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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500억의 유혹 앞에서 — 의정부시 경마장 유치 검토를 묻는다

  • 양상현 기자
  • 입력 2026.03.06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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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수의 언어로 포장된 결정, 그 이면의 질문들을 직시해야 할 때

의정부시 경마장 유치.jpg


숫자는 때로 생각을 멈추게 만든다. 연간 500억 원 이상의 세수 증대. 고용 창출. 연관 산업 활성화. 의정부시가 경마장 이전 유치 검토에 나서며 제시한 이 수치들은 인상적이고, 구체적이며, 설득력 있어 보인다.


그러나 숫자가 클수록 그 숫자 뒤에 무엇이 있는지를 더 꼼꼼히 살펴야 한다. 500억 원의 세수가 의정부시에 가져다줄 것들을 계산하기 전에, 경마장이 의정부시로부터 가져갈 것들을 먼저 계산해야 한다. 그것이 이 결정의 진정한 비용-편익 분석이다.


◇ 선제적 대응인가, 성급한 질주인가


의정부시는 3월 5일 부시장 주재 관계부서 회의를 열고 경마장 이전 유치 관련 검토에 착수했다. "정부의 이전 결정을 기다리기보다 필요한 영향 검토를 선제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 시의 입장이다.


선제적 대응이라는 표현은 긍정적 뉘앙스를 담고 있다.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대신 능동적으로 준비한다는 것은 행정의 미덕처럼 들린다. 그러나 선제적 대응과 성급한 질주는 종이 한 장 차이다.


경마장 이전이 정부 차원에서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정부시가 TF를 구성하고 입지 발굴에 나서는 것은 사실상 유치 의지를 공식화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과의 충분한 사전 논의가 이루어졌는가. 부시장 주재 관계부서 회의가 시민 공론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는가.


강현석 부시장은 "시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책임 있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치 전략을 먼저 마련한 뒤 시민 의견을 수렴하는 것과, 시민 의견을 먼저 수렴한 뒤 유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른 과정이다. 의정부시가 선택한 것은 어느 쪽인가.


◇ 경마장은 어떤 시설인가 — 과천의 경험이 말하는 것


이 논의의 출발점으로 반드시 돌아가야 할 질문이 있다. 경마장은 과연 어떤 성격의 시설인가.


렛츠런파크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관리를 받는 법적 사행성 시설이다. 카지노, 복권, 스포츠토토와 함께 분류되는 이 시설의 특성은 단순한 스포츠 시설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도박 중독, 가정 해체, 주변 상권 왜곡, 치안 문제. 이것들은 경마장 인근 지역이 수십 년간 감내해온 현실적 부작용들이다.


그렇다면 과천은 왜 경마공원을 내보내려 하는가. 정부의 주택공급 정책이라는 공식적 명분 뒤에는, 과천 시민들이 수십 년간 이 시설과 공존하며 겪어온 피로감이 실질적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과천이 내보내려는 시설을 의정부가 유치하려 한다면, 과천의 경험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


의정부시의 검토 자료는 "경제적 효과와 함께 주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문장은 올바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그러나 '함께 검토'가 실질적인 균형 분석으로 이어지려면, 경제적 편익의 계산만큼이나 사회적 비용의 추정에 동등한 무게가 실려야 한다.


◇ 35만 평의 부지와 도시의 정체성


의정부시는 경마장 이전을 위해 약 35만 평 이상의 대규모 부지 확보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개발제한구역을 포함한 의정부시 전 지역을 대상으로 입지 여건을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35만 평. 이 숫자의 물리적 규모를 실감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은 의정부시의 도시 경관과 토지 이용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규모다. 어느 지역에 입지하느냐에 따라 인근 주민들의 생활환경이 돌이키기 어려운 방식으로 변화할 수 있다.


시는 "주거지역과 일정 거리 이상을 확보할 수 있는 부지 마련이 필수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의정부시의 지리적 특성상 주거지역과 충분한 거리를 확보하면서 35만 평 이상의 부지를 찾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에 대한 냉정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


더 근본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의정부시는 어떤 도시가 되고자 하는가. 도시의 정체성은 어떤 시설을 유치하느냐에 의해 형성된다. 경마장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도시의 이미지와, 문화·교육·첨단 산업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도시의 이미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 이미지는 어떤 인구를 유입시키고, 어떤 산업을 끌어들이며, 어떤 미래를 만들어가는지를 결정한다.


◇ TF의 구성과 공론화의 진정성


의정부시는 전문가와 정치권이 참여하는 '경마장 이전 대응 TF'를 구성할 계획이다. TF는 입지 발굴뿐만 아니라 전략산업 연계 방안, 스포츠융합과학고 등 교육 인프라 확대, 이전 인센티브 제공 방안 등을 함께 검토한다.


