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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5%의 리본 커팅, 95%의 각자도생… 포천 농정의 ‘기숙사 착시’

  • 양상현 기자
  • 입력 2026.04.16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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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시비 12.3억 투입해 20명 수용 시설 준공… 김현규 의원 “배정 인원 5%만 혜택, 공공형 숙소 대폭 확충해야”

1 포천시, 농업분야 외국인 근로자 기숙사 준공 및 입소식 개최.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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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가위질 소리와 함께 테이프가 잘려 나갔다. 12억 3,000만 원이라는 적지 않은 세금이 투입된 포천시 외국인 근로자 기숙사 준공식 현장이다. 시는 ‘농촌 인력난 해소의 신호탄’이라며 자축했지만, 그 요란한 축배의 이면에는 차가운 산술적 진실이 숨어 있다. 437명 대 20명. 전체 수혜율 4.6%. 이 잔인한 숫자가 말해주는 것은 인력난 해소가 아니라, 행정의 ‘생색내기’가 정점에 달했다는 조소 섞인 증거다.


■ ‘전시 행정’의 함정: 20명을 위한 12억 원, 나머지 417명은 어디로?


지상 2층의 깔끔한 건물, 2인 1실의 쾌적한 환경은 분명 권장할 만한 주거 모델이다. 그러나 정책은 ‘전시회’가 아니다. 포천 농촌 현장에서 땀 흘리는 외국인 계절근로자 437명 중 고작 20명만이 이 혜택을 입는다. 나머지 95%인 417명은 여전히 컨테이너나 비닐하우스 내 가설 건축물 같은 열악한 주거 환경을 전전하며 ‘각자도생’해야 한다.


정책의 효용성은 ‘평균’과 ‘분포’에서 나온다. 단 5% 미만의 근로자에게만 ‘특혜’에 가까운 시설을 제공하고 나머지 95%를 방치하는 것은 인구 정책이 아니라 로또에 가깝다. 12억 원의 예산이 20명의 주거 질을 높이는 데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포천 농업 전체의 ‘시한폭탄’인 인력 이탈 문제를 해결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규모다.


■ 주거권의 양극화가 부르는 ‘이탈의 악순환’


농촌 현장에서 외국인 근로자의 무단이탈은 농가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이들이 짐을 싸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인간답게 살 수 없는 주거 환경’이다. 시가 제공한 20인용 기숙사는 역설적으로 나머지 농가와 근로자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준다. 옆 농장 친구는 현대식 기숙사에 사는데, 나는 곰팡이 핀 가설 건축물에 머물러야 한다면 그 심리적 이탈 방지선은 쉽게 무너진다.


결국, 이번 기숙사 건립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보여주기식 행정’의 전형이다. "우리는 이만큼 노력했다"라는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가장 절박한 95%의 현실을 외면한 채 번듯한 건물 한 채를 짓는 데 급급했던 것은 아닌가.


■ 대안: ‘건물’이 아닌 ‘시스템’을 지어라


포천시가 진정으로 농민의 시름을 덜고 싶다면, 점 단위의 기숙사 건립에서 선 단위의 ‘공공형 주거 시스템’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첫째, 민간 자원과의 결합: 수십억 원을 들여 새로 건물을 짓는 방식은 속도와 규모 면에서 한계가 명확하다. 지역 내 빈집, 노후 펜션, 민박 시설을 시가 임대하여 ‘공공형 숙소’로 리모델링하고 농가에 저렴하게 제공하는 방식이 훨씬 효율적이다.

 

둘째, ‘표준 주거 기준’의 엄격한 적용과 지원: 농가에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시가 정한 최소 주거 기준을 맞춘 농가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세제 혜택을 주는 방식의 ‘인센티브 행정’이 병행되어야 한다.

 

셋째, 거점별 소규모 숙소 확충: 대규모 기숙사 한두 곳보다는 농가 접근성이 좋은 지역 곳곳에 소규모 모듈러 주택 등을 신속히 배치하여 ‘수혜의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


행정은 ‘커팅’할 리본을 찾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신음하는 다수를 위해 ‘시스템’을 짜는 일이다. 20명의 입소를 축하하기 전에, 기숙사 담벼락 너머에서 소외된 417명의 근로자와 그들을 바라보는 농민들의 타들어 가는 심정을 먼저 살펴야 했다. 


포천시는 이제 ‘몇 명을 수용했느냐’는 치적 보고를 멈추고, ‘어떻게 하면 437명 전원이 포천을 떠나지 않게 할 것인가’라는 본질적인 물음에 답해야 한다. 정책의 온기는 신축 건물의 벽돌이 아니라, 소외된 95%의 현장 속으로 스며들어야 한다.


20명을 위한 번듯한 기숙사가 포천 농업의 미래를 바꿀 ‘희망’이 될지, 아니면 95%를 가린 ‘가림막’이 될지 시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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