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깜깜이 경선의 관행을 깨는 것, 그것이 민주주의의 첫걸음이다

숫자 하나가 눈길을 붙잡는다. 104명. 경기도 기초단체장 예비후보로 등록된 전체 인원이다. 그 가운데 40세 미만은 단 1명. 그리고 그 한 명이 서른 살의 청년으로 의정부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이 숫자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대한민국 지방정치의 현주소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민낯이다. 인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청년 세대가 정치의 공급자로서는 사실상 배제되어 있다는 현실. 정진호 예비후보가 "단 한 명이라는 숫자는 우리 정치가 얼마나 청년에게 닫혀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결과"라고 말했을 때, 그것은 자기 홍보의 언어가 아니라 구조적 현실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었다.
◇ 청년 정치의 부재 — 개인의 문제인가, 구조의 문제인가
청년들이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말은 자주 들린다. 그러나 그 원인을 청년 개인의 무관심이나 의지 부족으로 돌리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비껴가는 진단이다.
정치 참여에는 자원이 필요하다. 인적 네트워크, 재정적 기반, 조직 동원 능력, 그리고 무엇보다 '출발선에 설 기회' 자체. 이 자원들은 오랜 시간 정치 생태계 안에서 축적된 것들이며, 새롭게 진입하려는 청년들에게는 구조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장벽이다.
정 예비후보가 "개인의 의지 부족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고 지적한 것은 이 맥락에서 정확하다. 청년 정치인의 부재는 청년들의 정치적 무능력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기존 정치 구조가 새로운 세대의 진입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차단해왔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물론 구조의 문제를 인식하는 것과 그 구조 안에서 실제로 성과를 내는 것은 다른 차원의 과제다. 30세의 나이로 기초단체장에 도전하는 것 자체가 용기 있는 선택임은 분명하지만, 유권자들은 그 용기만큼이나 실질적인 행정 역량과 지역 현안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함께 요구할 것이다. 청년이라는 사실이 자동으로 능력의 증명이 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정 예비후보 스스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 정책토론회 제안 — 약자의 전략인가, 민주주의의 원칙인가
정 예비후보가 경선 후보들에게 정책토론회 개최를 공식 제안한 것은 여러 층위에서 읽힌다.
표면적으로는 인지도와 조직력에서 상대적으로 열세인 신진 후보가 자신의 강점인 정책 역량을 드러낼 기회를 만들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볼 수 있다. 이것은 솔직한 독해다. 정치에서 전략적 의도를 가진 제안이 나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제안의 내용이 옳은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정책토론회 제안의 내용은 옳다.
"문자 메시지와 단편적인 홍보 중심의 구조로 진행되다 보니 유권자들이 후보의 정책과 능력을 충분히 검증하기 어렵다"는 지적은 현행 경선 방식의 핵심적 문제를 정확히 짚고 있다. 당원과 일반 시민들이 후보의 얼굴과 이름은 알아도, 그 후보가 어떤 정책 철학을 가지고 있고 지역 현안에 대해 어떤 해법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기 어려운 구조. 이것이 '깜깜이 경선'의 본질이다.
지난 선거에서 "정책토론회 한 번 없이 경선을 치른 결과 의정부 15개 동 전 지역에서 완패했다"는 지적도 주목할 만하다. 경선 과정에서의 검증 부재가 본선 경쟁력의 약화로 이어진다는 것은 단순한 주장이 아니라 선거 결과가 보여준 교훈이다. 정당의 입장에서도 정책토론회는 더 강한 본선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합리적 과정이다.

