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약 나열로는 부족하다…의정부 시민사회가 던진 ‘도시 전환’의 질문
- 6·3 지방선거 앞두고 정책 워크숍 성료…반환공여지 활용, 협치 시스템 구축, 미래 산업 기반 마련이 핵심 과제로 부상

2026년 6월 3일 치러지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의정부 지역 시민사회가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의정부 지역 21개 시민단체가 참여한 의정부시민사회연대회의가 지난 4월 23일 의정부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정책생산 워크숍을 열고 차기 시정에 반영할 핵심 과제를 도출한 것은, 단순한 행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선거철마다 반복돼 온 선언적 공약과 인물 중심 경쟁을 넘어, 시민이 직접 도시의 미래 의제를 설계하겠다고 나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워크숍은 시민참여, 기후환경, 교육, 문화예술, 지역경제, 노동, 성평등, 사회적경제, 사회복지, 공공의료 등 12개 분야에서 진행됐다. 겉으로 보면 통상적인 정책 토론회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메시지는 분명하다. 시민사회는 이제 선거 국면에서 단순한 감시자나 평가자에 머무르지 않고, 정책 생산의 주체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미군반환공여지와 군부대 부지를 활용해 의정부를 ‘스타트업의 메카’로 조성하자는 지역경제 분야 제안이다. 이는 단순히 청년 창업 몇 건을 늘리자는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다. 의정부 발전의 구조적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핵심 자산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를 어떤 방향으로 전환해야 하는지에 대한 전략적 문제 제기다.
그동안 의정부는 수도권 북부라는 입지, 군사도시라는 역사, 서울 인접 생활권이라는 조건 속에서 성장 가능성과 규제의 한계를 동시에 안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 미군반환공여지 활용 문제는 단순한 부지 개발 이슈가 아니라, 의정부가 소비·주거 중심 도시를 넘어 미래 산업도시로 전환할 수 있느냐를 가르는 시험대라고 할 수 있다. 시민사회가 이 지점을 지방선거 핵심 의제로 끌어올린 것은 충분히 주목할 만하다.
발표자 측이 제시한 ‘의정부시 디지털 질서 구축 등 11개 정책 과제’와, 지난해 통과된 발전기금을 마중물로 삼아 해당 부지를 경기도 주관 국책사업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같은 맥락에 있다. 핵심은 분명하다. 단순한 난개발이나 일회성 투자 유치가 아니라, 공공성과 미래 산업 전략을 결합한 장기 도시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판교 테크노밸리를 넘어서는 경제거점을 만들자는 표현은 다소 도전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그 수사의 크기가 아니라 의정부가 더 이상 수동적으로 주변부에 머물지 않겠다는 문제의식이다.
다만 이런 비전이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몇 가지 보완도 필요하다. 첫째, ‘스타트업 메카’라는 구호가 실제 산업 생태계 조성 전략으로 구체화돼야 한다. 창업 공간 조성만으로는 부족하다. 인재 유입, 연구개발 기반, 투자 연계, 교통 인프라, 정주 여건, 대학 및 기관 협력 같은 조건이 함께 설계돼야 한다. 둘째, 반환공여지 활용이 특정 개발 논리에 매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시민사회가 제안한 만큼, 향후 실행 과정에서도 시민 참여와 공공성 원칙이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셋째, 지방선거 후보들은 이 문제를 상징적 공약 수준에서 소비하지 말고, 재원 조달과 행정 절차, 중앙정부 및 경기도 협의 방안까지 포함한 실천계획으로 답해야 한다.
이번 워크숍의 또 다른 의미는 정책 결정 과정에 시민의 의사가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구조를 만들자는 데 있다. 최경호 상임대표가 말한 ‘모두의 도시’는 결국 행정이 시민 의견을 듣는 수준을 넘어, 시민이 시정 설계와 평가의 제도적 한 축이 되어야 한다는 제안으로 읽힌다. 이는 지방자치의 본령과도 맞닿아 있다. 선거 때만 시민을 호명하고, 선거가 끝나면 정책 결정이 다시 행정과 정치권 내부로 닫혀버리는 구조로는 지역의 신뢰도, 정책 지속성도 확보하기 어렵다.
연대회의가 향후 각 정당과 후보자들에게 공식 정책 제안서를 전달하고, 선거 이후에도 인수위원회 참여나 협치위원회 설치 등을 통해 정책 실행력을 점검하겠다고 밝힌 점은 그래서 더 중요하다. 정책은 발표보다 이행이 어렵고, 이행보다 지속이 어렵다. 결국 이번 워크숍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정책이 후보 공약집에 반영되느냐보다, 선거 이후 실제 시정 시스템 속에서 얼마나 살아남느냐에 달려 있다.
이번 움직임은 의정부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포천시를 비롯한 경기 북부 지자체들 역시 미군 공여지 반환과 활용, 산업 기반 전환, 도시 정체성 재설계라는 공통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의정부 시민사회의 정책 제안은 한 지역의 선거 대응을 넘어, 경기 북부 전체가 어떤 성장 전략과 협치 모델을 선택할 것인지 묻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지방선거는 단순히 시장이나 시의원을 뽑는 절차가 아니다. 도시의 향후 4년, 길게는 10년의 방향을 정하는 과정이다. 이제 후보들은 시민사회가 던진 질문에 답해야 한다. 의정부를 어떤 도시로 만들 것인가. 반환공여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시민은 정책의 대상인가, 아니면 설계자인가. 이번 선거가 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 경쟁은 인물의 크기가 아니라 도시 비전의 깊이로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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