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리기 곤란했던 폐의약품, 이제는 생활권에서 해결한다
- 생활 행정의 좋은 방향을 보여준 의정부시
행정의 가치는 거창한 구호보다 시민의 일상 속에서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도시의 품격은 대형 개발사업이나 화려한 청사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오히려 시민이 매일 마주하는 작고 불편한 문제를 얼마나 세심하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행정의 수준이 판가름난다. 그런 점에서 의정부시가 관내 31곳에 폐의약품 수거함을 설치한 일은 규모는 크지 않아 보여도 매우 의미 있는 정책적 진전으로 평가할 만하다.
◇ 버리기 곤란했던 폐의약품, 이제는 생활권에서 해결한다
폐의약품은 누구나 한 번쯤 처리에 난감함을 느끼는 생활 폐기물이다. 먹다 남은 감기약, 유통기한이 지난 처방약, 쓰다 남은 연고나 시럽은 집 안 서랍에 쌓이기 쉽고, 배출 방법을 몰라 일반 쓰레기와 함께 버려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폐의약품은 일반 생활폐기물과 달리 환경오염과 안전 문제를 함께 안고 있는 유해 폐기물이다. 그만큼 올바른 수거 체계가 중요하다.
의정부시가 동 주민센터 15곳과 공동주택 16곳, 총 31개소에 폐의약품 수거함을 설치한 것은 바로 이 지점을 정확히 겨냥한 조치다. 시민들이 굳이 먼 곳을 찾아가지 않아도 생활권 안에서 편리하게 배출할 수 있도록 한 것은 행정의 접근성을 높인 모범적 사례라 할 수 있다. 특히 주민센터 외부 출입구 인근이나 공동주택의 관리사무소, 분리수거장 같은 익숙한 공간을 활용한 점은 실효성을 높이는 세심한 배치로 보인다.
◇ ‘환경 보호’와 ‘시민 편의’를 함께 잡은 정책
좋은 정책은 공익적 가치와 시민 편의를 동시에 고려한다.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이용하기 불편하면 참여는 낮아지고, 제도는 형식에 머물기 쉽다. 이번 사업은 기존 약국 중심 수거 체계의 한계를 보완하면서 시민들이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상시 수거 기반을 넓혔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이는 단순히 수거함 몇 개를 늘린 사업이 아니다. 가정 내 방치되거나 부적절하게 버려질 수 있었던 폐의약품을 안전한 처리 체계 안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환경행정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조치다. 특히 고령화와 만성질환자 증가로 가정 내 잔여 의약품이 늘어나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번 사업은 시대 변화에 맞춘 생활밀착형 대응이라고 볼 수 있다.
◇ 주민참여예산의 취지를 잘 살린 사례
이번 사업이 주민참여예산으로 추진됐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주민참여예산의 진정한 의미는 시민의 일상에서 필요로 하는 문제를 행정이 함께 해결하는 데 있다. 그런 점에서 폐의약품 수거함 설치는 보여주기식 사업이 아니라 시민 생활의 실제 불편을 덜어주는 예산 집행의 좋은 본보기다.
1천850만 원이라는 예산이 결코 작은 의미만을 갖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를 썼느냐보다 어디에 썼느냐이다. 시민의 건강과 환경 안전, 생활 편의라는 세 가지 가치를 동시에 지키는 데 쓰였다면 그 예산은 충분히 값진 투자다. 행정은 때로 대규모 예산보다 이런 촘촘한 생활 정책에서 더 큰 신뢰를 얻는다.
◇ 올바른 배출 문화까지 이끄는 계기 되어야
이번 사업이 더욱 반가운 이유는 단순한 시설 설치에 그치지 않고, 올바른 폐의약품 배출 방법까지 함께 안내하고 있다는 점이다. 알약, 가루약, 액체류, 연고와 안약 등 제형별 배출 방법을 시민들에게 알리는 것은 정책의 완성도를 높인다. 수거 인프라와 시민 인식 개선은 함께 갈 때 효과가 커진다.
결국 이런 정책은 시민 참여가 뒷받침될 때 더 빛을 발한다. 폐의약품은 아주 작은 실천만으로도 환경 보호와 안전사고 예방에 기여할 수 있는 분야다. 한 사람의 올바른 배출 습관이 모이면 도시 전체의 환경 의식도 한층 성숙해질 수 있다. 이번 수거함 설치는 단순한 행정 조치가 아니라, 시민과 행정이 함께 만들어가는 환경 실천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 생활 행정의 좋은 방향을 보여준 의정부시
의정부시의 이번 조치는 크고 화려하진 않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 높이 평가할 필요가 있다. 시민이 실제로 겪는 불편을 줄이고, 환경오염을 예방하며, 생활 속 안전까지 챙기는 정책은 도시 행정이 지향해야 할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역할이다.
폐의약품 수거함 31곳 설치는 단순한 시설 확충이 아니다. 그것은 시민의 일상을 더 안전하게 만들고, 도시의 환경 책임을 더 촘촘하게 만든 생활 행정의 진전이다. 이런 정책이 하나둘 쌓일수록 시민은 행정을 더 가까이 느끼고, 도시는 더 건강한 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다.
◇ 결론
의정부시의 폐의약품 수거함 설치 사업은 작지만 결코 작지 않은 정책이다. 시민의 편의, 환경 보호, 안전한 자원순환 체계를 함께 고려한 이번 조치는 생활밀착형 행정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기에 충분하다. 시민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번 사업은 ‘버리는 방식’까지도 도시의 품격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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