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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간판만 바꾼 공사, 책임만 옮겨 심은 조직

  • 양상현 기자
  • 입력 2026.04.17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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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천도시공사는 왜 아직도 ‘개발 주체’가 아니라 ‘시청의 그림자’로 보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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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포천도시공사가 2023년 시설관리공단에서 도시공사로 전환될 때만 해도 시민들이 기대한 것은 분명했다. 이름만 바꾸는 조직 개편이 아니라, 포천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지역 균형 발전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공적 개발 주체로의 변신이었다. 


그러나 전환 이후의 행보를 보면, 지금의 포천도시공사는 “도시공사”라는 간판에 걸맞은 실력을 보여주고 있는가라는 질문 앞에서 선뜻 긍정하기 어렵다. 오히려 시민들 눈에 비치는 모습은 여전히 단순 위탁·수탁 업무를 대신 처리하는 행정 보조기관, 다시 말해 ‘시청의 그림자’에 가깝다.


◇ 공사 전환 3년 차, 달라진 것은 이름뿐인가


도시공사는 본래 지역 개발과 공공성, 사업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조직이다. 단순 시설 유지관리만 하는 곳이 아니라, 지역의 유휴 자산을 발굴하고, 수익성과 공익성을 함께 고려한 사업 모델을 만들며, 행정이 하기 어려운 중장기 개발 과제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그런데 포천도시공사는 공사 전환 이후에도 이런 본령보다 여전히 시가 넘기는 위탁사업 수행에 무게가 실려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단순히 “맡은 일이 많다”는 데 있지 않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그 일이 포천의 미래를 설계하는 능동적 사업이 아니라, 시가 직접 떠안기 부담스러운 사업을 대신 관리하거나 수습하는 수동적 업무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구조가 계속된다면 도시공사는 개발 전문기관이 아니라, 시청 조직 바깥에 설치된 우회 행정창구로 기능할 뿐이다. 그럴 거라면 굳이 도시공사라는 외형을 만들 이유가 무엇인지 시민들은 묻게 된다.


◇ ‘자체 사업’ 없는 도시공사, 존재 이유부터 흔들린다


도시공사의 경쟁력은 결국 스스로 기획한 사업에서 드러난다. 외부에서 떨어지는 위탁사업만 수행해서는 결코 전문성을 입증할 수 없다. 그런데 현재 지적되는 내용을 보면 포천도시공사는 공사 전환 이후에도 자발적인 수익사업 모델이나 독자적 개발 프로젝트를 뚜렷하게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일부 개발 사업은 지지부진하고, 지역사회가 체감할 만한 성과 역시 분명하지 않다.


이 대목에서 가장 날카롭게 물어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포천도시공사는 지금까지 무엇을 새로 만들어냈는가.  


도시공사는 이름이 아니라 성과로 증명하는 조직이다. “앞으로 하겠다”, “검토 중이다”, “여건이 어렵다”는 설명은 전환 초기에는 통할 수 있어도, 시간이 흐른 뒤에도 반복된다면 무능의 변명으로 들릴 뿐이다. 개발사업 기능 강화를 내세워 출범했음에도 시민이 기억할 만한 대표 사업 하나 제대로 축적하지 못했다면, 그 조직은 아직도 공사로서의 체질 전환에 실패한 것이다.


◇ 내부는 피로한데, 바깥에는 성과가 없다


조직의 전문성 부재는 대개 내부 운영의 왜곡과 함께 나타난다. 정원은 적지 않은데 현원은 부족하고,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일하는 인력은 과부하에 시달리며, 관리직은 성과를 말하지만 정작 보여줄 성과가 빈약한 구조. 이런 모습은 많은 공공기관이 무너질 때 공통적으로 드러내는 징후다.


특히 현업직과 공무직의 노동 강도는 높은 반면, 조직 내 성과와 보상, 명분은 일반직과 임원 중심으로 배분된다는 불만이 누적된다면 이는 단순한 인사 문제를 넘어 조직 신뢰의 붕괴로 이어진다. 전문기관은 직함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실무자가 존중받고, 성과가 공정하게 평가되며, 적재적소 인사가 이루어질 때 비로소 역량이 쌓인다. 그런데 특정 발탁 인사나 자리 보전성 인사에 대한 의구심이 반복된다면, 시민 입장에서는 “사업도 없는데 자리는 왜 늘어나느냐”는 냉소적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무능보다 더 위험한 것은 불공정이다. 무능은 고치기라도 할 수 있지만, 불공정은 조직 전체의 동력을 갉아먹는다. 내부 구성원이 “열심히 일해도 달라질 게 없다”고 느끼는 순간, 그 조직은 이미 미래를 설계할 자격을 상당 부분 잃는다.