◇ 디지털·AI 시대의 리더십 — 세대론의 유혹과 함정
정 예비후보는 "디지털과 인공지능의 속도로 세상이 급변하고 있지만 정치와 행정은 여전히 과거 방식에 머물러 있다"며 "젊고 빠른 리더십"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 주장은 설득력 있는 부분과 경계해야 할 부분을 동시에 담고 있다.
설득력 있는 부분은 이것이다. 디지털 전환과 AI 기술의 확산이 행정의 방식과 시민 서비스의 형태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이 변화를 체감하고 이해하는 세대의 감각이 행정에 반영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은 타당하다.
그러나 경계해야 할 부분도 있다. 젊다는 것이 곧 디지털을 이해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으며, 나이가 많다는 것이 곧 변화에 둔감하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젊고 빠른 리더십'이라는 언어가 세대론적 이분법으로 흐를 때, 그것은 오히려 논의를 단순화하는 위험이 있다.
정 예비후보가 디지털·AI 시대의 행정 혁신을 강조하고 싶다면, '젊음'이라는 속성보다 구체적인 정책 내용으로 승부해야 한다. 의정부시의 어떤 행정 서비스를 어떻게 디지털화할 것인지, AI 기술을 시민 생활의 어떤 영역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그 구체성이 세대론적 수사보다 훨씬 강력한 설득의 언어가 된다.
◇ 안병용 후보의 찬성, 그리고 나머지 세 후보의 침묵
정 예비후보의 정책토론회 제안에 안병용 후보가 찬성 입장을 밝혔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그리고 김원기, 심화섭, 오석규 후보가 아직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는 사실도 마찬가지로 의미심장하다.
정책토론회 제안에 선뜻 동의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지도와 조직력에서 앞서는 후보일수록 현재의 구도를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계산이 작용할 수 있다. 토론회는 모든 후보에게 동등한 발언 기회를 부여하고, 정책 역량을 직접 비교하게 만든다. 이것이 기득권을 가진 후보들에게는 불편한 경쟁 조건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정책토론회는 필요하다. 민주주의적 경선의 본질은 더 많은 자원을 가진 후보가 이기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비전과 역량을 가진 후보가 선택받는 것이어야 한다. 토론회를 거부하거나 침묵하는 것은 그 본질에 역행하는 선택이다.
더불어민주당 의정부시 경선을 관리하는 당 조직은 이 제안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정책토론회 개최 여부는 단순히 한 후보의 요청에 응하는 문제가 아니라, 당이 경선의 민주성과 투명성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가를 보여주는 시험대다.
◇ 청년 정치에 대한 진짜 지지는 어떤 모습인가
"청년 정치를 키우겠다는 약속은 말이 아니라 실천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정 예비후보의 말은 정당들을 향한 날카로운 지적이다.
선거 때마다 청년 정치 활성화를 외치는 정당들이, 실제 경선 과정에서 청년 후보들에게 공정한 경쟁의 기회를 얼마나 제공하고 있는가. 청년 할당제나 청년 우대 조항이 제도적으로 존재하더라도, 실질적인 경선 과정에서 청년 후보가 자신의 역량을 드러낼 기회가 구조적으로 차단된다면 그것은 공허한 제스처에 불과하다.
정책토론회는 그 의미에서 청년 후보에게 가장 공정한 경쟁의 장이다. 조직력도, 자금력도, 오랜 인맥도 아닌 오직 정책의 내용과 논리의 힘으로 경쟁하는 무대. 그 무대를 만드는 것이 청년 정치에 대한 가장 실질적인 지지다.
◇ 의정부 시민들에게, 그리고 경선 참여자들에게
이 칼럼을 마무리하며 두 방향으로 말을 건네고 싶다.
의정부 시민들에게는 이것을 말하고 싶다. 경선은 본선만큼이나 중요하다. 어떤 후보가 민주당의 본선 후보가 되느냐가 6·3 지방선거의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경선 과정에 관심을 갖고, 후보들의 정책과 비전을 비교하며, 더 나은 후보가 선출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시민의 권리이자 의무다.
경선 후보들에게는 이것을 말하고 싶다. 정책토론회 제안을 전략적 계산의 시각으로만 바라보지 말기를 바란다. 그것은 민주주의적 경선이 마땅히 갖추어야 할 형식에 대한 요청이다. 토론회에서 자신의 약점이 드러날까 두렵다면, 그 두려움 자체가 준비가 더 필요하다는 신호일 수 있다. 시민 앞에서 정책으로 경쟁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후보가 시장이 된다면, 그것이 더 큰 문제다.

◇ 30세의 도전이 남기는 것
정진호 예비후보가 이번 경선에서 어떤 결과를 얻든, 그의 도전은 이미 하나의 질문을 공론장에 던졌다. 우리의 지방정치는 얼마나 열려 있는가. 새로운 세대의 목소리가 정치의 언어로 번역될 수 있는 구조를 우리는 갖추고 있는가.
104명 중 단 1명. 이 숫자가 바뀌지 않는 한, 청년 정치 활성화는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구호로 남을 것이다. 그 숫자를 바꾸는 것은 30세 청년 한 명의 용기만으로는 부족하다. 구조를 바꾸려는 정구조를 바꾸려는 정당의 의지, 그 변화를 요구하는 시민의 목소리, 그리고 새로운 세대의 진입을 환영하는 정치 문화가 함께 만들어져야 한다.
정진호 예비후보의 정책토론회 제안은 그 변화를 향한 작은 균열이다. 거대한 벽에 난 작은 균열이 때로는 벽 전체를 무너뜨리는 시작이 된다. 의정부의 경선이 그 균열을 넓히는 계기가 되기를, 그리고 그 경험이 경기도 전체의 지방정치 문화를 조금씩 바꾸는 씨앗이 되기를 기대한다.
민주주의는 완성된 제도가 아니라 끊임없이 더 나은 방향으로 갱신되어야 하는 과정이다. 30세의 청년이 104명 중 유일하게 그 과정에 뛰어들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민주주의가 아직 살아있다는 증거다.
그 증거가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
[편집자 주] 이 칼럼은 더불어민주당 의정부시장 경선 과정의 공론화와 청년 정치 참여에 대한 건설적 논의를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의도를 담고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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