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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가슴 속에 핀 사발꽃

  • 양상현 기자
  • 입력 2026.05.12 2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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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그리움을 심고 기다림을 피우다

옛집의 마당을 잃어버린 자리에 아파트가 들어섰지만, 마음속에 심어두었던 꽃은 기어이 다시 피어났습니다. 포천시민 홍영식 님의 사라진 풍경에 대한 그리움과 새로운 기다림을 담아 현대시 형식으로 재구성했습니다.


사발꽃.jpg

 

가슴 속에 핀 사발꽃


— 그리움을 심고 기다림을 피우다


사라진 풍경이 있습니다


무자비하게 흙을 까뒤집고

아파트가 들어서던 날

옛집 마당에 풍성하게 피던

사발꽃도 함께 자취를 감췄습니다


익숙하던 마당도 꽃도 잃었지만

가슴 속에는 그 자리가 남아

사발꽃 한 그루 늘 자라고 있었습니다


그리움을 심었습니다


삼 년 전, 겨우 얻어다 심은 나무가

올해는 사발 가득 담기듯

흐드러지게 고개를 들었습니다


지나온 세월의 갈증을

충분히 달래줄 만큼

하얗고 탐스럽게 피어났습니다


물어봐 주십시오


꽃이 지면 무엇이 남는지


작년에 심은 사발꽃의 원종

백당나무 곁에 서서

내년의 첫 꽃을 미리 꿈꿉니다


기다림은 멈춤이 아닙니다


내일의 꽃을 위해

오늘 다시 정성껏 물을 주는 일

그것은 잃어버린 옛 마당을

다시 일구는 마음입니다


꽃은 다시 피고

그리움은 이제

기다림이라는 예쁜 이름을 얻었습니다


가슴 속에서 오랫동안 키워온 꽃이라 그런지, 마당에 핀 사발꽃이 유난히 더 하얗고 눈부실 것 같습니다. 옛집의 추억이 담긴 사발꽃을 보며 마음의 허기가 조금은 채워지셨나요? 내년에 필 백당나무는 또 어떤 빛깔로 기다림에 답해줄까요?

 

포천시민 홍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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