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분 논스톱 정책 간담회서 현장 고충 쏟아져… “규제와 현실의 괴리부터 바로잡아야” 한목소리






경기 포천의 청년 농업인들이 현행 제도와 경직된 행정 규제로 인해 영농 정착과 경영 유지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실질적인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청년 농부들은 특히 대규모 자본을 전제로 한 스마트팜 지원 구조, 외국인 근로자 숙소의 법적 사각지대, 농지 활용 규제, 농업용수 부족, 축산 분뇨 처리 비용, 유통 인프라 미비 등을 공통의 생존 현안으로 지목했다.
박윤국 전 포천시장은 지난 10일 포천시산림조합에서 열린 순회 정책 간담회 ‘박윤국, 청년 농부를 만나다’에 참석해 청년 농업인들과 100분 넘게 논스톱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시설채소, 수도작, 축산, 과수 등 다양한 분야의 청년 농업인들이 참석해 현장에서 겪는 애로를 직접 전달했고, 박 전 시장은 스마트팜, 농지, 용수, 숙소, 축산, 유통을 포함한 12개 주요 현안에 대해 정책 대안을 제시했다.
박 전 시장은 “농업은 더 이상 뒤로 밀릴 산업이 아니라 지역의 미래를 지탱할 전략산업”이라며 “청년들이 농업에 도전하겠다고 나섰는데 제도와 행정이 오히려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의 문제를 현장 눈높이에서 해결하는 행정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국가가 다 하지 못하는 일은 광역과 기초자치단체가 더 가깝고 적극적으로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 “청년형 스마트팜이 필요하다”… 고비용 구조에 막힌 진입장벽
간담회에서 가장 먼저 집중적으로 제기된 문제는 스마트팜 지원 정책의 높은 진입장벽이었다. 현행 정부 지원 구조가 최소 3000평 이상, 자부담 2억5000만 원 이상을 전제로 한 대규모 시설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초기 자본과 담보 여력이 부족한 청년들에게는 사실상 진입 자체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참석자들은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처음부터 대규모 시설이 아니라 포천 지역 여건에 맞는 600평 안팎의 보급형 스마트팜 모델”이라며 “시작할 수 있는 규모의 지원 체계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 전 시장은 이에 대해 “획일적인 대규모 지원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 현실에 맞는 소규모 보급형 스마트팜 모델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며 “충남 금산 등 선진 사례를 참고해 보조 비율 확대와 현실적 지원 구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금융 지원 체계의 경직성도 문제로 제기됐다. 2025년 청년창업농 선정자 가운데 일부는 전년도 선정자의 미사용 예산 구조 문제로 융자 신청이 반려되는 일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는 “선정이 됐는데도 실제 자금 집행이 막히는 구조는 제도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박 전 시장은 “시와 농업기술센터가 연계해 보증 개념의 선지원 후정산 방식 등 보완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중앙정부를 상대로도 예산 배정과 융자 구조 개선을 강하게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 “정상적인 영농 활동이 불법 취급”… 숙소·체험시설 양성화 요구
청년 농업인들은 규제와 현장 현실의 괴리도 강하게 호소했다. 외국인 근로자 숙소는 농촌 인력 운영에 필수적이지만 합법적인 설치·운영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많은 농가가 행정 처분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체험·치유·판매 기능을 겸하는 시설 역시 농지를 훼손하지 않았음에도 농지법 위반으로 해석돼 벌금과 이행강제금 대상이 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하영 포천 딸기힐링팡 대표는 “스마트팜 운영에 꼭 필요한 관제실과 판매시설을 설치했다는 이유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600만 원의 벌금을 냈다”며 “현장에서는 필요한 시설인데 제도는 여전히 불법으로 본다. 최소한의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지금의 농업은 단순 생산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며 “재배와 유통, 체험, 교육, 치유, 판매가 결합된 복합 산업으로 바뀌고 있는데 제도는 과거 농업의 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박 전 시장은 “외국인 숙소 문제는 더 이상 회색지대에 둘 수 없다”며 “합법화를 위한 조례 제정과 특별 양성화 사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농지를 실질적으로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체험·교육·판매시설 등을 허용할 수 있도록 농지법상 일시 허가제도 도입 등 적극 행정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 축산 분뇨 처리비·유통 인프라 부족… “공공의 역할 더 커져야”
축산 분야에서는 분뇨 처리 비용 부담이 핵심 현안으로 떠올랐다. 신솔 청년 농업인은 “연간 분뇨 처리비가 수익의 13%에 이를 정도로 부담이 크다”며 “개별 농가가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2023년 중단된 630억 원 규모 축산분뇨 공공처리시설 재추진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이에 박 전 시장은 “축산 농가의 처리 단가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공공처리시설 문제도 다시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북부권 농가들은 저온저장고와 소포장 시설 부족 문제도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영북·관인면 등 북부 지역은 저장·선별·포장 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해 생산물을 제값에 판매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참석자들은 저온저장고와 벽돌형 진공포장 설비를 갖춘 권역별 공동 이용시설 확충을 요청했다.
현장에서는 “생산만 잘해서는 소득이 보장되지 않는다. 저장과 유통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청년 농업인도 버틸 수 있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 농업용수 확보도 중장기 과제… 한탄강댐 다목적 전환 제안
중장기 과제로는 농업용수 확보 문제가 제시됐다. 일부 참석자들은 지하수 고갈과 수질 문제 등으로 물 부족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한탄강댐을 홍수조절 중심에서 농업·공업용수까지 아우르는 다목적댐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박 전 시장은 “기후위기와 물 부족이 일상이 된 상황에서 농업용수 문제를 더 이상 후순위로 둘 수 없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안정적인 용수 확보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또 “과거 그린농업대학 운영과 농기계 임대사업을 시작했던 경험을 살려 청년 농업인 인큐베이팅 체계와 현장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겠다”며 “포천이 미래형 스마트 농업의 중심지로 갈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 “청년이 버티는 농촌이 아니라, 청년이 정착하는 농촌으로”
이번 간담회는 청년 농업인의 문제를 단순한 지원 확대 차원이 아니라 ‘제도적 유연성’과 ‘행정의 현실 적합성’이라는 관점에서 드러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현장 참석자들은 공통적으로 “청년들이 농업을 떠나는 이유는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버티고 싶어도 버티기 어려운 구조 때문”이라고 호소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청년 농업인들은 “농업은 낭만이 아니라 생존의 현장”이라며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격려만이 아니라 시작할 수 있는 문턱, 처벌받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제도, 지속적으로 버틸 수 있는 기반”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 전 시장은 “청년 농부들의 헌신과 일관성이 포천 농업의 미래를 만든다”며 “정치와 행정의 역할은 현장의 고충을 듣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제도 개선으로 연결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이번 간담회에서 제기된 12개 현안은 향후 박 전 시장의 농업 분야 핵심 공약으로 구체화될 전망이다. 청년 농업인들이 호소한 스마트팜 진입장벽 완화, 숙소와 농지 활용 규제 양성화, 축산 부담 완화, 유통 인프라 확충, 농업용수 확보 등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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