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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시민이 먼저 그린 의정부의 미래, 이제 정치가 답할 차례다

  • 양상현 기자
  • 입력 2026.04.24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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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거는 다가오는데 비전은 있는가…의정부 시민사회가 먼저 꺼낸 도시 설계도
  • 12개 분과 정책 논의 통해 지방선거 의제 선점…미군반환공여지 국책사업화와 시민 참여형 시정 시스템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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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가 다가오면 도시 곳곳에는 늘 비슷한 말들이 넘쳐난다. 발전, 혁신, 교통, 경제, 복지. 익숙하고도 그럴듯한 단어들이 쏟아지지만, 정작 선거가 끝난 뒤 시민의 삶 속에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는 선명하게 남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선거철이 되면 사람들은 공약보다 피로감을 먼저 떠올리곤 한다. 약속은 많았지만, 도시는 얼마나 달라졌느냐는 질문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의정부 지역 시민사회가 보여준 움직임은 눈여겨볼 만하다. 의정부 지역 21개 시민단체가 참여한 시민사회연대회의가 2026년 6월 3일 치러지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책생산 워크숍을 열어 차기 시정에 반영할 과제들을 논의한 것은, 선거를 바라보는 시민사회의 태도가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는 선거를 정치권만의 무대로 두지 않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번 워크숍의 핵심은 단순히 여러 의제를 나열한 데 있지 않다. 시민참여, 기후환경, 교육, 문화예술, 지역경제, 노동, 성평등, 사회적경제, 사회복지, 공공의료 등 12개 분야를 놓고 시민과 활동가, 전문가들이 함께 지역의 미래를 토론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는 선거를 앞두고 누가 더 큰 구호를 외치느냐의 경쟁이 아니라, 어떤 도시를 만들 것인가를 묻는 과정에 가깝다.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미군반환공여지와 군부대 부지를 활용해 의정부를 ‘스타트업의 메카’로 조성하자는 제안이다. 이 제안은 자칫 화려한 구호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의정부가 안고 있는 오래된 과제를 정면으로 건드리고 있다. 의정부는 오랫동안 군사도시라는 특성과 수도권 북부라는 지리적 조건 속에서 성장의 가능성과 제약을 동시에 안아온 도시다. 서울과 가깝지만 늘 중심은 아니었고, 개발 가능성은 있었지만 규제와 구조적 한계에 자주 발목이 잡혔다. 그런 의정부에 반환공여지는 단순한 유휴부지가 아니라 도시의 방향을 다시 설계할 수 있는 드문 자산이다.


문제는 그 자산을 어떻게 쓸 것인가이다. 지금까지 많은 지역에서 대규모 부지는 손쉬운 개발 논리 앞에 놓이곤 했다. 아파트와 상업시설, 단기적 투자 유치 같은 익숙한 방식은 당장의 성과를 만들어내는 듯 보이지만, 도시의 체질을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의정부 시민사회가 이번에 던진 화두는 바로 이 지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반환공여지를 미래 산업의 거점으로 만들고, 창업과 기술, 청년과 일자리가 연결되는 구조로 전환하자는 제안은 도시를 소비 공간이 아니라 생산과 혁신의 공간으로 재정의하자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물론 ‘스타트업 메카’라는 말이 곧바로 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창업 공간 몇 곳 만든다고 산업 생태계가 저절로 형성되지는 않는다. 기업이 오고, 사람이 머물고, 자본이 순환하려면 교통과 주거, 교육, 연구개발, 행정 지원, 투자 연계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더구나 스타트업은 유행어처럼 쉽게 쓰이지만, 실제로는 실패 가능성까지 감당할 수 있는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제안은 출발점일 뿐이며, 앞으로 더 치밀한 설계와 검증이 뒤따라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워크숍이 갖는 가치는 분명하다. 적어도 시민사회는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먼저 던졌다.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선언적 공약을 넘어서, 도시의 핵심 자산을 어떤 철학과 전략으로 활용할 것인지 토론의 장으로 끌어냈다. 이것은 결코 작은 변화가 아니다. 지방자치의 성숙은 정치인이 시민을 설득하는 것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시민이 먼저 의제를 만들고, 정치가 그에 답하며, 행정이 이를 제도화할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이번 논의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협치의 문제다. 시민사회연대회의는 정책 결정 과정에 시민의 의사가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구조, 이른바 ‘모두의 도시’를 위한 시스템을 강조했다. 이는 매우 본질적인 문제다. 지금까지 많은 지방정부가 시민 의견 수렴을 말해왔지만, 실제로는 공청회나 설명회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정책의 초기 설계부터 집행, 평가까지 시민이 제도적으로 참여하는 구조가 없다면 협치는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선거 이후 인수위원회 참여나 협치위원회 설치를 통해 실행력을 점검하겠다는 구상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선거 전 약속을 선거 후 감시와 연결하겠다는 의지이기 때문이다.


정치권도 이제는 답해야 한다. 후보들은 시민사회가 내놓은 제안을 반길 수도 있고, 부담스러워할 수도 있다. 그러나 외면해서는 안 된다. 반환공여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의정부의 미래 산업 기반을 어떤 방식으로 키울 것인지, 시민 참여를 어떤 제도로 보장할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답해야 한다. 추상적인 발전론이나 원론적 협치론으로는 부족하다.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중앙정부와 경기도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공공성과 사업성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까지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만 이번 지방선거가 인물 경쟁을 넘어 도시 비전 경쟁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의정부만의 문제도 아니다. 포천을 비롯한 경기 북부 여러 지자체 역시 미군 공여지 활용, 산업 기반 재편, 도시 정체성 재설계라는 공통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의정부 시민사회의 움직임은 지역 하나의 선거 대응을 넘어 경기 북부 전체에 던지는 메시지로 읽힌다. 지역의 미래는 더 이상 중앙정치의 하위 의제가 아니라, 시민이 직접 만들어야 할 현실 과제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선거의 수준은 유권자의 관심과 지역사회의 질문이 결정한다. 이번 의정부의 사례는 시민이 그 질문을 먼저 던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 그렇다면 이제 공은 정치로 넘어갔다. 시민이 먼저 그린 도시의 미래 앞에서, 후보들은 어떤 답을 내놓을 것인가. 이번 선거가 진짜 시험받아야 할 것은 사람의 인지도나 구호의 크기가 아니라, 도시를 읽는 통찰과 실행할 능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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