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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내촌면에서 시작된 질문, 포천 농촌의 미래는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 양상현 기자
  • 입력 2026.04.29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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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개발의 시간 끝에서, 포천 농촌의 질서를 다시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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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의 농촌은 오랫동안 개발의 변두리에 놓여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개발은 있었으되 계획은 없었고, 시설은 들어섰으되 질서는 세워지지 않았다. 주거지 곁으로 축사와 공장이 파고들고, 태양광 시설과 각종 유휴 부지가 마을의 결을 끊어 놓는 동안, 농촌은 삶의 터전이면서도 정작 삶을 지키기 어려운 공간으로 변해갔다. 생산의 공간이어야 할 곳은 생활의 불편을 감내하는 장소가 되었고, 공동체의 기반이어야 할 마을은 점차 피로와 방치의 풍경을 견디는 일상 속에 놓였다. 지금 포천이 추진하는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은 바로 이 오래된 무질서에 대한 뒤늦지만 반드시 필요한 응답이다.


농촌 공간을 다시 짠다는 것은 단순히 낡은 시설 몇 곳을 정비하거나 눈에 띄는 민원을 해소하는 차원의 일이 아니다. 그것은 한 지역의 생활 방식과 생산 구조,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다시 설계하는 일이다. 도시가 오랜 시간 축적해 온 계획의 언어로 주거와 상업, 도로와 공원, 산업과 녹지를 구분해 왔다면, 농촌 역시 더 이상 예외일 수 없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농촌을 생산의 공간으로만 이해하는 데 익숙했다. 그러나 오늘의 농촌은 누군가의 삶터이자 일터이며, 동시에 쉼터여야 한다. 이 세 가지 기능이 충돌하지 않고 공존할 수 있도록 공간의 질서를 세우는 일, 그것이 농촌공간 재구조화의 본령이다.


그 점에서 포천시가 10년 단위의 기본계획 수립에 나서고, 내촌면 일원의 정비사업을 구체적인 실행 단계로 연결하고 있는 것은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이는 단발적 보수나 사후적 민원 처리에서 벗어나, 농촌을 구조적으로 바라보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더욱이 내촌면 정비사업은 단순한 예산 규모나 공모 선정 여부를 넘어, 포천이 앞으로 어떤 농촌의 미래상을 선택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시금석이 될 가능성이 크다. 중요한 것은 얼마를 투입하느냐보다 어떤 원칙으로 공간을 바꾸느냐에 있다.


아쉬운 것은 이처럼 본질적인 과제가 지역사회 안에서 충분한 깊이로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내촌면 일대에서 불거진 아파트 건설 관련 논란은 즉각적인 이해관계를 건드리며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개별 사업을 둘러싼 찬반의 소란이 커질수록, 정작 더 오래 남을 질문은 뒤로 밀리기 쉽다. 지금 포천이 먼저 붙들어야 할 것은 특정 사업자의 유불리보다, 난개발로 훼손된 농촌의 질서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눈앞의 갈등은 잠시 뜨겁다가 식을 수 있지만, 잘못 짜인 공간 구조는 수십 년간 지역의 삶을 규정한다. 농촌의 미래를 결정하는 문제를 일시적 소음에 가려 놓아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포천의 농촌이 겪어온 혼란은 결코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계획 없는 허용, 원칙 없는 입지, 사후 관리 없는 방치가 축적된 결과다. 축사와 공장, 각종 개발 시설이 마을 깊숙이 들어서고, 쓰임을 다한 시설이 철거되지 못한 채 남아 공동체의 생기를 잠식하는 동안, 농촌은 점차 ‘살기 위한 공간’이라기보다 ‘버텨야 하는 공간’으로 기울어 왔다. 이 흐름을 끊지 못한다면, 어떤 개별 사업도 근본적 처방이 되기 어렵다. 그래서 재구조화는 개발을 더하는 작업이 아니라, 무질서한 개발을 통제 가능한 질서로 전환하는 작업이어야 한다.


여기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 참여의 실질성이다. 주민협의체를 꾸리고 의견 수렴 창구를 만드는 일 자체는 필요하다. 그러나 형식이 곧 참여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지역의 미래를 바꾸는 계획일수록 주민은 결과를 전달받는 대상이 아니라, 방향을 함께 정하는 주체여야 한다. 어느 공간이 먼저 회복되어야 하는지, 무엇이 마을의 삶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지, 어떤 시설은 공존 가능하고 어떤 시설은 더는 용납되기 어려운지에 대한 판단은 서류 위의 추상적 분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생활의 경험과 공동체의 기억이 반영될 때 비로소 계획은 현실을 닮기 시작한다.


동시에 행정은 주민 참여를 명분으로 삼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더 많은 설명과 더 치밀한 설득이 필요하다. 왜 이 지역은 보전되어야 하는지, 왜 저 시설은 이전하거나 정비해야 하는지, 그 과정에서 주민들의 재산권과 생활권은 어떻게 조정될 것인지, 장기적으로 어떤 공공적 이익이 축적되는지를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농촌공간 재구조화는 단지 땅의 용도를 나누는 작업이 아니라, 지역이 어떤 가치를 우선할 것인지를 정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이 투명하고 정교할수록 갈등은 줄고, 계획의 정당성은 높아질 수 있다.


결국 포천이 지금 맞닥뜨린 과제는 개발의 속도를 높이는 일이 아니라, 공간의 품격을 회복하는 일이다. 더 많은 시설을 들이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어디에 무엇이 들어서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분명히 세우는 것이 우선이다. 농촌을 생산의 효율만으로 평가하던 오래된 시선을 넘어, 사람이 머물고 관계가 이어지며 풍경이 보존되는 삶의 공간으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도 필요하다. ‘삶터·일터·쉼터’라는 표현은 그래서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그것은 농촌을 대하는 행정의 태도이자, 지역의 미래를 설계하는 철학이어야 한다.


포천의 농촌은 이제 선택의 문 앞에 서 있다. 난개발의 후유증을 그때그때 봉합하며 시간을 끌 것인지, 아니면 장기적 안목 아래 공간의 원칙을 다시 세울 것인지다. 내촌면 사업은 그 선택이 선언에 머물지, 실제 변화로 이어질지를 가늠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자극적인 갈등의 확대가 아니라, 포천의 농촌을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남길 것인가에 대한 성숙한 토론이다. 눈앞의 논란을 넘어 더 긴 시간의 질문을 붙드는 일, 그것이야말로 지역의 미래를 책임지는 정치와 행정, 그리고 시민사회의 자세일 것이다.


농촌은 결코 도시의 바깥이 아니다. 그것은 한 지역의 뿌리이자 품격이며, 미래를 지탱하는 생활의 기초다. 포천의 농촌공간 재구조화가 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 그것은 단순한 정비사업이 아니라 난개발의 시대를 넘어서는 새로운 지역 질서의 출발이어야 한다. 이제 포천은 개발의 흔적을 덧칠하는 도시가 아니라, 삶의 구조를 다시 세우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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