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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현장의 신뢰, 정치의 언어가 되다 — 전직 소방공무원 34명의 지지 선언이 말하는 것

  • 양상현 기자
  • 입력 2026.03.06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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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길 속에서 쌓인 신뢰, 그것이 가장 무거운 정치적 자산이다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jpg


정치에서 지지 선언은 흔한 일이다. 선거철이 되면 각종 단체와 인사들의 지지 선언이 쏟아지고, 그 중 상당수는 의례적인 정치적 제스처로 소비된다. 그러나 모든 지지 선언이 같은 무게를 가지지는 않는다. 누가, 왜, 어떤 근거로 지지를 선언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는 천양지차다.


의정부지역에서 근무했던 전직 소방공무원 34명이 더불어민주당 의정부시장 예비후보 김원기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이 소식을 접하며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이것이다. 소방공무원들의 지지는 다르다.


그들은 화려한 연회장에서 정치인과 악수를 나눈 사람들이 아니다. 불길 속으로, 붕괴 현장으로, 익수자가 있는 강물 속으로 뛰어들었던 사람들이다. 그들이 한 정치인을 신뢰한다고 말할 때, 그 신뢰는 현장에서 검증된 것이다.


◇ 460억 원이 만든 공간, 그 너머의 의미


김윤호 전 의정부소방서장이 밝힌 핵심 근거는 구체적이다. 김원기 후보가 경기도의원 재임 당시 확보한 460억 원의 예산 덕분에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가 금오동 청사로 건립·이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460억 원. 이 숫자는 단순한 예산 수치가 아니다. 그것은 소방공무원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게 된 공간의 가격이며, 더 효율적인 재난 대응 체계가 갖추어진 기반의 비용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그 공간에서 출동한 소방차가 더 빠르게 현장에 도착하여 지켜낸 시민들의 생명과 연결된다.


지방의회 의원이 460억 원 규모의 예산을 확보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예산 과정에 대한 깊은 이해, 관련 기관과의 지속적인 협력, 그리고 무엇보다 소방 인프라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끈질긴 노력의 결과다. 3선 도의원으로서 쌓아온 경험과 네트워크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성과다.


그러나 이 지지 선언에서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예산 확보의 성과보다 트라우마 치료 공간 마련이라는 대목이다.


◇ 트라우마 치료 공간 — 보이지 않는 상처를 본 사람


소방공무원들이 현장에서 겪는 트라우마는 오랫동안 사회적으로 충분히 인식되지 못했다. 불길 속에서, 사고 현장에서, 익수자를 건져내는 과정에서 그들이 목격하는 것들은 일반인이 평생 경험하지 못할 수준의 충격적인 장면들이다. 그 장면들은 제복을 벗은 후에도 그들을 따라온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수면 장애, 우울증. 소방공무원들 사이에서 이 문제들의 발생률이 일반인보다 현저히 높다는 것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된 사실이다. 그러나 '강인함'을 요구받는 직업 문화 속에서, 많은 소방공무원들이 이 상처를 혼자 감내해왔다.


김원기 후보가 소방재난본부 내부에 트라우마 치료 공간을 마련하는 데 힘을 보탰다는 것은, 그가 소방공무원들의 보이지 않는 상처를 보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산을 확보하고 건물을 짓는 것은 눈에 보이는 성과다. 그러나 현장에서 돌아온 소방관들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은, 사람을 보는 시각이 없으면 생각하기 어려운 정책이다.


이것이 전직 소방공무원들이 그를 신뢰하는 더 깊은 이유일 것이다. 예산을 따다 준 정치인은 기억에 남지만, 우리의 상처를 알아본 정치인은 마음에 남는다.


◇ "안전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다" — 이 말의 무게


김원기 후보가 지지 선언 자리에서 밝힌 "안전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이며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안전복지가 행정의 최우선 가치가 되어야 한다"는 말은 선거용 수사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말을 소방공무원들 앞에서 한다는 것은 다른 무게를 가진다.


안전을 비용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내려 있다. 소방 인프라 확충에 예산을 쓰는 것을 아깝게 여기고, 안전 교육과 훈련에 투자하는 것을 낭비로 보는 시각. 그 시각이 지배하는 곳에서 재난은 더 자주, 더 크게 일어난다.


