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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모두의 돌봄’, 구호가 아닌 삶이 되려면

  • 양동원 기자
  • 입력 2026.04.09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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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정부시 복지정책 전략회의가 보여준 복지의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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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는 흔히 숫자로 설명된다.  

예산이 얼마인지, 시설이 몇 곳인지, 수혜자가 몇 명인지가 먼저 제시된다. 물론 숫자는 중요하다. 정책의 규모와 행정의 의지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복지의 진짜 성패는 다른 곳에서 갈린다. 누군가의 하루가 실제로 달라졌는가, 도움의 손길이 가장 필요한 사람에게 닿았는가, 제도가 삶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덜어냈는가에 있다.


의정부시가 4월 8일 연 제16차 복지정책 전략회의는 그런 점에서 눈길을 끈다.  

회의 내용 못지않게 ‘16차’라는 숫자 자체가 의미를 갖는다. 복지정책이 한 번의 발표나 일회성 구호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복지는 선언보다 점검이 중요하고, 계획보다 지속성이 중요하다. 계속 모여 논의하고, 현장을 확인하고, 부족한 지점을 다시 손보는 과정 속에서만 비로소 정책은 제도의 언어를 넘어 삶의 언어가 된다.


이번 회의의 주제는 ‘복지국 소관 시설 활성화 방안’이었다.  

의정부 메모리얼파크, 노인일자리 통합지원센터,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지원센터 등 이미 존재하는 시설을 어떻게 더 잘 활용할 것인지를 논의했다고 한다. 이 대목은 꽤 중요하다. 복지 행정은 종종 ‘무엇을 새로 만들 것인가’에 집중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있는 것을 얼마나 살아 있게 운영하느냐’가 더 중요할 때가 많다. 시설은 지으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쓰일 때 비로소 공간이 된다. 프로그램이 없으면 벽만 남고, 이용자가 없으면 행정적 성과도 금세 공허해진다.


그래서 이번 회의에 현장 관계자들이 함께 참여한 장면은 더욱 의미심장하다.  

복지는 책상 위에서 설계될 수는 있어도, 현장을 거치지 않고 완성될 수는 없다. 시니어클럽 관장,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지원센터장 등 실제 현장에서 이용자와 마주하는 사람들이 논의에 참여했다는 것은, 공급자 중심 행정에서 이용자 경험 중심 행정으로 조금씩 무게추를 옮기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복지정책이 실패하는 가장 흔한 이유는 현장을 모른 채 제도를 만들기 때문이다. 반대로 복지정책이 힘을 얻는 순간은 현장의 감각이 행정의 언어 안으로 들어올 때다.


의정부시 복지정책 가운데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수(水)색대’ 사업이다.  

명예사회복지공무원이 매주 생수를 전달하며 안부를 확인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겉으로 보면 단순한 사업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바로 그 단순함 속에 복지의 본질이 있다. 고독사 위험이 높은 은둔형 독거 가구는 행정이 가장 늦게 발견하는 사각지대다. 스스로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제도와 거리를 두고, 사회와의 연결이 느슨해진 이들에게는 거창한 프로그램보다 먼저 필요한 것이 ‘누군가 나를 기억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생수 한 병은 물건이 아니라 안부이고, 행정이 아니라 관계의 시작이다.


일부 대상자가 사회 참여로 이어졌다는 보고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복지는 단번에 삶을 바꾸는 마법이 아니다. 작은 접촉이 반복되고, 신뢰가 쌓이고, 그 신뢰가 다시 사람을 바깥으로 이끌 때 변화는 시작된다. 결국 복지의 힘은 거대한 제도보다 끊기지 않는 연결에서 나온다. 문을 세게 두드리는 정책보다, 매주 조용히 문 앞에 놓이는 생수 한 병이 더 깊은 변화를 만들 수도 있다는 뜻이다.


전국 최초라는 이름을 단 두 사업도 주목할 만하다.  

