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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GTX가 바꾸는 것은 시간만이 아니다

  • 양동원 기자
  • 입력 2026.04.09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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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정부, 교통 혁명을 도시 재편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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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하나가 도시의 운명을 바꾼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역이 생기면 사람이 모이고, 사람이 모이면 소비가 생기고, 소비가 쌓이면 도시의 중심도 함께 이동한다. 반대로 철도망에서 비켜난 도시는 활력을 잃기 쉽다. 철도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도시의 흐름과 밀도를 새로 짜는 인프라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노선이 의정부를 지난다.  

창동까지 약 5분, 삼성까지 약 20분. 숫자만 보면 분명 혁명적이다. 의정부에서 서울로 향하는 시간의 거리가 획기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짜 질문은 그다음에 있다. 시간이 줄어드는 일이 과연 의정부에 온전한 기회이기만 한가. 더 정확히 말하면, 의정부는 이 변화를 스스로의 성장 동력으로 바꿀 준비가 되어 있는가.


GTX는 분명 양날의 검이다.  

접근성이 높아지면 시민들의 이동은 편해진다. 서울의 일자리, 문화, 상업시설에 더 쉽게 닿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환영할 변화다. 하지만 동시에 의정부의 소비와 활동이 더 빠르게 서울로 빨려 들어갈 가능성도 커진다. 교통망이 좋아질수록 지역 상권이 상대적으로 위축되는 이른바 ‘빨대 효과’는 이미 익숙한 도시 현상이다. 결국 교통 개선만으로는 도시 경쟁력을 보장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가느냐보다, 왜 의정부에 머물러야 하느냐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그 점에서 의정부시가 GTX 착공 준비와 함께 도시 구조 재편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은 시의적절하다.  

GTX가 지나가는 도시가 아니라, GTX를 계기로 다시 설계되는 도시가 되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교통 혁명을 도시 혁신으로 연결하지 못하면 의정부는 편리한 통과지에 머무를 수 있다. 반대로 이 변화를 공간과 상권, 생활 구조의 재편과 연결할 수 있다면 GTX는 의정부의 위상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의정부시가 내세우는 전략은 크게 세 축으로 읽힌다.  

하나는 공간 혁신이다. 의정부역 일대를 상업·업무·주거 기능이 결합된 고밀 복합공간으로 재편하겠다는 구상은 단순한 역세권 개발을 넘어선다. GTX 역을 환승 지점에 그치지 않고, 도시의 새로운 중심축으로 세우겠다는 의미다. 도시의 얼굴은 결국 역 주변이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의정부역 일대가 어떤 기능과 분위기를 갖느냐에 따라 GTX 개통 이후 의정부의 인상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둘째는 환승 체계다.  

GTX와 기존 철도, 버스, 보행 동선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복합환승체계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에 가깝다. 교통 거점은 단지 노선이 많이 모이는 곳이 아니라, 그 노선들 사이를 얼마나 불편 없이 이동할 수 있는가로 완성된다. 향후 8호선 연장까지 현실화될 경우 의정부역은 수도권 북부 핵심 교통거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교통의 결절점이 곧 도시의 활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유동인구를 주변 상권과 생활권으로 자연스럽게 확산시키는 설계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셋째는 상권 기능 강화다.  

행복로 특화거리 조성 같은 계획은 GTX 효과를 도시 내부의 소비와 체류로 연결하려는 시도다. 역에서 내려 곧바로 다른 도시로 이동해버리는 구조가 아니라, 걷고 머물고 소비하도록 만드는 거리와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결국 사람은 편리한 교통만으로 머물지 않는다. 머물 이유가 있어야 하고, 다시 오고 싶은 기억이 있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이 세 축이 따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공간 혁신이 따로 가고, 환승 체계가 따로 가고, 상권 활성화가 따로 가면 전략은 단지 여러 사업의 나열에 그칠 수 있다. 역은 편리해졌는데 주변이 비어 있으면 사람은 스쳐 지나갈 뿐이다. 거리는 조성됐지만 보행 흐름이 끊기면 상권은 살아나기 어렵다. 도시 재편은 결국 연결의 기술이다. 교통과 공간, 상권과 보행, 행정과 민간의 리듬이 맞물릴 때 비로소 도시 변화는 현실이 된다.


이 점에서 현장 점검의 의미도 작지 않다.  

의정부역 7번 출구에서 남부 출입구, 1번 출구 앞 에스컬레이터 예정지까지 직접 걸으며 보행 동선과 환승 구조를 확인한 것은 계획을 현실의 감각으로 끌어내리는 과정이다. 도시의 흐름은 도면 위 선으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사람들이 어느 출구로 나오고, 어디서 멈추고, 어느 길로 발걸음을 옮기는가 같은 미세한 움직임이 실제 상권과 공간의 성패를 가른다. 보행 동선 하나, 에스컬레이터 위치 하나가 도시의 체류 시간을 바꾸고, 그 체류 시간이 도시의 소비를 만든다.


GTX-C 개통은 아직 미래의 일이다.  

그러나 도시의 준비는 개통 이후가 아니라 지금 시작돼야 한다. 역이 완성된 뒤에야 주변을 어떻게 바꿀지 고민한다면 이미 늦다. 사람들의 이동 습관이 먼저 굳어지고, 소비 동선이 먼저 형성되며, 도시는 순식간에 ‘통과형 구조’로 고착될 수 있다. 지금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그 습관이 만들어지기 전이기 때문이다.


GTX가 바꾸는 것은 단지 시계 위의 숫자가 아니다.  

사람들이 의정부를 바라보는 방식, 의정부에서 보내는 시간의 질, 이 도시가 스스로를 설명하는 언어까지 함께 바뀔 수 있다. 더 빨리 서울에 가는 도시가 되는 데 그칠 것인지, 아니면 더 많은 사람이 찾아와 머무는 도시로 거듭날 것인지는 결국 지금의 준비에 달려 있다.


철도는 도시를 연결한다.  

그러나 그 연결을 기회로 바꾸는 것은 결국 도시의 상상력과 실행력이다.  

의정부가 GTX를 단순한 교통 호재가 아니라 도시 재편의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다면, 의정부역은 더 이상 서울로 가기 위한 경유지가 아니라 의정부 자체를 목적지로 만드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 준비를 시작할 시간은 개통 후가 아니라,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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