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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덕영의 ‘골든타임’론, 외풍이 아니라 실력으로 증명해야 한다

  • 양상현 기자
  • 입력 2026.05.16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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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멈춰버린 양주’와 ‘발전의 골든타임’ 사이, 선명한 대립 구도의 힘과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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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정덕영 양주시장 후보가 지난 14일 후보 등록과 함께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했다. 그의 출마선언은 분명했다. 지난 4년의 양주시정을 “멈춰버린 시간”으로 규정하고, 자신은 “양주 발전의 골든타임”을 열 적임자라고 자임했다. 도전자의 언어로서는 선명했고, 현직 시정을 겨냥한 공격의 결도 분명했다. 그러나 선거는 구호의 선명함만으로 치러지지 않는다. 지방행정을 맡겠다는 후보라면, 무엇보다 냉정한 현실 인식과 스스로의 행정 역량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정 후보의 선언문은 현 시정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는 데 공을 들였다. 물류 문제, 광역화장장 논란, 산업단지 분양 부진, 공공의료원 추진 지연 등 시민이 체감하는 현안을 전면에 배치했다. 이는 야당 후보, 혹은 도전자 입장에서 충분히 취할 수 있는 전략이다. 현직 시장의 약점을 정확히 겨누고, 변화의 필요성을 부각하는 것은 선거의 기본 문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이다. 비판은 비교적 구체적이지만, 대안은 아직 추상적이다. 정 후보는 교통, 산업, 교육, 복지, 문화관광, 시민중심 행정을 6대 비전으로 제시했지만, 이를 실현할 재원과 우선순위, 추진 경로는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 지방선거에서 유권자가 듣고 싶은 것은 “무엇을 하겠다”는 선언만이 아니다. “어떻게 하겠다”, “재원은 어디서 마련하겠다”, “언제까지 어떤 절차로 실현하겠다”는 답이다. 이 점에서 정 후보의 출마선언은 방향은 제시했으되, 책임 있는 설계도까지 보여줬다고 보기는 어렵다.


더 우려스러운 대목은 정 후보가 자신의 경쟁력을 설명하는 방식이다. 그는 이재명 정부, 정성호 법무부 장관, 집권 여당 프리미엄을 양주 발전의 핵심 동력으로 전면에 내세웠다. 중앙정부와 국회, 지방정부가 함께 움직이면 양주 발전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주장 자체는 일면 타당하다. 실제로 지방행정에서 중앙과의 협력은 중요하다. 예산과 제도, 광역 교통망과 산업 정책의 상당 부분이 중앙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방자치의 본질은 중앙의 후광이 아니라 지역의 책임정치에 있다. 양주시장이 되겠다는 후보라면, 먼저 “누가 도와줄 수 있느냐”보다 “내가 무엇을 해낼 수 있느냐”를 보여줘야 한다. 중앙 권력과의 친연성을 앞세우는 방식은 단기적으로는 정치적 기대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나, 자칫 지방선거를 중앙정치의 하위 이벤트로 전락시킬 우려도 있다. 지방자치는 중앙의 출장소가 아니다. 시민이 시장을 뽑는 이유는 정당 간판보다 생활 현안을 풀 실무형 리더십을 원하기 때문이다.


정 후보의 선언문에는 ‘여당 시장’이라는 표현이 반복된다. 그러나 여당이라는 지위가 곧 능력의 증표는 아니다. 오히려 지금 같은 시기일수록 유권자는 더 냉정하게 묻는다. 여당이라서 가능한 일이 무엇인지, 그 가능성을 실제 성과로 바꿀 행정적 준비가 되어 있는지, 정치적 구호를 넘어 실질적인 실행 능력이 있는지를 확인하려 한다. 여당 프리미엄은 실력을 보완할 수는 있어도, 실력의 부재를 감출 수는 없다.


정 후보가 내세운 광역화장장 백지화 공약 역시 같은 맥락에서 검토돼야 한다. 주민 갈등이 큰 사안에서 분명한 입장을 내는 것은 정치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반대만으로 행정은 완성되지 않는다. 대안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필요 시설을 무조건 거부하는 방식은 박수를 받을 수는 있어도 지속 가능한 해법이 되기는 어렵다. 갈등 사안일수록 필요한 것은 선명한 편 가르기가 아니라, 책임 있는 조정 능력이다.


또한 정 후보는 양주의 교통 혁신과 첨단산업 유치, 교육도시, 문화관광도시, 공공의료 확대를 약속했다. 듣기 좋은 말은 많다. 그러나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하겠다는 공약은 오히려 아무것도 분명하지 않게 만들 수 있다. 행정은 선택과 집중의 예술이다. 재정에는 한계가 있고, 정책에는 우선순위가 있다. 시민이 원하는 것은 백화점식 약속이 아니라, 가장 시급한 현안부터 순서 있게 해결해 나갈 수 있는 현실적 능력이다.


이번 출마선언에서 가장 부족했던 것은 ‘정덕영’이라는 인물 그 자체에 대한 설명이다. 그는 재선 시의원과 시의회 의장 경력을 지녔다. 결코 가벼운 정치 이력이 아니다. 그렇다면 그 경험을 통해 무엇을 해결했고, 어떤 리더십을 보여줬으며, 왜 자신이 양주를 맡아야 하는지 더 분명히 말했어야 했다. 유권자는 결국 사람을 뽑는다. 중앙의 힘도, 정당의 간판도, 유명 정치인의 후광도 마지막 판단의 보조 수단일 뿐이다. 최종적으로는 후보 개인의 품성과 실력, 책임감이 표심을 움직인다.


정 후보의 출마선언은 현 시정 비판이라는 측면에서는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지방선거는 반사이익만으로 승부할 수 없다. 현직의 실정을 공격하는 것과 시정을 책임질 자격을 증명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정 후보가 진정으로 양주의 “멈춘 시간”을 깨우겠다고 한다면, 이제는 외풍의 힘이 아니라 자신의 내공으로 말해야 한다. 중앙의 지원을 약속하기 전에 지역을 어떻게 경영할 것인지부터 보여줘야 한다.


양주 시민이 보고 싶은 것은 화려한 구호가 아니다. 누구의 후광이 더 큰가를 겨루는 선거도 아니다. 어려운 현안을 차분하게 풀고, 갈등을 조정하며, 재정을 책임 있게 운영할 수 있는 시장이다. 정덕영 후보가 그 자격을 입증하려면 남은 선거 기간 동안 더 구체적인 정책, 더 냉정한 재원 계획, 더 분명한 자기 서사를 내놓아야 한다.


지방자치는 결국 실력의 문제다. 외풍은 표를 흔들 수 있어도, 시정을 운영하지는 못한다. 정 후보가 시민 앞에 내놓아야 할 것은 ‘누가 뒤에 있는가’가 아니라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다. 그 답이 분명해질 때 비로소 그의 ‘골든타임’론도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메트로포천 양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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