안전을 투자로 바라보는 것은 단순한 관점의 차이가 아니다. 그것은 행정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철학의 차이다. 안전에 투자하는 행정은 재난이 발생하기 전에 예방 인프라를 갖추고, 소방공무원들이 더 나은 장비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시민들이 재난 상황에서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데 자원을 쓴다.


김원기 후보가 이 철학을 단순한 선언으로 그치지 않고 실제 도의원 활동을 통해 실천해왔다는 것을, 34명의 전직 소방공무원들이 증언하고 있다.


◇ 34명이라는 숫자의 의미


지지 선언에 참여한 34명의 이름이 보도자료에 모두 공개되어 있다. 강영수, 고호태, 오승택, 전영원, 정한원, 양진태, 이성재... 이름 하나하나가 의정부 지역에서 시민의 안전을 지켜온 사람들의 것이다.


이들이 실명을 공개하며 지지를 선언했다는 것은 중요하다. 익명의 지지와 실명의 지지는 다르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지지를 선언하는 것은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이며, 그만큼 신뢰가 깊다는 증거다.


34명이라는 숫자도 의미 있다. 한두 명의 지지는 개인적 친분의 결과일 수 있다. 그러나 34명이 함께 모여 지지를 선언한다는 것은 개인적 관계를 넘어선 집단적 신뢰의 표현이다. 의정부 지역 소방 공동체가 공유하는 김원기 후보에 대한 평가가 이 숫자 속에 담겨 있다.


◇ 안전 공약의 구체성을 주목한다


김원기 후보가 제시한 안전 관련 공약은 세 가지다. 재난 대응 시스템 고도화, 노후 소방·안전 인프라 확충, 시민 참여형 안전 거버넌스 구축.


이 세 가지는 방향성 측면에서 모두 타당하다. 그러나 공약의 진정한 가치는 방향성이 아니라 구체성에 있다. 재난 대응 시스템을 어떻게 고도화할 것인가. 노후 인프라 확충을 위한 예산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시민 참여형 안전 거버넌스는 어떤 구조로 운영될 것인가.


이 질문들에 대한 구체적인 답이 제시될 때, 공약은 선언을 넘어 실행 가능한 계획이 된다. 전직 소방공무원들의 지지를 받은 후보로서, 김원기 후보는 안전 분야에서 누구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공약을 제시할 책임이 있다. 현장을 아는 사람들의 신뢰를 받았다면, 그 신뢰에 걸맞은 수준의 정책 비전을 보여주어야 한다.


특히 시민 참여형 안전 거버넌스라는 개념은 주목할 만하다. 안전은 소방공무원과 행정의 몫만이 아니다. 시민들이 재난 상황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고 이웃을 돕는 역량을 갖출 때, 지역 사회 전체의 안전 수준이 높아진다. 이 개념이 실질적인 프로그램으로 구체화된다면, 의정부시의 안전 문화를 한 단계 높이는 의미 있는 정책이 될 수 있다.


◇ 소방공무원의 지지가 던지는 더 넓은 질문


이 지지 선언은 김원기 후보 개인에 대한 평가를 넘어, 우리 사회가 소방공무원들을 어떻게 대우해왔는지에 대한 질문을 함께 던진다.


소방공무원들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위험한 일을 하는 사람들 중 하나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이 도망치는 방향으로 뛰어들고, 자신의 안전을 위협하면서 타인의 생명을 구한다. 그러나 그들의 처우와 근무 환경은 그 헌신에 비례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노후한 청사, 부족한 장비, 트라우마 치료 시스템의 부재, 그리고 순직과 공상에 대한 불충분한 보상. 이것들이 오랫동안 소방공무원들이 감내해온 현실이었다. 김원기 후보가 이 현실을 개선하는 데 기여했다는 전직 소방공무원들의 증언은, 그가 이 문제를 정치적 수사가 아닌 실질적 과제로 다루어왔음을 보여준다.


의정부시장이 된다면 소방 행정에 대한 직접적인 권한은 제한적이다. 소방은 광역자치단체인 경기도의 사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은 소방 인프라 확충을 위한 예산 협력, 소방공무원 처우 개선을 위한 정책 건의, 그리고 시민 안전 문화 조성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통해 소방 행정과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다. 소방 현장을 이해하는 시장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 현장의 신뢰가 정치의 자산이 되는 방식


선거에서 지지 선언의 가치는 그 지지자들이 가진 신뢰성에서 나온다. 유권자들은 누가 지지하느냐를 보면서 후보의 성격과 역량을 간접적으로 판단한다.