TF 구성 자체는 긍정적이다. 다양한 전문가와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검토 과정은 단일 부서의 판단보다 더 균형 잡힌 결론을 도출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TF의 구성과 운영 방식에 대한 몇 가지 질문이 남는다.


첫째, TF에 경마장 유치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전문가와 시민단체가 포함될 것인가. 유치 찬성론자들만으로 구성된 TF는 결론이 이미 정해진 검토 과정이 될 위험이 있다.


둘째, TF의 검토 과정과 결과가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될 것인가. 밀실에서 이루어지는 전문가 검토는 시민 공론화의 대체물이 될 수 없다.


셋째, TF의 검토 결과가 유치 반대로 나올 경우, 시는 그 결론을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처음부터 유치를 전제로 한 TF라면, 그것은 검토가 아니라 정당화의 과정이 된다.


스포츠융합과학고 등 교육 인프라 확대를 경마장 유치와 연계하는 구상은 창의적이지만, 동시에 우려스럽다. 교육 시설의 확충이라는 긍정적 의제를 경마장 유치의 포장지로 활용하는 것은, 시민들의 판단을 흐리게 만드는 프레이밍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인접 시군과의 협력 — 광역적 시각의 필요성


의정부시는 인접 시군과의 협력 방안도 병행해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부분은 주목할 만하다.


경마장은 그 특성상 인접 지역에도 영향을 미친다. 교통량 증가, 주변 상권 변화, 치안 문제 등은 행정 경계를 넘어 광역적으로 작용한다. 의정부시 단독의 결정이 인근 양주시, 포천시, 남양주시 등의 시민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광역적 공론화가 필요하다.


흥미롭게도 양주시 역시 과천경마공원 광석지구 유치를 검토하고 있다. 같은 시설을 두고 인접한 두 도시가 경쟁적으로 유치에 나서는 구도는, 지역 간 협력보다 경쟁을 부추기는 방식으로 사행성 시설의 이전 논의가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경쟁 구도 자체가 건강한가에 대한 성찰도 필요하다.


◇ 500억 원의 세수, 그 이면의 계산


연간 500억 원 이상의 세수 증대라는 수치는 분명 매력적이다. 재정 자립도가 낮은 지방자치단체에게 이 규모의 안정적 세수는 행정의 폭을 크게 넓혀줄 수 있다.


그러나 이 계산에는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항목들이 있다.


도박 중독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얼마인가. 경마장 주변 지역의 부동산 가치 변화와 그에 따른 세수 영향은 어떠한가. 치안 강화를 위한 추가 행정 비용은 얼마나 발생하는가. 도시 이미지 변화로 인해 다른 기업과 인구의 유입이 감소할 경우의 기회비용은 어떻게 계산하는가.


500억 원의 세수에서 이 비용들을 제하고 나면 실질적인 편익은 얼마인가. 그리고 그 편익이 의정부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으로 얼마나 직접적으로 연결되는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이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500억 원이라는 숫자만을 강조하는 것은, 절반의 계산으로 전체의 결론을 내리는 오류다.


◇ 의정부 시민들에게 — 지금 목소리를 내야 할 때


이 칼럼이 경마장 유치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으로 읽혀서는 안 된다. 지역 발전을 위한 의정부시의 노력과 의지는 존중받아야 한다. 재정 확충과 고용 창출이라는 과제는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씨름하는 현실적 문제다.


그러나 대형 사행성 시설의 유치는 그 어떤 개발 사업보다 신중하고 투명한 의사결정 과정을 요구한다. 한번 들어선 시설은 쉽게 되돌릴 수 없다. 과천이 수십 년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것을 증명한다.


의정부 시민들이 지금 목소리를 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TF가 구성되고 유치 전략이 마련된 이후에 시민 의견을 묻는 것은 진정한 공론화가 아니다. 방향이 정해지기 전에, 찬성과 반대의 다양한 찬성과 반대의 다양한 목소리가 동등하게 반영될 수 있는 공론화의 장이 먼저 열려야 한다.


경마장 유치를 원하는 시민도 있을 것이다. 세수 증대와 고용 창출의 효과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정당하다. 그러나 우려하는 시민도 있을 것이다. 도시 이미지의 변화를 걱정하는 학부모, 주거 환경 악화를 염려하는 인근 주민, 사행산업의 사회적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민단체. 이 모든 목소리가 동등하게 반영되는 과정이 민주적 공론화의 본질이다.


의정부시가 진정으로 "시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책임 있게 추진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려 한다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유치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 공론화의 장을 여는 것이다.


