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생에 대한 예우는 시혜가 아니라 국가적 의무다

나라가 존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다. 오늘 우리가 아침에 눈을 뜨고, 출근하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저녁에 가족과 식사를 나눌 수 있는 이 평범한 일상은 누군가의 비범한 희생 위에 세워져 있다. 총을 들고 전선에 섰던 사람들,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친 사람들, 그리고 그 희생으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 그들이 치른 대가가 오늘의 일상을 가능하게 했다.
의정부시가 지난 2월부터 보훈명예수당을 3만 원 인상해 지급하기 시작했다. 관내 주소를 두고 있는 국가유공자 및 선순위 유족 등 5천100여 명이 혜택을 받는다. 숫자로만 보면 소박한 변화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 결정이 담고 있는 의미는 그 숫자보다 훨씬 크다.
◇보훈명예수당이 존재하는 이유
보훈명예수당은 국가보훈부에서 지급하는 보상금과는 별개로 지방자치단체가 지급하는 수당이다. 이 구분이 중요하다.
국가 차원의 보상금이 희생에 대한 법적·제도적 보상이라면, 지자체의 보훈명예수당은 그 지역 공동체가 국가유공자와 유족에게 건네는 감사와 존경의 표현이다. 그것은 법이 정한 의무를 이행하는 것을 넘어, 지역 사회가 자발적으로 그 희생을 기억하고 예우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 자발성이 보훈명예수당의 본질적 가치다. 국가가 정한 최소한의 보상에 더해, 우리가 사는 이 도시가 당신의 희생을 기억하고 있다는 메시지. 그것이 5천100여 명의 국가유공자와 유족들에게 전달되는 것이다.
의정부시 관계자가 밝힌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는 국가유공자 분들의 고귀한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는 말은 의례적인 수사가 아니다. 그것은 보훈명예수당이 존재하는 이유를 정확히 표현하는 말이다.
◇3만 원의 무게
3만 원. 이 금액이 크다고 할 수는 없다. 국가유공자와 유족들이 겪어온 희생과 고통에 비하면, 어떤 금액도 충분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전선에서 흘린 피, 가족을 잃은 슬픔, 부상으로 인한 평생의 고통. 이것들은 어떤 수당으로도 온전히 보상될 수 없다.
그러나 3만 원의 의미는 그 금액 자체에 있지 않다. 그것은 국가유공자와 유족들을 향한 지속적인 관심과 예우의 표현이다. 한 번의 기념식이나 행사가 아니라, 매달 통장에 찍히는 숫자로 "우리는 당신을 매달 통장에 찍히는 숫자로 그 감사를 전달하는 것. 그것이 보훈명예수당이 가진 일상적 예우의 힘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인상이라는 행위 자체가 담고 있는 메시지다. 현상 유지가 아니라 더 나은 예우를 향해 나아가겠다는 의지. 물가가 오르고 생활비가 늘어나는 현실 속에서, 국가유공자와 유족들의 실질적인 생활 수준을 지키려는 노력. 3만 원 인상은 그 노력의 표현이다.
5천100여 명에게 매달 3만 원씩 추가로 지급한다는 것은 연간 약 18억 원 이상의 예산이 더 투입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재정 여건이 녹록지 않은 지방자치단체의 현실에서 이 결정은 보훈에 대한 의정부시의 진지한 의지를 보여준다.
◇ 보훈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다
보훈을 과거의 일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다. 전쟁은 끝났고,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이제 노인이 되었으며, 보훈은 점점 역사의 영역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인식. 이 시각은 보훈을 점차 줄여나가도 되는 과거의 부채처럼 취급한다.
그러나 보훈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의 문제다. 지금 이 순간에도 국가유공자와 유족들은 살아있고, 그들의 삶은 계속되고 있으며, 그들이 겪은 희생의 흔적은 여전히 현재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쟁의 부상으로 인한 평생의 장애, 가족을 잃은 슬픔이 남긴 심리적 상처, 그리고 나라를 위해 헌신했다는 자부심과 그에 걸맞은 예우를 받고 싶다는 당연한 바람.
