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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포천의 재정 공방, 정말 물어야 할 것은 ‘누가 곳간을 지켰나’가 아니다

  • 양상현 기자
  • 입력 2026.05.19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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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천시장 선거 초반을 달군 ‘재정안정화기금’ 공방의 정치학

포천시청 현판.JPG


포천시장 선거 초반부터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을 둘러싼 공방이 거세다. 국민의힘 백영현 후보 측은 “기금은 쌓아두기 위한 돈이 아니라 시민 삶과 지역경제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때 쓰라고 만든 제도”라고 말한다. 더불어민주당 박윤국 후보 측은 “불과 3년 만에 수천억 원대 비상금을 급격히 소진한 것은 적극 행정이 아니라 재정의 뿌리를 흔드는 행정”이라고 맞선다. 표면적으로는 돈을 썼느냐, 남겼느냐의 싸움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논쟁을 그 수준에만 가둬두면 정작 중요한 질문은 사라진다. 재정은 누구를 위해, 어떤 방식으로 쓰여야 하는가. 그리고 그 결과 시민의 삶은 실제로 얼마나 나아졌는가.


지방재정은 원래 시민의 삶을 떠받치는 공적 자산이다. 재정안정화기금 역시 위기 대응과 경기 조절, 행정의 지속성을 위해 존재한다. 따라서 기금을 활용했다는 사실 자체를 곧장 문제 삼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민생이 악화하고 지역경제가 움츠러든 상황에서 지방정부가 손을 놓은 채 곳간만 지키고 있었다면, 그것이야말로 무책임한 행정이었을 수 있다. 백 후보 측이 도로망 확충, 주차장 조성, 정주여건 개선, 교육·돌봄 강화, 생활불편 해소 사업 등을 거론하며 “필요한 곳에 재정을 투입했다”고 주장하는 데는 분명 그런 명분이 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면 곤란하다. 공공재정은 기업의 투자금도, 선거용 정치 자금도 아니다. 쓰는 행위만으로 정당성이 확보되지 않는다. 어디에 썼는지 못지않게 누구를 위해 썼는지, 얼마나 공정하게 배분됐는지, 실제 체감 효과는 있었는지가 더 중요하다. 도로와 공원, 주차장, 생활 SOC 사업은 언제나 ‘눈에 보이는 성과’로 포장되기 쉽다. 그러나 지방정부의 적극 재정이 진짜로 평가받으려면, 취약계층의 삶을 얼마나 지탱했는지, 지역 소상공인과 노동자, 돌봄이 필요한 가정, 교통과 주거 여건이 열악한 시민들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를 따져야 한다. 기금을 썼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지출이 삶의 불평등을 줄이는 방향으로 작동했는지가 핵심이다.


박 후보 측의 비판 역시 같은 기준 위에서 검증돼야 한다. 박 후보 측은 민선 7기 당시 코로나19와 각종 재난 속에서도 시민 1인당 전국 최대 규모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서도 재정의 기반을 지켜냈다고 강조한다. 이 주장은 나름의 설득력이 있다. 위기 속에서 시민을 지원하면서도 재정의 안전판을 남겨두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곳간을 남겼다”는 자기평가만으로 충분하지는 않다. 왜 그 많은 기금이 쌓일 수 있었는지, 그 과정에서 미뤄진 과제는 없었는지, 지금 포천이 겪고 있는 인구 감소와 지역경제 침체, 산업 활력 저하 문제에 대해 당시 행정이 얼마나 선제적으로 대응했는지도 함께 돌아봐야 한다. 재정을 남겨놓는 것만으로 도시의 미래가 자동으로 보장되지는 않는다.


