14번은 다른 문제다. 이는 계획이 더 이상 처음의 약속을 지키는 기준이 아니라, 그때그때 사업 여건에 따라 줄이고 바꾸는 도구로 전락했다는 뜻에 가깝다.
더 심각한 것은 변경의 방향이다.
늘 채우는 쪽이 아니라 줄이는 쪽이었다. 공원·녹지 면적은 약 4만9000평 감소했고, 최초 계획 대비 25%가 줄었다. 2014년에는 도서관과 커뮤니티센터 부지가 전면 삭제됐다. 추가된 것이 아니라 사라진 것이다. 사라진 것은 단지 땅의 용도가 아니다. 신도시가 시민에게 약속했던 생활 기반과 공동체 공간, 문화 인프라의 핵심이 함께 줄어든 것이다.
도시는 숫자로만 완성되지 않는다.
법적 기준을 맞췄다는 말은 자주 등장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시민이 체감하는 삶의 질이다. 공원·녹지 면적이 남아 있다고 해서 모두가 같은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 산업단지 뒤편의 완충녹지, 외곽 산지의 임야, 일상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공간까지 포함해 면적 기준을 충족했다고 해서 그것이 곧 생활권 공원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이 뛰어놀고, 어르신이 산책하고, 주민이 모여 쉬는 공원은 숫자 속 녹지와는 다르다. 기준은 맞췄을지 몰라도, 삶의 필요를 채웠다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도서관과 커뮤니티센터 부지 삭제는 더 뼈아프다.
도서관은 책을 쌓아두는 공간이 아니다. 아이들에겐 배움의 공간이고, 청년에겐 준비의 공간이며, 시민 모두에겐 지역의 문화적 중심이다. 커뮤니티센터 역시 주민들이 만나고, 배우고, 공동체를 형성하는 생활의 중심축이다. 이런 시설이 빠진 신도시는 잠은 잘 수 있어도 살기는 불편한 도시가 된다. 아파트는 들어섰지만 도시다운 내용은 비어 있는 것이다. 정희태 의원이 이를 “도시 자족 기능을 약화시키는 결정적 후퇴”라고 지적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결국 이 문제의 핵심은 LH의 공공성이다.
LH는 공공기관이다. 공공기관은 민간보다 더 많은 이익을 남기기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 아니다. 시장 논리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공공의 영역, 수익성보다 필요성이 앞서는 기반시설을 책임지기 위해 존재한다. 그런데 회천지구의 14차례 변경이 공원은 줄이고, 문화시설은 빼고, 분양 가능한 용지는 늘리는 방향으로 흘렀다면, 시민은 묻게 된다. LH는 공공의 이름으로 누구의 이익을 우선했는가.
더 큰 문제는 이 결정의 청구서가 결국 양주시에 돌아온다는 점이다.
택지개발이 끝나면 기반시설의 관리 책임은 지방자치단체로 이관된다. 공원이 부족하다는 민원도, 도서관이 없다는 요구도, 커뮤니티 시설을 더 지어달라는 압박도 결국 양주시가 감당해야 한다. LH가 사업 과정에서 줄인 기반시설을 지방정부가 세금으로 다시 메워야 하는 구조다. 이익은 사업자가 가져가고, 부족함의 부담은 지자체와 시민이 떠안는 셈이다. 이것이야말로 가장 전형적인 공공성의 왜곡이다.
그래서 지금이 중요하다.
2027년 준공 이후에는 늦을 가능성이 크다. 준공 전이 마지막 조정의 시간이고, 마지막 책임의 시간이다. 양주시의회가 미분양 단독주택 용지를 공원 부지로 전환하자고 제안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현실적이다. 팔리지 않는 땅을 시민을 위한 생활 인프라로 돌리자는 것이다. 결국 신도시의 완성은 분양 실적이 아니라 생활의 완성도에서 판가름 난다.
아파트만 많다고 도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 아이들이 자라고, 주민이 만나고, 일상 속에서 숨을 돌릴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비로소 도시가 된다. 회천지구가 반쪽짜리 신도시로 남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줄어든 약속을 다시 채우는 방향으로 계획이 수정돼야 한다. 14번 바뀐 계획이라면 한 번쯤은 시민을 위해 바뀌어도 된다.
신도시는 약속이다.
그 약속이 훼손됐다면, 그 청구서는 결국 시민의 삶으로 돌아온다.
지금 필요한 것은 준공 일정이 아니라, 처음 약속한 도시를 끝까지 완성하겠다는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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