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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세금을 ‘약탈’이라 부르는 정치

  • 양상현 기자
  • 입력 2026.05.11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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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주택자 과세를 둘러싼 왜곡과 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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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언어는 현실을 설명해야 한다.  

분노를 동원하기 위해 사실을 밀어내는 순간, 언어는 정책이 아니라 선동의 도구가 된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를 두고 “약탈적 세금 폭탄” “지옥문” “잔혹극”이라고 규정하는 주장은 그래서 가볍다. 강한 표현이 사태의 본질을 더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핵심을 흐린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과열된 수사가 아니라, 주택과 세금, 시장과 공공성에 대한 차분한 판단이다.


주택은 일반 상품이 아니다.  

사는 동안만 필요한 소비재도 아니고, 온전히 사적 영역에 맡길 수 있는 투자재도 아니다. 주택은 삶의 기반이고, 자산 형성의 경로이며,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좌우하는 사회적 재화다. 그래서 국가는 주택시장에 개입한다. 공급을 조정하고, 금융을 규율하고, 조세를 설계한다. 이를 두고 시장경제에 대한 공격이라고 말하는 것은 주택의 공공적 성격을 외면하는 주장에 가깝다. 시장을 존중하는 것과 시장에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다주택자 과세를 비판할 수는 있다.  

세율이 과도한지, 거래를 지나치게 위축시키는지, 시장에 어떤 부작용을 남기는지 따져볼 수 있다. 정책이라면 마땅히 그래야 한다. 그러나 비판에도 최소한의 질서가 필요하다. 특정 세제를 곧바로 “약탈”이라고 부르는 것은 논쟁을 시작하는 태도가 아니라 끝내버리는 태도다. 제도의 취지와 대상, 효과와 한계를 차분히 놓고 다투는 대신, 납세자의 불안을 정치적 분노로 증폭시키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시선의 편향이다.  

이런 주장의 중심에는 늘 다주택자의 부담이 놓인다. 세금이 높아 집을 팔 수 없고, 거래가 막히며, 결국 시장 전체가 왜곡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공공정책이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할 대상이 누구인지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집을 여러 채 보유한 사람의 절세 전략보다, 집 한 채 마련하기 어려운 시민의 주거 불안이 더 먼저 고려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임대료 상승과 매매가격 급등 속에서 가장 오래 고통받아온 쪽은 대체로 무주택자와 세입자였다. 그런데도 다주택자의 세금 부담을 마치 국민 전체의 비극처럼 말하는 것은 현실의 무게중심을 바꾸는 일이다.


“세금이 거래를 막고, 결국 세입자에게 부담이 전가된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전혀 근거 없는 말이라고 할 수는 없다. 조세는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거래 비용이 커지면 매물이 줄 수 있고, 보유 부담이 임대시장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곧장 “그러니 중과를 풀어야 한다”는 결론으로 직행할 수는 없다. 부동산 시장은 세금 하나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금리, 공급, 대출, 지역별 수요, 경기 전망, 투자 심리가 복합적으로 작동한다. 이런 복합 현실을 외면한 채 모든 왜곡의 원인을 세금에만 돌리는 것은 분석이 아니라 정치적 단순화다.


정책은 선악 구도로 재단할 수 없다.  

세금이 높다고 모두 부당한 것은 아니다. 반대로 시장 친화적이라고 모두 정의로운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누구에게 어떤 비용을 묻고, 어떤 행동을 억제하며, 어떤 가치를 보호하느냐다. 다주택 보유가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 자산 집중이 주거 불평등을 어떻게 심화시키는지에 대한 판단 없이 세금만 떼어내 “폭탄”이라고 부르는 것은 문제를 지나치게 평면화한다. 조세는 처벌이 아니라 조정의 수단이다. 사회가 어떤 불평등은 줄이고, 어떤 이익에는 더 큰 책임을 묻겠다는 공적 언어다.


물론 반대편의 오류도 분명하다.  

세금만으로 시장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믿음 역시 위험하다. 공급 대책 없는 과세, 예측 가능성 없는 제도 변화, 정치 일정에 따라 흔들리는 부동산 정책은 시민의 피로와 불신만 키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감세 만능론도, 과세 만능론도 아니다. 실수요 보호, 충분한 공급, 임대시장 안정, 보유와 거래에 대한 합리적 과세가 함께 가야 한다. 복잡한 시장에는 복합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그런데 정치가 내놓는 해법은 늘 지나치게 단순하다. 단순한 해법은 듣기 쉽지만, 현실을 바꾸는 데는 가장 무력하다.


무엇보다 불편한 것은 언어의 수준이다.  

세금을 “몽둥이”로, 정책을 “약탈”로, 상대를 “위선”으로 규정하는 말들은 일시적으로 박수를 받을 수는 있다. 그러나 그런 언어는 시민을 설득하지 못한다. 그것은 논증의 언어가 아니라 진영 결집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정치가 해야 할 일은 불안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불안을 해석하는 일이다. 누구의 부담이 왜 늘었는지, 어떤 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선택인지, 어떤 부작용은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설명하는 것이 정치의 책임이다.


보수라면 더 신중해야 한다.  

시장경제를 말한다면 규칙과 책임도 함께 말해야 한다. 자산의 자유를 말한다면 그 자산이 만들어낸 격차와 의무도 함께 말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의 일부 정치권이 부동산 문제에서 반복해 보여주는 것은 자유시장에 대한 신념이라기보다 자산 보유자의 불만을 민생의 언어로 포장하는 솜씨다. “서민을 위한다”는 말로 다주택자 과세 완화를 주장하지만, 그 이익이 누구에게 집중되는지에 대해서는 좀처럼 정직하지 않다.


부동산 정책은 결국 형평의 문제다.  

누가 더 많은 자산을 가졌는가만이 아니라, 누가 더 큰 불안을 감당하고 있는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집이 자산인 사회일수록, 집은 더 이상 개인의 소유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주거의 안정이 무너질 때 무너지는 것은 시장의 숫자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이다. 그렇다면 조세를 둘러싼 논쟁 역시 자산가의 억울함보다 시민의 주거권을 중심에 놓아야 한다.


세금을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세금을 악마화해서는 안 된다.  

정책을 반대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을 밀어내고 감정만 부풀려서는 안 된다.


정치는 큰 목소리로 이기는 일이 아니다.  

어려운 문제를 어렵게 말할 줄 아는 태도, 불편한 현실을 정직하게 인정하는 태도, 이해관계의 충돌 속에서도 공공의 기준을 놓지 않는 태도가 정치의 품격을 만든다. 다주택자 과세를 둘러싼 논쟁에 지금 필요한 것도 그것이다. 누군가의 불만을 국민 전체의 절규처럼 포장하는 언어가 아니라, 부담과 책임, 형평과 효과를 끝까지 따져 묻는 단단한 문장 말이다.


◇ 결론


다주택자 과세는 토론의 대상이다.  

하지만 그것을 곧바로 “약탈”로 규정하는 순간 토론은 멈추고 선동만 남는다.  

주거 불평등이 깊어진 사회에서 정치가 먼저 지켜야 할 것은 자산의 감정이 아니라 시민의 삶이다.


메트로포천 양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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