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화려한 청사진 내놓은 포천시…다문화 국제학교, 현실은 권한도 예산도 불투명
- - 포천 다문화 국제학교 추진, 의지는 보였지만 실현 가능성은 물음표
- - 전국 최초 내세웠지만 설립 권한은 교육청에…재원·교원·학생 수급 대책도 안갯속

경기 포천시가 전국 최초의 초등 단계 ‘다문화 국제학교’ 설립 구상을 꺼내 들었다. 다문화 학생 비율이 높고, 중도입국 학생 비중이 큰 지역 현실을 감안하면 문제의식 자체는 충분히 타당하다. 한국어 부족으로 수업에 적응하지 못하고, 또래 관계에서도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해 보다 촘촘한 교육 지원체계가 필요하다는 데 이견은 크지 않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용역비 2100만원을 들여 6개월에 걸친 연구 끝에 경기도교육연구원이 내놓은 그림은 크고 화려하지만, 정작 실행의 뼈대는 아직 허술하다. ‘전국 최초’라는 수식은 앞세웠지만, 정작 누가 어떻게 학교를 세우고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답은 선명하지 않다. 정책이라기보다 선언에 가깝고, 실행계획이라기보다 구상 발표에 머문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포천시는 8일 ‘다문화 학생 맞춤형 교육 지원 방안 연구용역’ 최종보고회를 열고, 초등학교 단독 모델의 다문화 국제학교 설립안을 제시했다. 다문화 학생 50~60%, 일반 학생 40~50%의 통합형 학생 구성을 하고, 한국어 기반 위에 영어 몰입교육과 IB(국제 바칼로레아), 제2외국어, 예체능 맞춤형 교육을 운영한다는 내용이다. 듣기에는 그럴듯하다. 하지만 바로 그 지점에서 가장 근본적인 질문이 따라붙는다.
◇ 설립 권한도 없는 지자체가 ‘설립 추진’부터 말하는 모순
다문화 국제학교 설립의 실질 권한은 포천시에 없다.
학교 신설과 운영의 주체는 경기도교육청이다. 포천시가 시유지를 검토하고 운영비 일부 지원 의사를 밝힌다 해도, 교육청이 필요성과 타당성을 인정하지 않으면 사업은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결국 이번 발표는 포천시가 직접 실행할 수 있는 사업이라기보다 교육청을 향한 제안서에 가깝다.
그런데도 '최종보고회'라는 표현은 마치 포천시가 곧바로 학교 설립을 밀어붙일 수 있는 것처럼 읽힌다.
이런 방식은 기대를 키우지만 책임은 흐린다. 나중에 사업이 무산되거나 지연돼도 “권한이 없었다”는 말로 빠져나갈 여지를 남기기 때문이다. 애초에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분명히 구분해 시민에게 설명하는 것이 먼저다. 설립 권한은 교육청에 있고, 포천시는 부지와 재정 지원으로 협력하겠다는 수준이라면 그렇게 정확히 말해야 한다.
◇ 국제학교급 청사진, 그런데 돈은 누가 어떻게 대나
더 큰 문제는 재정이다.
초등 다문화 국제학교라는 모델은 일반 학교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건립비는 물론이고, 영어 몰입교육과 IB 프로그램 운영, 상담·통역 인력 확보, 학생 10명당 교원 1명 수준의 배치, 통학 지원까지 감안하면 유지비도 만만치 않다. 그런데 정작 재정 조달 구조에 대한 설명은 거의 없다.
“전국 최초”라는 상징은 강조하지만, 매년 얼마가 들고 누가 얼마나 부담하며, 장기 운영은 어떻게 지속할 것인지에 대한 설계는 보이지 않는다.
한마디로 브랜드는 있는데 예산표는 없다.
정책에서 이 순서는 위험하다. 돈이 빠진 청사진은 비전이 아니라 홍보다.
◇ 학생 수급도 불확실…‘거점학교’ 구상이 오히려 취약성 드러낼 수도
학생 모집 방식 역시 허술한 대목이 적지 않다.
포천시 3년 이상 거주자에게 우선권을 주면서 경기북부권 학생까지 모집하겠다는 구상은 얼핏 교육 거점화 전략처럼 보인다. 하지만 뒤집어 보면 포천만의 수요로는 학교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지 자신하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외부 학생 유입을 전제로 한다면 통학 거리, 통학버스 운영, 학부모 선호도, 인근 지역 교육청과의 협력, 기존 학교와의 관계 설정까지 모두 풀어야 한다.
