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법 여부는 선관위와 관계기관 판단 몫이지만, 공공시설을 선거행사 편의로 안내한 것 자체가 남긴 정치적 메시지는 가볍지 않다
선거에서 현직 프리미엄은 늘 논란거리다.
인지도와 조직, 행정 경험과 노출도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직 후보에게는 일반 후보보다 더 높은 수준의 절제와 공사 구분이 요구된다. 시민들이 맡긴 권한을 선거에 유리한 환경으로 오해받지 않게 쓰는 것, 그것이 최소한의 정치적 윤리다.
그런데 백영현 포천시장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 초청장에 적힌 “포천시청 주차장 이용” 문구는 그 최소한의 선을 너무 쉽게 넘나든 듯한 인상을 남긴다. 이것이야말로 현직이 가장 경계했어야 할 장면이다. 시청은 시민의 공간이지, 시장 후보의 선거 동선에 자연스럽게 편입돼도 되는 공간이 아니다. 주차장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럼에도 공공청사 주차장을 행사 편의시설처럼 안내했다면, 그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공공자산과 선거운동의 경계를 대하는 감각 자체가 무뎌진 것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
물론 법적 판단은 별개다. 실제로 위법인지 아닌지는 선거관리위원회와 관계기관이 구체적 사실관계를 따져 판단할 문제다. 정식 허가가 있었는지, 통상적 개방 범위 안이었는지, 특정 후보에게만 사실상 편의가 제공된 것은 아닌지 등은 냉정하게 검토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안을 바라보는 시민의 상식은 법률 검토보다 먼저 움직인다. 유권자들이 먼저 묻게 되는 것은 이것이다. 왜 하필 시청 주차장이었나. 왜 굳이 초청장에 그렇게 적었나. 왜 현직 후보는 이런 오해를 살 표현조차 피하지 않았나.
바로 그 지점에서 이번 논란은 더 심각해진다.
정치에서 문제는 실제 사유화만이 아니다. 사유화처럼 보이게 만드는 태도도 똑같이 위험하다. 공공시설은 법적으로만 공공적인 것이 아니라, 시민의 눈에도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보여야 한다. 그런데 현직 시장 후보의 개소식 초청장에 시청 주차장 이용 안내가 적히는 순간, 시청은 행정의 중립 공간이 아니라 현직 후보에게 유난히 가까운 배경처럼 비친다. 그 인상 자체가 이미 선거의 공정성을 해친다.
더구나 이 문제는 단순히 “주차 좀 하라는 안내였을 뿐”이라며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선거는 작은 문구 하나, 안내 한 줄, 장소 선택 하나가 모두 메시지가 된다. 특히 현직에게는 더 그렇다. 일반 후보가 같은 문구를 썼다면 가능했겠느냐는 질문에 선뜻 “그렇다”고 답할 수 없다면, 그 자체로 이미 형평성 문제는 시작된 것이다. 결국 시민들이 느끼는 불편의 본질은 주차 혼잡이 아니라 특권의 냄새다. “현직이니까 저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한 것 아니냐”는 의심, 바로 그것이 치명적이다.
이쯤 되면 묻지 않을 수 없다.
백 후보 측은 시청을 무엇으로 보고 있는가. 시민 모두의 공적 공간으로 보는가, 아니면 현직이어서 익숙하게 활용할 수 있는 행정 배경으로 보는가. 둘 사이의 차이는 크다. 전자는 공직의 윤리이고, 후자는 권한의 사유화로 향하는 위험한 습성이다. 선거 때마다 유권자들이 현직 프리미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법을 어겼느냐보다 먼저, 권력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조심했느냐를 보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일이 반복될수록 공직사회 전체가 흔들린다는 점이다. 현직 단체장의 선거행사와 시청 시설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모습이 용인되면, 실무 공무원들은 더 큰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 아무도 지시하지 않았더라도 “알아서 편의를 봐야 하나”라는 분위기가 생긴다. 이것이야말로 행정의 중립성을 잠식하는 가장 나쁜 방식이다. 노골적인 동원보다 더 위험한 것은, 침묵 속에서 굳어지는 눈치의 행정이다.
백 후보 측은 억울할 수 있다.
노동절 공휴일이어서 민원 불편이 적다거나, 누구에게나 개방된 공간을 단순히 안내했을 뿐이라고 항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직 후보에게 필요한 덕목은 변명이 아니라 예방이다. 오해를 부를 만한 행동을 하지 않는 것, 시민이 불편해할 수 있는 장면을 애초에 만들지 않는 것, 공적 자원과 사적 선거운동 사이에 굵은 선을 긋는 것, 그것이 현직의 책임이다. “법적으로 문제 없을 수 있다”는 말은 “정치적으로도 괜찮다”는 뜻이 결코 아니다.
이번 논란에서 백 후보가 정말 새겨야 할 대목도 바로 이것이다.
시민은 현직에게 더 높은 기준을 요구한다. 더 조심하라고, 더 낮게 행동하라고, 더 철저히 공사를 구분하라고 요구한다. 그런데도 공공시설을 선거행사 편의와 연결하는 안내를 스스럼없이 내보냈다면, 그것은 시민 기대와 정확히 반대 방향으로 간 것이다.
백 후보는 지금이라도 분명히 해야 한다.
시청 주차장 안내가 어떤 경위로 들어갔는지 설명하고, 공공시설이 선거행사 전용처럼 비치게 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해야 한다. 그리고 남은 선거 기간 동안 공적 자원과 선거운동의 분리를 더욱 엄격히 하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그것이 현직으로서의 최소한이다.
이 문제를 “예민하게 군다”는 식으로 넘겨서는 안 된다.
선거에서 공정성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이런 작은 경계에서 무너진다. 시청 주차장은 작아 보여도,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결코 작지 않다. 현직의 힘은 절제될 때 정당성을 얻고, 사소한 특권처럼 보이는 순간 신뢰를 잃는다.
백영현 후보가 놓친 것은 주차 공간 몇 칸이 아니다.
시민 앞에서 가장 신중했어야 할 공사 구분의 감각이다. 그리고 그 감각을 잃은 현직 프리미엄은, 이미 프리미엄이 아니라 특권으로 읽힌다.
시청 주차장을 자신의 선거캠프 개소식 '주차장 이용'으로 안내한 순간, 백영현 후보는 법 이전에 상식의 시험대에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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