보육·교육·돌봄 기능을 집약한 ‘아이돌봄시설 클러스터’, 그리고 ‘최중증 장애인 가족 활동지원사 사업’이다. 두 정책은 기존 복지체계가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던 영역을 겨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아이돌봄 클러스터는 저출산 문제를 단순한 출산 장려금 차원이 아니라, 일상 속 돌봄 공백의 문제로 바라본다. 24시간 어린이집 운영은 특정 시간대에 일하는 부모, 한부모 가정, 예기치 않은 돌봄 공백을 겪는 가정에 실질적 안전망이 될 수 있다. 저출산 대책이 효과를 가지려면 결국 아이를 낳은 뒤의 삶이 버틸 만해야 한다는 사실을 정책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최중증 장애인 가족 활동지원사 사업은 또 다른 점에서 중요하다.  

이 사업은 장애인 당사자만이 아니라, 그 곁에서 돌봄을 감당하는 가족의 삶을 함께 들여다본다. 우리는 종종 돌봄을 받는 사람만 지원의 대상으로 생각하지만, 돌봄은 늘 누군가의 노동과 소진 위에 놓여 있다. 가족이 무너지면 돌봄도 무너진다. 그렇기에 가족 지원은 부수적 배려가 아니라 돌봄체계를 유지하는 핵심 요소다. ‘돌보는 사람도 지원받아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제도로 옮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공무원 전용 시설을 시민에게 개방한 ‘모두의 운동장’ 역시 흥미롭다.  

장애인과 아동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체육복지 공간으로 활용된다는 설명은 복지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힌다. 복지는 꼭 복지관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운동장도, 공원도, 도서관도 복지의 공간이 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시설의 이름이 아니라 그 공간이 누구에게 열려 있느냐다. 닫힌 공간을 여는 일, 특정 집단의 시설을 모두의 장소로 바꾸는 일 역시 복지의 중요한 방식이다.


경기도 최초의 시민 참여형 복지 플랫폼으로 조성된 의정부시사회복지회관의 이용 증가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공간 대관이 늘고 이용자 만족도가 높다는 것은 단순한 운영 실적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사람이 모이는 공간은 연결을 낳고, 연결은 복지의 토대가 된다. 복지는 서비스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관계가 형성되고, 지역사회가 서로를 알아보는 구조가 만들어질 때 비로소 지속성을 얻는다.


‘모두의 돌봄’이라는 브랜드는 말 그대로 야심찬 약속이다.  

모두를 돌본다는 것은 곧 아무도 빠뜨리지 않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노인, 장애인, 아이, 은둔형 중장년, 돌봄을 떠안은 가족까지 시야에 넣겠다는 선언은 쉽지 않은 과제다. 모두를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누군가를 놓치는 일이 복지 현장에서는 반복돼 왔다. 그래서 이 구호가 진짜 힘을 가지려면, 화려한 문장보다 더 집요한 실행이 필요하다.


제16차 전략회의가 의미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복지는 한 번의 결정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사회는 계속 변하고, 사람들의 필요도 달라진다. 중요한 것은 행정이 그 변화를 얼마나 민감하게 읽어내는가, 그리고 사각지대를 얼마나 성실하게 찾아가는가다. 전략회의가 반복된다는 것은 단지 회의 횟수가 많다는 뜻이 아니다. 정책이 현실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있다는 뜻이어야 한다.


결국 복지는 거대한 구호로 증명되지 않는다.  

매주 생수를 들고 문을 두드리는 손길, 야간에도 아이를 맡길 수 있다는 안도감, 돌봄에 지친 가족이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여지,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운동장과 회관 같은 구체적인 장면으로 증명된다. ‘모두의 돌봄’이 진정한 정책 언어가 되려면, 그 말은 더 자주 시민의 하루 속에서 확인돼야 한다.


복지는 완성형이 아니다.  

그래서 더 자주 점검해야 하고, 더 자주 고쳐야 하며, 더 자주 현장을 들여다봐야 한다.  

의정부시의 다음 회의가 기다려지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좋은 복지는 한 번의 결정이 아니라, 누군가의 안부를 놓치지 않으려는 꾸준한 반복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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