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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언어는 열쇠다 — 포천시 한국어 교육 개편이 여는 문

  • 양상현 기자
  • 입력 2026.03.06 14:49
  • 댓글 0
  • 글자크기설정

  • 결혼이민자의 언어 능력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사회의 과제다

7 더 큰 행복 포천시가족센터, 2026년 수준별·단계별 맞춤형 한국어교육 운영.jpg


낯선 땅에서 말을 못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상상해본 적 있는가. 아이가 아파서 병원에 가야 하는데 증상을 설명할 수 없는 것, 마트에서 물건을 사다가 계산이 잘못되었는데 항의할 수 없는 것, 남편과 다투고 나서 속마음을 털어놓을 친구 하나 없는 것. 언어의 장벽은 단순한 소통의 불편함이 아니다. 그것은 한 사람을 사회로부터 고립시키는 보이지 않는 벽이다.


포천시 더 큰 행복 포천시가족센터가 2026년 한국어 교육 과정을 전면 확대 개편했다. 일상회화반과 TOPIK 대비반으로 이원화하고, 평일반과 주말반을 동시 운영하며, 찾아가는 교육 프로그램까지 병행하는 이 개편은 단순한 교육 과정의 변화가 아니다. 그것은 결혼이민자들이 이 사회의 온전한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언어라는 열쇠를 건네주려는 시도다.


◇ 2025년의 경험이 2026년을 바꾸다


이번 개편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그것이 현장의 경험에서 출발했다는 것이다. 2025년 운영 결과 분석을 통해 확인된 높은 만족도와 증가하는 교육 수요를 반영했다는 것은, 이 개편이 탁상에서 설계된 것이 아니라 실제 학습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만들어진 것임을 의미한다.


행정이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당연한 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한 번 설계된 프로그램이 수요와 무관하게 관성적으로 운영되거나, 만족도 조사가 형식적인 절차로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포천시가족센터가 2025년의 경험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2026년 교육 체계에 반영했다는 것은 수요자 중심 행정의 실질적인 실천이다.


기존 단일 과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각도 커리큘럼을 설계했다는 것도 의미 있다. 모든 결혼이민자가 같은 수준에서 같은 목적으로 한국어를 배우는 것이 아니다. 이제 막 한국에 온 사람과 몇 년째 살고 있는 사람의 필요가 다르고, 일상생활에서 소통하고 싶은 사람과 취업이나 진학을 위해 TOPIK을 준비하는 사람의 목표가 다르다. 이 다양성을 인정하고 각자의 필요에 맞는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진정한 맞춤형 교육이다.


◇ 일상회화와 TOPIK, 두 개의 문


교육 과정을 일상회화반과 TOPIK 대비반으로 이원화한 것은 결혼이민자들이 한국어를 필요로 하는 두 가지 맥락을 정확히 반영한 설계다.


일상회화반은 삶의 기본을 지탱하는 언어 능력을 키우는 과정이다. 병원에서 증상을 설명하고, 학교에서 선생님과 대화하고, 이웃과 인사를 나누고, 관공서에서 서류를 처리하는 것. 이 일상적인 소통 능력이 갖추어질 때 결혼이민자들은 비로소 이 사회에서 자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자존감의 토대가 된다.


TOPIK 대비반은 더 넓은 가능성을 여는 과정이다. 한국어능력시험은 단순한 자격증이 아니다. 그것은 취업의 문을 열고, 진학의 기회를 만들며, 한국 사회에서 더 넓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한다. 특히 이번 개편에서 TOPIK 과정을 단순 암기 위주에서 읽기, 듣기, 쓰기 영역별 문제 해결 전략을 단계적으로 학습하는 역량 강화형으로 운영한다는 것은 실질적인 합격률 향상과 함께 언어 능력 자체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두 과정은 서로 다른 문을 열어준다. 일상회화반이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문을 열어준다면, TOPIK 대비반은 이 사회에서 성장하는 문을 열어준다. 두 문이 모두 열려 있을 때, 결혼이민자들은 단순한 거주자를 넘어 이 사회의 능동적인 구성원이 될 수 있다.


◇ 포천의 현실을 읽은 설계


평일반과 주말반을 동시 운영한다는 결정은 포천이라는 도시의 현실을 정확히 읽은 것이다.


포천은 농업과 제조업 종사자가 많은 도시다. 이 지역에서 일하는 결혼이민자들 중 상당수가 평일 주간에는 일터에 나가야 한다. 아무리 좋은 교육 프로그램이 있어도 참여할 수 없다면 의미가 없다. 평일반만 운영하는 것은 가장 교육이 필요한 사람들을 배제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주말반의 도입은 이 배제를 막는 장치다. 주중에 일하는 결혼이민자들도 주말에 교육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교육의 문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열린다. 이것은 단순한 시간표 조정이 아니라 교육 접근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의 결과다.


찾아가는 교육 프로그램의 병행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센터까지 이동하기 어려운 사람들, 육아 때문에 외출이 어려운 사람들, 거주지가 센터에서 멀리 떨어진 사람들. 이들에게 교육이 찾아가는 것은 교육 사각지대를 없애려는 적극적인 의지의 표현이다.


포천형 다문화 교육 모델이라는 표현이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실질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을, 이 세심한 설계들이 보여준다.


