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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포천의 선택, 양극화 시대 지방선거가 던지는 질문

  • 양상현 기자
  • 입력 2026.05.11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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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가적 분열의 축소판인가, 실용의 실험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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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정치의 균열은 이제 여의도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중앙정치의 파열음은 지방으로 번지고, 지방선거는 더 이상 지역 현안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다만 그 번짐의 양상은 지역마다 다르다. 어떤 곳에서는 정당 대결이 그대로 재연되고, 어떤 곳에서는 생활과 개발, 생존의 문제가 이념을 밀어낸다. 2026년 포천시장 선거는 그 두 흐름이 맞부딪히는 장면에 가깝다. 전국적 양극화의 축소판이면서도, 동시에 그것을 넘어서는 실용 정치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무대라는 점에서다.


포천의 정치 지형은 경기 북부라는 조건을 빼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군사보호구역과 접경지역이라는 구조는 오랫동안 이 도시의 선택지를 제한해왔다. 개발은 늘 규제와 맞물렸고, 지역 발전의 언어는 중앙정부나 경기도와의 관계를 떠나 존재하기 어려웠다. 이런 조건 속에서 포천 유권자들은 정당의 이념보다 실제로 무엇을 가져올 수 있는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GTX 유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접경지역 지원 확대 같은 의제가 선거의 한복판에 놓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포천에서 정치는 가치 경쟁 이전에 성과 경쟁의 성격을 띠기 쉽다.


그렇다고 포천의 선거가 단순히 “개발만 잘하면 된다”는 식으로 환원되는 것은 아니다.  

이곳 유권자들은 정당보다 인물을 보고, 인물보다 성과를 보는 경향을 보여왔지만, 동시에 성과의 방식도 따져 묻는다. 누군가는 안정적 행정 운영과 재정 건전성을 우선 가치로 내세운다. 절차와 계획, 지속 가능성을 강조하는 이른바 ‘관리형 행정’의 논리다. 반대로 누군가는 중앙정치와의 연결, 경기도와의 네트워크, 정무적 추진력을 앞세운다. 접경지역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뚫기 위해서는 결국 정치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번 포천시장 선거의 핵심 구도는 이 두 흐름의 충돌로 요약된다. 안정적 관리냐, 과감한 돌파냐의 선택이다.


이 대립은 비단 포천만의 풍경이 아니다.  

전국의 지방선거에서 반복되어온 ‘전문 행정가 대 정치인’의 구도가 포천에서도 재현되고 있다. 다만 포천에서는 그 충돌이 더 절실하게 다가온다. 지역 여건상 단순한 행정 안정만으로는 도시의 돌파구를 만들기 어렵고, 반대로 정치적 추진력만으로는 지역사회의 신뢰를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포천 시민이 이번 선거에서 보게 될 것은 단지 후보의 경력이나 당적이 아니다. 누가 더 현실적인 방식으로 이 도시의 병목을 풀 수 있는가에 대한 판단일 것이다.


주목할 대목은 이념 연대의 균열과 실용 연대의 부상이다.  

전국적으로 정치 양극화가 심화될수록 지방에서는 오히려 다른 기류가 생겨나곤 한다. 피로감 때문이다. 정당 대결은 날카로워지는데 삶은 나아지지 않는다는 감각이 쌓이면, 유권자들은 점점 이념보다 효능감을 따지게 된다. 포천은 바로 그 흐름이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나는 지역 중 하나다. 전통적 보수 우세 지역으로 분류되면서도, 실제 선거에서는 정당 구도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초당적 선택이 반복돼왔다. 결국 시민의 관심은 “누가 어느 편인가”보다 “누가 해낼 수 있는가”로 이동해온 셈이다.


이른바 ‘먹사니즘’이라는 말이 선거판에서 떠오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거창한 가치보다 생존과 생활, 내 삶의 변화에 더 집중하는 정치 문법이다. 이념의 색깔보다 일자리와 도로, 교통과 주거, 아이들의 교육환경 같은 문제를 우선순위에 두겠다는 정서다. 물론 이 말이 곧바로 하나의 안정된 정치 노선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선거 국면에서는 누구나 실용을 말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실용이 선거 이후에도 지속 가능한가, 실제 행정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실용은 표어보다 실적으로 입증될 때만 힘을 갖는다.


최근 여론조사를 둘러싼 논란도 이 선거의 또 다른 변수다.  

포천 지역 관련 조사를 두고 설문 문항 배치, 표본 대표성, 조사 설계 방식 등을 둘러싼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여론조사는 민심을 읽는 도구일 수 있지만, 동시에 민심을 유도하는 장치로 소비되기도 한다. 특히 양극화가 심한 국면에서는 조사 결과 자체가 진영 결집의 재료가 되기 쉽다. 이런 때일수록 숫자는 더 신중하게 읽혀야 한다. 한 번의 조사, 하나의 수치가 민심 전체를 대변한다고 믿는 태도는 위험하다. 지방선거일수록 현장의 결은 숫자보다 복잡하다.


포천의 이번 선거가 의미를 갖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선거는 단순한 지역 권력 재편을 넘어, 양극화 시대 지방정치의 가능성을 묻는 시험대이기 때문이다. 중앙정치가 대결의 언어에 갇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때, 지방정치는 과연 다른 문법을 보여줄 수 있는가. 이념의 경계를 넘어 실용의 연대가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실용이 선거용 구호에 그치지 않고 생활의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포천은 지금 그 질문 앞에 서 있다.


지방선거는 중앙정치의 축소판이 아니다.  

그 본질은 훨씬 구체적이고 생활밀착적이다. 도로 하나가 뚫리고, 버스 노선이 바뀌고, 학교와 산업단지, 의료와 돌봄 체계가 달라지는 일은 모두 지방정치의 영역이다. 시민이 체감하는 정치는 대개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그런 의미에서 포천시장 선거는 정당 간 대결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누가 이 도시의 현실을 더 정확히 읽고, 더 설득력 있게 풀어낼 수 있는가를 겨루는 선거다.


결국 답은 데이터가 아니라 시민이 낸다.  

안정적 관리의 손을 잡을지, 정무적 추진의 손을 잡을지. 이념의 익숙한 진영으로 돌아갈지, 실용의 낯선 연대를 시험할지. 여론조사의 흐름을 좇을지, 현장에서 체감한 변화 가능성을 선택할지. 그 판단은 오롯이 포천 시민의 몫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있다.  

포천의 선택은 포천만의 결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양극화가 일상이 된 시대에,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와 다른 답을 보여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작지 않은 의미를 갖는다. 포천이 전국적 분열의 또 다른 복제판이 될지, 아니면 실용 정치의 작은 실험장이 될지, 이번 선거는 그 갈림길 위에 놓여 있다.


메트로포천 양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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