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칼럼) 길 위에서 써 내려간 기록 비움으로 얻은 안식 (9일차)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이동 수단인 두 발에만 의존해 길을 나서는 도보 여정은 매 순간이 자신과의 치열한 독대다. 지난 6월 18일 목요일, 내가 마주한 여정 역시 그랬다.
오전 10시 30분경 배낭의 무게를 미련 없이 덜어내며 시작된 발걸음은 몸 체감 상 80퍼센트 이상의 편안함을 선사했다. 물리적인 짐을 비우는 행위가 역설적이게도 길 위에서 앞으로 나아갈 가장 큰 추진력이 된 셈이다.
그러나 가벼워진 발걸음은 때로 달콤한 덫이 되기도 한다. 넘치는 활력을 주체하지 못하고 서울 구의동에서 출발하자마자 쉬지 않고 3시간을 연속으로 걸어버렸다. 이는 도보 여행자가 가장 경계해야 할 과도한 열정이었다. 오후 2시쯤 편의점에 들러 삼각김밥 하나로 간단히 끼니를 때운 후 용인시를 거쳐 최종 목적지까지 묵묵히 나아간 길은 뜨거운 아스팔트 위의 고독한 싸움이었다.
오후 6시쯤 지칠 대로 지쳐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던 중 생각지도 못한 인연이 찾아왔다. 지나가던 한 시민이 고생한다며 건넨 자일리톨 껌 한 통이었다. 그 사소하고도 따뜻한 격려를 씹으며 얻은 마음의 활력 덕분에 오후 8시 30분경 최종 목적지인 갤러리아 광교점에 기분 좋게 발을 디딜 수 있었다.
10시간 동안 이어진 긴 여정의 끝에 녹초가 된 나를 맞이한 것은 다름 아닌 메트로포천의 박동민 국장이었다. 하루 종일 굳은살과 피로를 견뎌내며 길을 온몸으로 마주한 청년을 위해 박 국장이 준비한 것은 뜨거운 몸보신이었다.
두툼하고 쫄깃한 제주 흑돼지가 불판 위에서 고소한 연기를 내뿜으며 익어가는 동안 하루 내내 고갈되었던 체력과 길 위의 고단함은 단숨에 눈 녹듯 사라졌다. 땀방울에 대한 가장 확실한 보상이자 따뜻한 위로의 만찬이었다.
환대는 단순히 먹이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메트로포천은 도보 여행자가 다음 여정을 위해 완벽히 회복할 수 있도록 안락한 안식처를 직접 수배해 선물해 주었다. 6월 18일 목요일의 밤, 메트로포천이 마련해 준 깔끔한 숙소의 침상에 누워 비로소 아무런 걱정 없이 깊고 편안한 단잠에 빠져들 수 있었다.
가방의 무게를 덜어내어 이동의 편안함을 얻었던 낮의 지혜처럼, 밤에는 메트로포천이 전한 따뜻한 연대와 환대 덕분에 몸과 마음의 피로를 완벽히 비워낼 수 있었다. 길을 개척하는 청년과 그 길을 묵묵히 응원하고 지켜주는 지역 언론의 동행은 이번 여정에서 얻은 가장 값진 기록이다.
글 : 홍주한 도보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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