전직 소방공무원 34명의 지지는 이 맥락에서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들은 현장에서 검증된 사람들이다. 위기 상황에서 판단력을 발휘하고, 위기 상황에서 판단력을 발휘하고, 동료를 믿으며, 거짓과 진실을 구분하는 능력을 직업적으로 훈련받은 사람들이다. 그들이 한 정치인을 신뢰한다고 말할 때, 그 판단은 가볍지 않다.


정치인에 대한 신뢰는 두 가지 방식으로 형성된다. 하나는 말을 통한 신뢰이고, 다른 하나는 행동을 통한 신뢰다. 말을 통한 신뢰는 쉽게 만들어지고 쉽게 무너진다. 그러나 행동을 통한 신뢰는 시간이 걸리지만 단단하다.


전직 소방공무원들이 김원기 후보를 신뢰하는 것은 그의 말 때문이 아니다. 460억 원의 예산을 확보한 행동, 트라우마 치료 공간을 만든 행동, 소방공무원들의 현장을 직접 찾아 이해하려 했던 행동. 이 행동들이 쌓여 만들어진 신뢰다. 그리고 그 신뢰가 34명의 이름으로 공개적으로 표현된 것이다.


◇ 지지 선언 이후의 책임


지지 선언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34명의 전직 소방공무원들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지지를 선언했다는 것은, 김원기 후보에게 그 신뢰에 응답해야 할 책임을 부여한다.


경선을 통과하고 본선에 나서게 된다면, 그리고 시장이 된다면, 오늘의 지지 선언은 약속이 된다. 안전을 비용이 아닌 투자로 바라보겠다는 약속, 재난 현장의 최일선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약속, 시민의 안전을 행정의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는 약속.


정치에서 약속은 지켜질 때 의미를 가진다. 34명의 소방공무원들이 건넨 신뢰의 무게를 김원기 후보가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이느냐가, 이 지지 선언의 진정한 가치를 결정할 것이다.


◇ 의정부 시민들에게 — 안전을 묻는 선거


6·3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의정부시장 후보들의 다양한 공약과 지지 선언이 쏟아지고 있다. 그 속에서 유권자들은 무엇을 기준으로 선택해야 하는가.


이번 전직 소방공무원들의 지지 선언은 하나의 기준을 제시한다. 안전이다. 시장이 안전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재난 대응 인프라를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 시민의 생명을 지키는 사람들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이 질문들이 시장 선거의 중요한 의제가 되어야 한다.


의정부는 수도권 북부의 중심 도시다. 인구 밀도가 높고, 노후 건축물이 많으며, 다양한 재난 위험 요소를 안고 있다. 이 도시의 시장이 안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실질적인 정책 역량을 갖추고 있느냐는 시민들의 일상적 안전과 직결된 문제다.


34명의 전직 소방공무원들은 그 기준에서 김원기 후보를 선택했다. 의정부 시민들이 이 선택의 근거를 꼼꼼히 살피고, 자신만의 기준으로 판단하기를 바란다.


◇ 불길 속에서 쌓인 신뢰의 무게


마지막으로 이 지지 선언의 본질로 돌아가고 싶다.


34명의 전직 소방공무원들은 평생 불길 속으로, 붕괴 현장으로, 위험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들은 두려움을 모르는 사람들이 아니다. 두려움을 알면서도 뛰어드는 사람들이다. 그 용기와 헌신이 우리 사회의 안전망을 지탱해왔다.


그들이 한 정치인을 신뢰한다고 말할 때, 그 말은 불길 속에서 쌓인 경험과 판단력을 담고 있다. 화려한 언변이나 정치적 계산이 아니라, 현장에서 검증된 눈으로 바라본 평가다.


그 평가가 옳은지 그른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이것만은 분명하다. 현장의 신뢰는 가장 무거운 정치적 자산이며, 그 신뢰를 얻은 사람은 그것을 지킬 책임이 있다.


의정부의 안전을 위해 평생을 바친 34명의 이름이 오늘 한 후보의 이름 옆에 나란히 놓였다. 그 무게를 김원기 후보가, 그리고 의정부 시민들이 함께 기억하기를 바란다.


[편집자 주] 이 칼럼은 전직 소방공무원들의 지지 선언이 담고 있는 정치적·사회적 의미를 분석하고 공론화하기 위해 작성되었으며,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의도를 담고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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