결국 양측 모두 자신에게 유리한 절반의 진실을 내세우고 있다. 백 후보 측은 “재정을 써야 할 때 썼다”고 말하고, 박 후보 측은 “그래도 재정의 뿌리는 남겨야 한다”고 말한다. 둘 다 틀렸다고 보긴 어렵다. 문제는 시민에게 어떤 국가, 어떤 지방정부가 필요한가라는 더 근본적인 물음 앞에서는 둘 다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데 있다. 지금 포천에 필요한 것은 단순히 돈을 잘 아끼는 시장도, 돈을 과감히 쓰는 시장도 아니다. 위기 속에서 공공의 역할을 분명히 하되, 그 재정이 소수의 상징 사업이나 토건형 성과에 머물지 않고 시민 다수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게 만드는 시장이다.


특히 지방선거에서 재정 논쟁은 쉽게 ‘가계부 논리’로 축소된다. 곳간을 지켰느냐, 비상금을 써버렸느냐, 허리띠를 졸라맸느냐는 식의 표현은 직관적이지만 위험하다. 지방정부의 재정은 개인 가계와 다르다. 시민이 어려울 때 정부가 지출을 통해 삶을 떠받치는 것은 낭비가 아니라 공적 책임일 수 있다. 반대로 보여주기식 사업에 예산을 쏟아붓고도 민생 회복이 체감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적극 행정이 아니라 정치적 소비에 가깝다. 따라서 유권자는 ‘돈을 얼마나 남겼느냐’보다 ‘그 돈이 시민 다수에게 어떤 효용을 가져왔느냐’를 먼저 물어야 한다.


포천의 현실을 생각하면 이 기준은 더욱 중요하다. 인구 감소, 기업 위기, 민생 침체, 지역 활력 저하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단기적 수치 경쟁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지역 재생 전략이다. 재정안정화기금이 정말 시민을 위한 안전망이었다면, 그 사용과 보존 모두 지역의 사회적 약자를 우선하고 지역경제의 회복력을 키우는 방향과 연결돼야 한다. 아이를 키우기 쉬운 도시, 노인이 살기 불편하지 않은 도시, 청년이 떠나지 않는 도시, 소상공인이 버틸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데 재정이 쓰였는지 묻지 않는다면, 이번 공방은 그저 선거용 말싸움에 그칠 것이다.


이번 논쟁에서 백 후보가 답해야 할 것은 분명하다. 왜 썼는가가 아니라, 누가 얼마나 나아졌는가다. 투입된 재정이 시민의 삶에 어떤 구체적 변화를 만들었는지, 왜 일부 시민들은 여전히 지역경제 회복을 체감하지 못하는지 설명해야 한다. 박 후보가 답해야 할 것도 선명하다. 왜 남겼는가가 아니라, 앞으로 무엇을 위해 남길 것인가다. 재정을 지킨다는 명분이 결국 필요한 투자와 복지, 지역 전환 전략을 미루는 보수적 행정의 알리바이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지방정치가 성숙하려면 재정 논쟁 역시 숫자의 공방을 넘어 가치의 경쟁으로 나아가야 한다. 시민 삶을 지키기 위한 공공투자, 불평등을 완화하는 재정 배분,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 가능한 재정 운영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 포천의 이번 선거가 의미 있으려면 ‘누가 더 많이 썼나’, ‘누가 더 많이 남겼나’의 싸움에서 벗어나야 한다. 진짜 질문은 이것이다. 포천의 재정은 과연 시민 모두의 삶을 지키는 방향으로 쓰여왔는가.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인가.


◇ 맺음말


재정은 장부의 숫자가 아니라 정치의 우선순위다. 어떤 도시에 돈을 쓰는가는 결국 어떤 시민의 삶을 더 먼저 지키겠다는 선언과 같다. 포천시장 선거의 재정안정화기금 공방 역시 그래서 단순한 회계 논쟁이 아니다. 그것은 시민의 삶을 중심에 놓는 행정이 무엇인지를 묻는 시험대다. 유권자가 끝내 판단해야 할 것은 후보가 지킨 곳간의 크기가 아니라, 그 재정이 누구의 삶을 얼마나 지켜냈는지에 대한 진실이다.


메트로포천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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