포천 안에서도 일반 학생 학부모들이 다문화 국제학교를 얼마나 선택할지 장담하기 어렵다. 다문화 학생과 일반 학생을 섞어 통합 교육을 하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실제 현장에서 그 비율이 계획대로 채워질지, 특정 집단으로 편중되지는 않을지에 대한 검토는 더 필요하다.
◇ 현장에 당장 필요한 건 ‘국제학교’보다 한국어·상담 지원일 수 있다
정작 현장에서는 더 절박한 요구가 따로 있다.
중도입국 학생들은 당장 교실에서 한국어를 알아듣지 못해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고, 친구를 사귀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다. 이들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아직 존재하지도 않는 국제학교의 청사진이 아니라, 지금 다니는 학교에서 곧바로 받을 수 있는 한국어 집중교육, 정서 상담, 학부모 통역 지원일 수 있다.
포천시도 이를 의식해 KLS 프로그램 확대를 내놨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이쪽이 훨씬 즉각적이고 효과적인 대책에 가깝다.
그렇다면 우선순위는 분명해야 한다.
장기 구상을 말하더라도, 당장 필요한 단기 지원이 먼저 눈에 띄는 성과를 내야 한다. 그런데 현재의 발표는 현장 지원 확대보다 국제학교라는 상징적 구호에 더 무게가 실려 있다. 실효성보다 주목도를 택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 핵심 인사 빠진 최종보고회…정책 동력에 물음표
이번 사안을 더 어색하게 만든 것은 최종보고회 장면이다.
초등 다문화 국제학교 설립에 강한 의지를 보여온 것으로 알려진 백영현 포천시장과 소성숙 포천교육지원청장이 모두 참석하지 않았다. 일정상의 이유일 수는 있다. 그러나 이런 상징성 큰 자리에서 지자체장과 교육당국 수장이 나란히 빠진 것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학교 설립은 결국 포천시와 교육청의 공동 전선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보고회에서 양쪽 핵심 인사가 동시에 보이지 않았다면, 시민 입장에서는 “정말 추진할 생각이 있는가”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정책의 무게를 보여줘야 할 자리에서 오히려 추진 동력의 빈틈만 드러낸 셈이다.
◇ ‘전국 최초’보다 중요한 건 실패하지 않는 설계다
포천의 다문화 교육 현실이 심각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래서 더더욱 상징 경쟁이 아니라 실무 경쟁이 필요하다.
전국 최초라는 말은 눈길을 끌지만, 교육정책은 최초보다 지속 가능성이 더 중요하다. 실제로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느냐, 교사들이 감당할 수 있느냐, 예산이 유지되느냐, 교육청과 협력이 되느냐가 핵심이다.
지금 포천시 구상은 문제의식은 맞지만, 실행 구조는 약하다.
비전은 과하고, 절차는 흐리고, 비용 설명은 부족하다.
무엇보다 현장 학생들에게 당장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가 잘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태에서 국제학교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정책 추진이라기보다 정치적 메시지로 읽힐 여지가 크다.
포천시가 진정성을 입증하려면 순서를 바꿔야 한다.
먼저 현재 학교에 다니는 중도입국 학생 지원을 대폭 강화하고, 교육청과의 공식 협의 구조를 공개하며, 재정 분담과 운영 로드맵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그다음에야 국제학교 논의도 설득력을 얻는다.
◇ 결론은 간단하다
포천시의 다문화 교육 강화 방향은 맞다.
하지만 지금 내놓은 ‘초등 다문화 국제학교’ 구상은 아직 정책이라기보다 포부에 가깝다.
현장의 절실함을 상징으로 소비해서는 안 된다.
정말 필요한 것은 ‘전국 최초’라는 제목이 아니라,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실제로 작동하는 교육 시스템이다.
전체댓글 0
실시간뉴스
추천뉴스
의정부시
more +단체
more +-
금감원 공시 개편에 삼천당제약 ‘프로핏 쉐어’ 재평가… ‘진가’ 고개를 들다
금융감독원이 제약·바이오 기업의 공시 체계를 전면 개편하고 계약금과 마일스톤, 로열티 및 이익배분 ... -
포천 신북면 ‘포담장터’ 7월 11일 개장… 먹거리·공연·나눔밥상까지 풍성
경기 포천시 신북면에서 지역 주민과 관광객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먹거리 장터가 열린다. 포천 신북면 ... -
[메트로기획] 붓끝에 되살린 소동파의 철학
소동파(蘇軾)의 대표 산문 〈전적벽부(前赤壁賦)〉가 이종훈 포천문화원장의 필치로 대형 서예 작품으... -
[메트로기획] 모수국과 무지랭이골에 대한 연구 ①
경기 의정부시 고산주민센터에서 진행하는 치매예방 프로그램 ‘웃음빵빵 두뇌짱짱’ 수업 시간이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