◇ 도시의 미래는 숫자가 아니라 가치로 결정된다


강현석 부시장은 "경마장 이전은 도시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 말은 정확하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도시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사안이라면, 그 결정은 연간 500억 원이라는 세수 수치 하나로 내려져서는 안 된다. 그것은 의정부가 어떤 도시로 기억되기를 원하는가,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도시를 물려주고 싶은가, 그리고 의정부 시민으로서 우리가 공유하는 가치는 무엇인가라는 더 근본적인 질문들과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세수는 도시 운영의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500억 원의 세수가 어떤 도시를 만드는 데 쓰이느냐가 중요한 것이지, 500억 원 자체가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경마장 유치로 확보한 세수가 결국 경마장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치우는 데 쓰인다면, 그것은 제자리를 맴도는 악순환이다.


◇ 비교의 시각 — 다른 선택지는 없는가


이 논의에서 빠져 있는 중요한 질문이 하나 있다. 35만 평의 대규모 부지와 연간 500억 원 규모의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다른 선택지는 없는가.


경마장 유치만이 의정부시의 재정 확충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유일한 방법인가. 같은 규모의 부지에 첨단 산업 단지나 물류 센터, 문화·관광 복합 시설, 혹은 의료·바이오 클러스터를 유치하는 것과 비교했을 때 경마장의 순편익은 어떠한가.


이 비교 분석이 TF의 검토 과제에 포함되어야 한다. 경마장 유치의 타당성은 그 자체의 편익과 비용을 따지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같은 자원을 다른 방식으로 활용했을 때의 기회비용과 비교할 때 비로소 온전한 판단이 가능하다.


의정부시가 보유한 지리적 강점, 즉 서울과의 근접성, 광역교통망과의 연계, 그리고 경기 북부의 중심 도시로서의 위상은 경마장보다 더 지속 가능하고 도시 이미지에 긍정적인 시설을 유치하는 데도 충분히 활용될 수 있는 자산이다.


◇ 같은 시설을 두고 경쟁하는 도시들에게


앞서 언급했듯 양주시 역시 과천경마공원 광석지구 유치를 검토하고 있다. 인접한 두 도시가 같은 사행성 시설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하는 구도는 여러 가지를 시사한다.


첫째, 이 경쟁 구도는 한국마사회와 정부에게 유리한 협상 환경을 만들어준다. 여러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유치에 나설수록, 이전 조건과 인센티브 협상에서 지자체의 협상력은 약해진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더 많은 것을 내주고 유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둘째, 경기 북부 지역 전체의 관점에서 이 경쟁이 바람직한가를 물어야 한다. 인접한 두 도시 중 하나가 경마장을 유치하면, 그 영향은 행정 경계를 넘어 양쪽 도시 모두에 미친다. 경쟁이 아닌 협력의 시각으로, 경기 북부 지역 전체에 어떤 시설이 필요한지를 함께 논의하는 것이 더 현명한 접근일 수 있다.


셋째, 이 경쟁 구도 자체가 사행성 시설의 이전 논의가 얼마나 비체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정부 차원의 명확한 이전 계획과 입지 기준이 제시되기 전에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유치에 나서는 것은, 결과적으로 사행성 시설의 이전을 둘러싼 혼란과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


◇ 마지막으로 — 신중함이 곧 책임이다


이 칼럼을 마무리하며 한 가지를 분명히 하고 싶다. 신중함은 무능함이 아니다. 돌이키기 어려운 결정 앞에서 충분히 생각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행정의 책임이다.


의정부시가 경마장 유치 검토에 착수한 것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다. 지역 발전을 위한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은 지방정부의 의무다. 그러나 검토의 방향이 처음부터 유치를 향해 기울어져 있다면, 그것은 검토가 아니라 결정의 사후 정당화다.


진정한 검토는 유치의 근거를 쌓는 과정이 아니라, 유치 여부를 열린 마음으로 판단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그 판단의 중심에는 연간 500억 원의 세수가 아니라, 의정부 시민들의 삶의 질과 도시의 미래가 놓여야 한다.


500억 원의 유혹 앞에서 의정부시가 어떤 선택을 하는가. 그 선택이 수십 년 후 의정부의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 것인가. 지금 이 순간의 신중함이 그 역사를 결정한다.


도시의 품격은 무엇을 유치하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거부하느냐에 의해 만들어진다. 의정부시가 그 품격을 지키는 선택을 하기를 기대한다.


[편집자 주] 이 칼럼은 의정부시의 과천경마공원 이전 유치 검토에 대한 비판적 공론화를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정치적 입장을 대변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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