◇ 혈세로 버티는 공사라면, 더 엄격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


예산 구조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자체 수익 비중은 낮고, 시 위탁사업비와 운영비 의존도가 높은 구조라면 그 자체로 시민에게 설명 책임이 발생한다. 공공기관이 반드시 큰 이익을 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왜 이 조직이 별도의 법인 형태로 존재해야 하는지, 어떤 공공적·재정적 효율을 만들어내고 있는지는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시가 벌여놓은 사업의 관리와 수습을 공사가 떠맡고, 그에 따른 비용을 공공성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는 방식이 반복된다면 이는 책임의 분산이지 효율의 증대가 아니다. 행정 실패의 후속처리를 도시공사에 넘긴다고 해서 실패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책임 소재만 흐려질 뿐이다.


시민의 입장에서 가장 불쾌한 장면은 바로 이것이다. 책임은 흐리고, 예산은 쓰고, 성과는 없다.  


이 삼박자가 반복되는 조직이라면, 그것은 공기업의 탈을 쓴 행정 완충지대에 불과하다. 시민 혈세로 운영되는 기관일수록 “무엇을 얼마나 잘했는가”뿐 아니라 “왜 이 기관이 꼭 필요한가”까지 증명해야 한다.


◇ 6군단 부지 개발을 주도할 역량이 있는가


이제 관심은 더 큰 문제로 향한다. 포천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6군단 부지 활용, 신도시급 개발 의제, 지역 산업·주거 재편 같은 중대 현안에서 포천도시공사가 과연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냉정히 말해, 현재까지 드러난 모습만 놓고 보면 시민들이 선뜻 신뢰하기는 어렵다.


대형 개발사업은 시설 관리 경험만으로 수행할 수 없다. 도시계획, 재무구조 설계, 민관 협력, 토지 활용 전략, 리스크 관리, 주민 수용성 확보, 법률 검토, 투자 유치 등 고도의 복합 역량이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처럼 신규 사업 발굴 역량도, 조직 전문성도, 예산 자립성도 분명히 입증되지 않은 상태라면 6군단 부지 같은 대형 프로젝트를 맡기자는 주장은 기대보다 우려를 더 키울 가능성이 크다.


도시공사가 진정 그런 역할을 원한다면 먼저 보여줘야 한다. 작은 사업에서라도 기획력과 실행력을 증명하고, 자체 수익 구조를 조금씩이라도 만들고, 전문 인력을 제대로 채용·배치하며, 시민에게 사업 성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이런 기본도 못한 채 “큰 사업은 잘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설득이 아니라 공허한 선언이다.


◇ 지금 필요한 것은 홍보가 아니라 구조조정 수준의 자기혁신


포천도시공사에 지금 필요한 것은 번듯한 구호나 대외 홍보가 아니다. 필요한 것은 냉정한 자기 진단이다.  

무엇을 계속할 것인가.  

무엇을 버릴 것인가.  

무엇을 새로 만들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도시공사는 앞으로도 시청이 맡기기 곤란한 일을 대신 처리하는 ‘행정 하청기관’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시민이 원하는 것은 시청의 부담을 덜어주는 조직이 아니라, 포천의 미래 가치를 높이는 조직이다.


포천도시공사는 이제 선택해야 한다.  

계속해서 시의 그림자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 책임지고 성과를 만들어내는 진짜 공기업으로 거듭날 것인가.  


간판은 이미 바뀌었다. 이제 바뀌어야 할 것은 체질이다. 그 변화가 없다면 시민들은 머지않아 이렇게 말할 것이다.  

“도시공사가 아니라, 이름만 바꾼 시설관리공단 아니었느냐”고.


◇ 결론


현재의 포천도시공사를 두고 묻는다면, 6군단 부지 개발 같은 대형 현안을 주도할 역량이 충분히 입증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금의 모습은 독자적 개발 주체라기보다 여전히 시청의 그림자에 가깝다. 그렇기에 더더욱 필요한 것은 막연한 낙관론이 아니라 혹독한 검증과 전면적 혁신이다. 시민의 감시는 비판으로 끝나선 안 된다. 그 감시가 조직을 바꾸는 압박이 될 때, 비로소 포천도시공사도 존재 이유를 증명할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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