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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시민이 오기 어려우면, 행정이 가야 한다

  • 양동원 기자
  • 입력 2026.05.06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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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주시의 ‘찾아가는 건축물 표시변경 서비스’가 보여준 공공행정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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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은 시민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제도가 열려 있다는 사실만으로 접근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고령자, 장애인, 임산부, 중증질환자처럼 이동이 어렵거나 디지털 활용에 제약이 있는 시민에게 행정기관 방문과 온라인 신청은 여전히 높은 문턱일 수 있다. 형식적으로는 누구에게나 같은 절차가 주어져 있어도, 현실에서는 누군가에게 훨씬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양주시가 시행 중인 ‘찾아가는 건축물 표시변경 행복동행 서비스’는 주목할 만하다. 시민이 행정기관을 방문해 문제를 해결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담당 공무원이 직접 현장을 찾아 신청 절차를 지원하는 구조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신청서 작성, 구비서류 확인, 접수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이번 서비스는 행정 편의를 기준으로 설계된 절차를 시민의 생활 조건에 맞게 조정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 실질적 접근성을 높인 행정


건축 행정은 일반 시민에게 비교적 낯선 분야다.  

건축물 표시변경과 같은 업무는 절차 자체가 복잡하지 않더라도, 필요한 서류와 신청 방식에 익숙하지 않으면 쉽게 부담을 느낄 수 있다. 더욱이 이동이 어렵거나 디지털 기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시민이라면, 단순한 신청조차 사실상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양주시의 이번 서비스는 바로 이 지점을 세심하게 포착했다. 지원 대상을 고령자, 장애인, 임산부, 중증질환자 등으로 설정하고, 행정기관 방문이나 온라인 신청이 어려운 시민에게 직접 찾아가는 방식으로 접근성을 높였다. 이는 단순한 편의 제공을 넘어, 행정 서비스가 시민의 현실적 조건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원칙을 실천한 것이다.


◇ 작은 변화가 보여주는 행정 철학


이번 서비스의 지원 범위는 건축물 면적·층수 정정, 용도 표기 변경 등 단순 표시변경 업무로 한정돼 있다. 건축사의 전문 검토가 필요한 사안은 제외된다. 이러한 범위 설정은 제도의 실효성과 행정의 책임 범위를 함께 고려한 결과로 보인다. 즉, 시민 편의를 높이되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과는 구분해 서비스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한 것이다.


또한 신청인 본인 확인과 자필 서명 절차를 의무화해 대리 신청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예방하도록 한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행정 서비스는 친절함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편의성과 함께 법적 안정성, 책임성, 절차적 정당성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양주시의 이번 사례는 이러한 균형을 비교적 충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 비예산 적극행정의 의미


특히 의미 있는 부분은 이번 사업이 별도 예산 투입 없이 추진되는 비예산 적극행정이라는 점이다. 행정 혁신은 흔히 새로운 예산이나 대규모 사업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여겨지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는 기존 제도를 어떻게 운영하느냐, 시민 불편을 얼마나 세밀하게 파악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다른 결과를 만들 수 있다.


양주시의 사례는 행정 혁신의 본질이 예산 규모보다 문제 인식과 실행 의지에 있음을 보여준다. 시민이 겪는 불편을 단순 민원으로 넘기지 않고, 기존 업무 방식을 조정해 해결 가능한 수준으로 끌어온 것이다. 이는 행정이 규정을 지키는 데 그치지 않고, 시민이 그 규정에 실질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까지 수행해야 한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 현장 중심 행정의 확장 가능성


이번 서비스는 건축 행정 분야의 사례이지만, 그 함의는 이보다 훨씬 넓다. 디지털 전환과 비대면 서비스 확대는 분명 시대적 흐름이지만, 모든 시민이 그 속도를 동일하게 따라갈 수는 없다. 따라서 행정은 효율성만이 아니라 포용성을 함께 고려해야 하며, 특히 제도 이용 과정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큰 시민을 위한 보완 장치를 지속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찾아가는 행정’은 단순한 현장 민원 서비스가 아니라 공공행정의 기본 태도와 관련된 문제다. 시민이 제도를 이용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관심이 아니라 접근의 어려움에 있다면, 행정은 그 간극을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 양주시의 이번 시도는 바로 그러한 방향 전환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 맺음말


공공서비스의 수준은 제도의 수보다 시민이 그것을 얼마나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느냐로 평가돼야 한다. 양주시의 ‘찾아가는 건축물 표시변경 행복동행 서비스’는 행정의 문턱을 낮추고, 제도와 시민 사이의 거리를 좁히려는 노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행정은 더 이상 시민을 일률적인 기준으로만 대할 수 없다.  

누구에게는 쉬운 절차가, 누구에게는 넘기 어려운 장벽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좋은 행정이란 제도를 운영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그 제도에 실제로 닿을 수 있도록 만드는 데서 완성된다.


양주시의 이번 사례는 그 점을 차분하지만 분명하게 보여준다.  

시민이 오기 어려우면, 행정이 가야 한다.  

이 단순한 원칙이야말로 앞으로의 공공행정이 지향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방향일 것이다.


양주시의 이번 서비스는 행정의 효율을 넘어, 시민의 현실을 기준으로 공공서비스를 다시 설계한 모범적 사례로 평가할 만하다.


메트로포천 양동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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