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정부 ‘추동 숲정원’이 도시에 건네는 위로

도시에서 숲을 만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빽빽한 건물과 자동차 소음, 쉼 없이 흘러가는 일상의 속도 속에서 문득 나무 냄새를 맡고, 바람 소리를 듣고, 흙길의 감촉을 느끼는 순간. 그것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다. 도시인이 잃어버린 감각을 되찾는 시간에 가깝다. 의정부시가 조성 중인 ‘추동 숲정원’은 바로 그런 시간을 시민에게 돌려주려는 시도처럼 보인다.
약 22만 평. 여의도 면적의 4분의 3에 이르는 이 공간은 오랫동안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채 방치돼 있었다. 도심 한가운데 이처럼 큰 녹지가 있으면서도 시민들이 충분히 누리지 못했다는 사실은 역설적이다. 가까이에 있었지만 닿기 어려웠고, 분명 존재했지만 생활 속에서는 없는 공간처럼 여겨졌다. 추동 숲정원 사업은 그 오래된 역설을 바로잡는 일에서 출발했다.
의정부시는 지난 4월 7일 조성 현장을 찾아 추진 현황을 점검하고 주민 의견을 들었다. 능골 무장애길 입구에서 하늘마당, 잣나무쉼터, 물놀이장까지 약 6km 구간을 직접 걸으며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책상 위 도면이 아니라 현장에서 공간을 확인하는 행정,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 숲은 숫자와 보고서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실제로 걷고 머물러보아야 비로소 어떤 공간이 될지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까지의 성과도 적지 않다.
42.2ha 규모의 숲가꾸기와 8.8km 숲길 정비가 이뤄졌고, 과학도서관과 물놀이장 입구, 테마정원도 이미 모습을 갖췄다. 여기에 올해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하늘마당, 잣나무쉼터, 순환산책로 조성이 진행 중이다. 단순히 나무가 많은 장소를 정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민들이 실제로 걷고 쉬고 머물 수 있는 숲의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공간은 효자봉 정상부에 들어설 ‘하늘마당’이다.
주변 경관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고, 일출과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 공간으로 조성된다고 한다. 바쁜 도시 생활 속에서 해가 뜨고 지는 시간을 온전히 바라볼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의미를 가진다. 우리는 늘 시간을 쫓기며 살아가지만, 정작 시간의 흐름을 바라보는 일에는 서툴다. 하늘마당은 단순한 전망대가 아니라, 도시인이 잠시 걸음을 늦추고 하루의 시작과 끝을 느낄 수 있는 장소가 될 수 있다.
잣나무쉼터도 반갑다.
잣나무와 전나무 숲 사이에 목재 데크와 해먹을 설치해 자연 속에서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든다는 계획은 도시 공원의 문법을 조금 다르게 쓴다. 걷기만 하는 공원이 아니라, 멈추고 쉬고 누워 바람을 느끼는 공원. 이 차이는 작지 않다. 도심 속 녹지가 진정한 쉼의 공간이 되려면 ‘통과하는 장소’가 아니라 ‘머무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 잣나무쉼터는 바로 그 가능성을 보여준다.
순환산책로 역시 주목할 만하다.
무장애길 1.4km와 숲둘레길 2.7km로 구성된 이 산책로는 단순한 보행 동선 이상의 의미를 품는다. 무장애길은 노인도, 장애인도, 유모차를 끄는 부모도 함께 걸을 수 있는 숲을 뜻한다. 숲이 특정한 사람들만의 공간이 아니라 모든 시민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여기에 담겨 있다. 난간 하부 조명과 보안 CCTV 설치 계획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아름다운 공간은 안전할 때 비로소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 된다.
도시 숲의 가치는 흔히 미세먼지 저감, 열섬 완화, 탄소 흡수 같은 수치로 설명된다. 물론 모두 중요한 기능이다. 하지만 숲의 가치는 그것만으로 다 말해지지 않는다. 숲은 사람을 조금 느리게 만든다. 빠르게 걷던 발걸음을 늦추게 하고, 손에 쥔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게 하며, 옆 사람과 말을 섞게 만든다. 그 느린 시간 속에서 도시는 비로소 사람을 품는 공간이 된다.
의정부시가 이곳을 “오랫동안 방치된 공간을 시민의 손으로 일궈낸 도심 속 생태 공간”이라고 표현한 것은 과장이 아니다. 방치된 땅을 숲으로 바꾸는 일은 단순한 조경사업이 아니다. 그 공간을 대하는 도시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뜻이다. 쓰이지 않던 땅을 모두의 쉼터로 바꾸는 일, 그것은 결국 도시가 시민에게 무엇을 우선할 것인가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올해 상반기 하늘마당과 잣나무쉼터가 완공되면 추동 숲정원은 한층 더 또렷한 모습을 갖추게 될 것이다. 효자봉 정상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며 저무는 해를 바라보는 사람들, 잣나무 그늘 아래 해먹에 누워 바람을 느끼는 아이들, 무장애길을 따라 천천히 숲을 걷는 가족들. 그렇게 쌓이는 평범한 장면들이 결국 한 도시의 기억이 된다.
방치된 땅이 숲이 되고, 그 숲이 다시 사람을 품는다.
그것은 거창하지 않지만 오래 남는 변화다.
도시가 시민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조용하고 깊은 선물은 어쩌면 이런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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