이것들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여기의 현실이다. 보훈명예수당은 그 현실에 응답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보훈은 미래의 문제이기도 하다. 국가가 희생에 어떻게 응답하는가를 보면서, 다음 세대는 국가와 공동체에 대한 헌신의 의미를 배운다. 희생이 제대로 예우받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공동체를 위해 기꺼이 헌신할 수 있다. 보훈은 과거의 빚을 갚는 것인 동시에, 미래의 공동체 정신을 키우는 투자이기도 하다.
◇ 의정부라는 도시와 보훈의 연결
의정부는 보훈과 특별한 연결을 가진 도시다. 한국전쟁의 격전지였고, 오랫동안 군사 도시로서의 성격을 유지해왔으며, 수많은 군인과 그 가족들이 이 도시에서 삶을 일구어왔다. 의정부의 역사는 국가 안보와 국민의 희생이라는 주제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
이 맥락에서 의정부시의 보훈명예수당 인상은 단순한 복지 정책을 넘어 도시의 정체성과 연결된 의미를 가진다. 이 도시가 걸어온 역사, 이 땅에서 희생한 사람들에 대한 기억, 그리고 그 기억을 현재의 삶 속에서 이어가려는 의지. 보훈명예수당은 그 의지의 구체적인 표현이다.
시가 추진하고 있는 의정부 메모리얼 파크 조성사업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희생을 기억하는 공간을 만들고, 그 기억을 다음 세대에 전달하며, 보훈 문화를 도시의 일상 속에 뿌리내리게 하는 것. 이것이 의정부시가 그리는 보훈 도시의 모습이다.
◇ 5천100명의 이름 뒤에 있는 이야기들
5천100여 명. 이 숫자 뒤에는 각자의 이야기가 있다. 젊은 나이에 전선으로 떠났다가 부상을 입고 돌아온 참전용사, 남편을 전쟁에서 잃고 홀로 자녀를 키워온 유족, 나라를 위해 헌신했다는 자부심 하나로 평생을 살아온 어르신들.
그들 중 많은 이들이 이제 노년에 접어들었다. 몸은 예전 같지 않고, 경제적 여유도 넉넉하지 않으며, 세상은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 그 변화 속에서 자신의 희생이 여전히 기억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 그것이 보훈명예수당이 전달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다.
매달 통장에 찍히는 보훈명예수당은 단순한 금전적 지원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는 당신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희생은 헛되지 않았습니다. 이 도시는 당신에게 빚을 지고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매달 전달하는 방식이다.
그 메시지가 5천100명의 국가유공자와 유족들에게 닿을 때, 그것은 금액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
◇ 보훈 복지 체계의 지속적 강화를 기대하며
의정부시 관계자는 "보훈 복지 체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약속이 지켜지기를 기대한다.
보훈명예수당 인상은 좋은 시작이다. 그러나 보훈 복지는 수당 하나로 완성되지 않는다. 국가유공자와 유족들의 의료 접근성, 심리 상담 지원, 사회적 연결망 유지,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교육과 문화 사업. 이 모든 것이 함께 이루어질 때 진정한 보훈 복지 체계가 완성된다.
특히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국가유공자들의 의료와 돌봄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이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보훈 복지의 다음 과제다. 보훈명예수당 인상이 그 과제를 향한 첫걸음이 되기를 바란다.
◇ 기억하는 도시, 감사하는 공동체
나라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을 기억하는 것은 공동체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다. 그 기억이 살아있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공동체의 의미를 이해하고, 서로를 위해 헌신하는 것의 가치를 배운다.
의정부시의 보훈명예수당 인상은 그 기억을 살아있게 하는 방식이다. 기념일에만 잠깐 떠올리는 기억이 아니라, 매달 5천100명의 삶 속에서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기억. 그것이 진정한 보훈의 모습이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가 당연한 것이 아님을, 그것이 누군가의 고귀한 희생 위에 세워진 것임을 기억하는 도시. 의정부시가 그 도시로 계속 나아가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국가의 빚은 완전히 갚을 수 없다. 그러나 갚으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의정부시의 보훈명예수당 인상은 그 노력의 한 걸음이다. 그 걸음이 계속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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