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은 가족이 다시 서로를 바라보게 하는 가장 다정한 방법일지 모른다

같은 집에 살지만 각자 다른 화면을 본다.
식탁에 둘러앉아도 손에는 스마트폰이 있고, 거실에 함께 있어도 마음은 제각각 다른 곳에 가 있다. 가족이 함께 보내는 시간은 분명 줄었고, 함께 있다고 해서 꼭 연결돼 있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시대다. 핵가족화가 가족의 수를 줄였다면, 디지털 기기는 그 남은 가족마저 저마다의 작은 섬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런데 가족을 다시 잇는 방법은 생각보다 거창하지 않을 수 있다.
함께 무언가를 만들고, 함께 실수하고, 함께 웃는 시간.
서로를 설명하려 애쓰기보다, 서로의 자리에 잠시 서보는 경험.
연극은 바로 그런 시간을 가능하게 해주는 예술이다.
포천시가 지원하는 ‘2026 우리 가족 연극 놀이터’가 5월 9일부터 포천아트홀 소극장에서 시작된다고 한다. 유아부터 어르신까지, 세대를 가리지 않고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 가족이 함께 모여 연극을 만들고, 마지막에는 직접 무대에 오른다. 겉으로 보면 문화 프로그램 하나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이것은 가족을 다시 연결하는 다정한 장치에 가깝다.
이 프로그램이 특히 따뜻한 이유는 ‘역할 바꾸기’에 있다.
아이가 어른 역할을 맡고, 어른이 아이 역할을 맡는다. 젊은 세대는 노인의 자리를 연기하고, 어르신은 다시 어린 마음으로 무대에 선다. 평소에는 말로만 하던 “네 입장에서 생각해봐”를, 몸으로 직접 해보는 셈이다.
아이가 부모 역할을 연기하면 부모의 말투를 따라 하게 된다.
그러다 문득 생각하게 된다.
엄마 아빠는 왜 저런 말을 했을까.
왜 그렇게 걱정하고, 왜 그렇게 재촉했을까.
부모도 아이 역할을 해보면 비로소 알게 된다.
어른의 기준이 아이에게는 얼마나 크고 낯선 세계였는지를.
그렇게 연극은 서로의 마음을 설명하지 않고도 조금씩 알게 만든다.
우리는 흔히 가족은 원래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 가장 가까운 사이일수록 오해는 더 쉽게 쌓인다. 너무 익숙해서 묻지 않고, 너무 가까워서 설명하지 않는다. 연극은 그 익숙함을 잠시 비켜서게 한다. 평소와 다른 역할을 맡는 순간, 가족은 늘 보던 얼굴을 조금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 낯설고도 새로운 시선이 관계를 다시 부드럽게 만든다.
이번 프로그램이 더 반가운 것은 단발성 체험이 아니라는 점이다.
5월 9일부터 7월 25일까지, 약 3개월 동안 매주 토요일 함께 시간을 보낸다. 한 번 참여하고 끝나는 행사가 아니라, 서로 호흡을 맞추고 대사를 나누며 천천히 가까워지는 과정이다. 같은 장면을 연습하고, 틀리면 웃고, 다시 맞춰보는 시간 속에서 관계는 조금씩 달라진다. 가족이 꼭 특별한 계기가 있어야 가까워지는 것은 아니다. 이런 반복되는 토요일의 시간이 오히려 더 깊은 변화를 만든다.
마지막 무대는 그래서 더 소중할 것이다.
7월 25일 포천아트홀 소극장에 오르는 공연은 단순한 결과 발표가 아니다. 3개월 동안 함께 보낸 시간의 모양이다. 아이에게는 부모와 함께 완성한 첫 무대가 되고, 부모에게는 아이와 나란히 만들었던 잊기 어려운 한 장면이 된다. 어르신에게는 세대와 세대가 만나 하나의 공연을 만들어낸 귀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공연의 완성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무대에 오르기까지 함께 쌓인 시간이다.
유아부터 어르신까지 전 세대가 함께한다는 점도 이 프로그램을 특별하게 만든다.
보통의 문화 프로그램은 나이별로 구분된다. 어린이, 청소년, 성인, 노인. 각자의 세계는 잘게 나뉘고 서로 만날 기회는 많지 않다. 하지만 이번 연극 놀이터는 그 벽을 낮춘다. 다섯 살 아이와 일흔 살 어르신이 같은 장면을 준비하고 같은 공간에서 웃는 일은 생각만으로도 따뜻하다. 세대는 갈등의 언어로 자주 이야기되지만, 사실은 이렇게 함께 무언가를 해볼 때 가장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무료라는 사실도 이 프로그램의 가치를 더한다.
문화예술은 삶을 풍요롭게 하지만, 때로는 비용이 참여의 벽이 되기도 한다. 형편에 따라 누군가는 쉽게 경험하고, 누군가는 아예 시작조차 못 한다. 하지만 이번 프로그램은 누구나 문을 두드릴 수 있도록 열려 있다. 비용 부담 없이 아이와, 부모와, 조부모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 그것은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문화복지의 가장 바람직한 얼굴 가운데 하나다.
도시의 품격은 이런 데서 드러난다.
큰 건물을 짓고 화려한 행사를 여는 것만이 문화도시는 아니다. 시민이 일상 속에서 문화를 경험하고, 그 경험이 가족의 기억이 되고, 삶의 위로가 되는 도시가 진짜 문화도시다. 포천시가 이런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이유도 결국 거기에 있을 것이다. 문화는 감상의 대상에 머물지 않고, 삶을 돌보는 방식이 될 때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연극 놀이터 하나가 당장 세상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한 가족의 토요일을 바꿀 수는 있다.
서로를 더 오래 바라보게 하고, 더 많이 웃게 하고, 조금 더 이해하게 만들 수는 있다.
그것이면 이미 충분히 큰 변화다.
7월의 무대 위에는 아이가 어른이 되고, 어른이 아이가 되었던 시간이 올라올 것이다.
그 시간은 단지 공연이 아니라, 가족이 다시 서로에게 다가가는 연습의 기록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 그런 시간은 참 귀하다.
그리고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복지는,
바로 그렇게 사람과 사람을 다시 이어주는 따뜻한 시간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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