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영현 캠프의 재정안정화기금 해명, 왜 설득력이 떨어지는가

백영현 국민의힘 포천시장 후보 캠프가 재정안정화기금 활용을 두고 "시민을 위한 적극 행정"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번 해명은 논란을 잠재우기보다 오히려 키우는 모양새다. 표현은 단호했지만, 정작 시민이 궁금해하는 핵심에는 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재정은 구호가 아니라 기준으로 설명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해명은 충분하지 않았다.
재정안정화기금은 본래 경기 침체나 세입 감소 등 재정 충격에 대비하기 위한 장치다. 필요할 때 활용할 수 있다는 점 자체를 문제 삼을 일은 아니다. 그러나 쟁점은 기금을 썼다는 사실이 아니라, 왜 그 사업에, 어떤 우선순위로, 어느 정도 규모까지 사용했는가에 있다. 적법성과 타당성은 다르다. 쓸 수 있는 돈이라는 사실만으로 잘 쓴 돈이 되는 것은 아니다.
백영현 캠프는 도로망 확충, 공용주차장 조성, 포천천 블루웨이 및 태봉근린공원 조성, 교육발전특구 시범사업, 주민 생활불편 해소 사업 등을 기금 활용 사례로 제시했다. 모두 시민 편익과 무관한 사업은 아니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 엄격한 설명이 필요하다. 시민 편익이라는 이름 아래서는 거의 모든 사업이 정당화될 수 있어서다. 중요한 것은 그 사업들이 정말 재정안정화기금을 우선 투입할 만큼 긴급하고 불가피했는지, 일반회계나 다른 재원으로 대체할 여지는 없었는지, 기금의 본래 목적에 비춰 적정했는지 여부다. 이번 해명은 이 지점에서 지나치게 포괄적이었다.
특히 '민생'이라는 표현은 가장 조심해서 써야 한다. 도로도 민생이고, 공원도 민생이며, 교육도 민생이다. 이처럼 모든 사업을 민생으로 포장하는 순간, 재정 우선순위에 대한 냉정한 검토는 사라진다. 행정이 해야 할 일은 좋은 단어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사업들 사이에 어떤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세웠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민생'은 설명이 아니라 정치적 수사가 될 뿐이다.
캠프가 과거 포천시의 재정안정화기금 적립 규모를 거론하며 "지나치게 소극적인 재정 운용"이라는 비판이 있었다고 한 대목도 설득력이 높지 않다. 과거에 너무 많이 쌓아둔 것이 문제였다고 해서, 현재의 집행 방식이 곧바로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재정의 핵심은 언제나 균형에 있다. 과잉 적립도 문제일 수 있지만, 과도한 집행 역시 문제다. 중요한 것은 과거보다 줄었느냐가 아니라, 지금 수준이 과연 적정한가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한 기준 제시는 여전히 부족하다.
경기도 평균과의 비교 역시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포천시의 기금 조성 비율이 평균보다 높다고 해서 곧바로 재정적으로 안전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지방재정은 단순 평균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지자체마다 세입 구조와 산업 기반, 인구 흐름, 향후 재정 수요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포천이 안고 있는 지역경제의 구조적 한계와 미래 부담까지 감안한 자체 기준이 먼저 제시되어야 한다. 평균보다 높다는 설명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행정안전부 재정분석에서 '최우수 지방자치단체'로 선정됐다는 점을 강조한 것도 본질적 답변과는 거리가 있다. 행정 전반에 대한 평가가 좋을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이 특정한 기금 사용 결정의 적정성을 자동으로 입증해 주는 것은 아니다. 시민이 묻는 것은 상의 개수가 아니라, 실제 예산이 어디에 왜 쓰였는가 하는 점이다. 상패는 참고자료일 수는 있어도, 논란에 대한 면죄부가 되지는 못한다.
무엇보다 경계해야 할 것은 '적극 행정'이라는 표현의 남용이다. 적극 행정은 돈을 많이 쓰는 행정이 아니다. 필요한 곳에 정확히 쓰고, 현재의 필요와 미래의 위험을 함께 따져 책임 있게 집행하는 행정이 진정한 적극 행정이다. 반대로 구체적 기준과 위험 분석 없이 폭넓은 사업을 한꺼번에 기금 사용 대상으로 묶는 것은 적극성이라기보다 조급함에 가깝다. 시민이 원하는 것은 과감한 지출이 아니라, 납득 가능한 재정 운용이다.
이번 논란에서 백영현 캠프가 진정으로 시민을 설득하고자 했다면, 추상적 명분보다 구체적 자료를 내놓았어야 했다. 사업별 기금 사용 규모, 일반회계 대체 가능성 검토, 우선순위 선정 기준, 향후 3~5년 재정 전망, 남아 있는 재정 안전판의 수준 등을 투명하게 설명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런 설명 없이 "우리는 적극 행정을 했다"고만 되풀이한다면, 이는 해명이라기보다 정치적 자기평가에 그칠 수밖에 없다.
재정은 선거용 수사로 다룰 문제가 아니다. 오늘의 지출은 내일의 부담이 되고, 오늘의 선택은 다음 행정의 여력을 좌우한다. 그래서 재정 논쟁일수록 더 차분해야 하고, 더 구체적이어야 하며, 무엇보다 시민 앞에 솔직해야 한다. 백영현 캠프의 이번 해명은 그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강한 말보다 필요한 것은 분명한 근거다.
'적극 행정'이라는 말로는 재정 논란을 덮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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