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의 잃은 정치는 ‘괴물’이다
[기자수첩] 악수 후 손 털고, 아이에겐 ‘오빠’ 강요…
예의 잃은 정치는 ‘괴물’이다
최근 부산 북갑 보궐선거 현장에서 터져 나온 일련의 사태들은 대한민국 정치의 민낯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시민의 손을 오물 취급하고, 어린아이의 인권조차 정략적 도구로 소모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공공의 선(善)이 아닌, 뒤틀린 선민의식에 찌든 권력의 괴물을 목격한다.
시민의 손이 닦아낼 ‘오물’인가
전통시장에서 상인과 악수한 뒤 곧바로 양손을 비비며 털어낸 행위는 단순한 결벽증이 아니다. 그것은 정치인이 유권자를 바라보는 본질적인 시각, 즉 ‘표는 필요하지만 당신의 삶은 불결하다’는 오만함의 극치다.
상인의 거친 손은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숭고한 훈장이다. 그 손을 잡으며 겉으로는 ‘민생’을 읊조리고 뒤돌아 손을 터는 이중성은 유권자의 인격을 정면으로 모욕하는 처사다. 진심 없는 가식은 시민의 날카로운 눈을 결코 속일 수 없으며, 그 손에서 털어낸 것은 먼지가 아니라 정치인 자신의 명예였음을 알아야 한다.
아이가 정치 소모품인가, ‘오빠’ 강요하는 추태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를 대하는 태도다. 50, 60대 정치인이 아이에게 ‘오빠’라 부를 것을 강요한 행위는 명백한 정서적 폭력이다. 자신의 정치적 이미지를 위해 아이의 거부감과 인권마저 짓밟는 모습에서 국민을 인격체로 존중하는 일말의 태도도 찾아볼 수 없었다.
더욱 비겁한 것은 사후 대처다. 논란이 일자 아이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사과문을 내놓은 것은 진정성 있는 반성이 아니라 여론의 뭇매를 피하려는 구차한 변명에 불과하다. 정치가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이 고작 권력 앞에서의 굴종과 거짓인가.
정치, ‘기술’ 이전에 ‘예의’부터 배워라
정치의 본질은 낮은 곳에 있다. 시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그들의 삶을 온전히 존중하는 것이 존재 이유다. 시민의 손을 부끄러워하고 아이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정치는 이미 존재 가치를 상실했다.
권력의 크기에 취해 사람에 대한 기본적 예의조차 망각한 정치인은 더 이상 시민의 대표가 될 자격이 없다. 지금 우리 정치에 필요한 것은 화려한 유세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사람답게 대하는 가장 기초적인 ‘예의’의 회복이다. 시민은 도구가 아니며, 아이는 소모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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