◇ 언어 능력이 경제 참여로 이어지는 경로


이번 개편에서 특히 주목할 것은 결혼이민자의 경제활동 참여를 명시적인 목표로 설정했다는 점이다. "결혼이민자가 단순히 거주하는 수준을 넘어 지역 사회의 일원으로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닦는 작업"이라는 표현이 그것이다.


이것은 중요한 시각의 전환이다. 결혼이민자를 지원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지역 경제의 잠재적 참여자로 바라보는 것. 언어 능력이 갖추어지면 더 다양한 일자리에 접근할 수 있고, 더 나은 조건으로 일할 수 있으며, 지역 경제에 더 적극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인구 감소와 노동력 부족이 지역 경제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는 시대에, 결혼이민자들의 경제 참여 확대는 지역 사회 전체에 이익이 된다. 한국어 교육에 투자하는 것은 결혼이민자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지역 경제의 활력을 높이는 투자이기도 하다.


이 관점에서 보면 포천시가족센터의 한국어 교육 개편은 복지 사업이 아니라 지역 발전 전략의 일부다.


◇ 중도입국자녀를 향한 시선


이번 개편이 결혼이민자뿐만 아니라 중도입국자녀도 지원 대상으로 포함하고 있다는 것도 중요하다.


중도입국자녀는 부모를 따라 한국에 온 아이들이다. 이미 다른 나라에서 교육을 받다가 한국에 오게 된 이 아이들은 언어 장벽과 문화 차이라는 이중의 어려움을 안고 있다. 한국어를 모르는 상태에서 한국 학교에 편입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이며, 적절한 지원이 없으면 학업 부진과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중도입국자녀에 대한 한국어 교육 지원은 이 아이들이 한국 사회에 적응하고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언어를 배우는 것은 단순히 소통 수단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회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 사회 통합의 마중물


가족센터장이 밝힌 "단순 언어 습득을 넘어 사회 통합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말은 이번 개편의 궁극적 지향을 담고 있다.


마중물. 펌프에서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먼저 붓는 물. 마중물 없이는 펌프가 작동하지 않지만, 마중물을 부으면 그보다 훨씬 많은 물이 솟아오른다. 한국어 교육이 마중물이라는 비유는 정확하다. 언어 능력이 갖추어지면 그것을 토대로 더 많은 것들이 가능해진다. 사회 참여, 경제 활동, 자녀 교육 지원, 지역 공동체와의 연결. 이 모든 것들이 언어라는 마중물 위에서 피어난다.


사회 통합은 구호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결혼이민자들이 이 사회에서 실질적으로 소통하고, 참여하고, 기여할 수 있을 때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한국어 교육은 그 과정의 가장 기초적이고 가장 중요한 단계다.


◇ 언어가 열어주는 세계


한국어를 배운다는 것이 결혼이민자들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생각해본다.


처음으로 혼자 병원에 가서 의사에게 증상을 설명할 수 있게 된 날의 뿌듯함. 아이의 담임 선생님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 자녀의 학교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된 날의 기쁨. 이웃과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고 짧은 대화를 할 수 있게 된 날의 따뜻함. TOPIK 합격증을 받아들고 취업 면접에 자신 있게 나설 수 있게 된 날의 설렘.


이 작은 순간들이 쌓여 한 사람의 삶이 바뀐다. 고립에서 연결로, 의존에서 자립으로, 불안에서 자신감으로. 언어가 열어주는 세계는 단순히 더 많은 단어를 아는 것이 아니라, 더 넓은 삶의 가능성이다.


포천시가족센터의 한국어 교육포천시가족센터의 한국어 교육 개편은 그 가능성의 문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넓게 열어주려는 시도다. 수준별·단계별 맞춤형 체계, 평일반과 주말반의 병행, 찾아가는 교육 프로그램. 이 모든 설계가 하나의 목표를 향하고 있다. 언어의 장벽 때문에 이 사회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하는 것.


◇ 포천이 만들어가는 모델


포천시의 이번 한국어 교육 개편은 다문화 교육 지원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 수요 분석에 기반한 과정 설계, 학습자의 목적에 따른 이원화된 커리큘럼, 지역 산업 특성을 반영한 시간대 운영, 그리고 찾아가는 교육을 통한 사각지대 해소. 이 네 가지 요소가 결합된 포천형 모델은 다른 지자체들이 참고할 만한 선례가 될 수 있다.


결혼이민자 인구가 증가하는 것은 포천만의 현실이 아니다. 전국의 많은 지자체들이 비슷한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그 과제에 얼마나 세심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하느냐는 지자체마다 다르다. 포천시가족센터의 이번 개편은 그 대응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인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특히 2025년의 경험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2026년에 반영하는 피드백 루프의 구축은 이 모델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는 핵심 요소다. 한 번 설계된 프로그램이 고착되는 것이 아니라, 매년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진화하는 교육 체계.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수요자 중심 행정이다.


◇ 가족센터가 전초기지가 되는 이유


포천시가족센터가 한국어 교육 외에도 가족 상담, 공동육아나눔터, 이중언어 환경 조성 등 다각적인 지원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는 것은 이 기관의 역할이 단순한 교육 기관을 넘어선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혼이민자의 정착을 지원하는 것은 언어 교육 하나로 완성되지 않는다. 언어를 배우면서 동시에 자녀를 돌봐야 하는 현실, 가족 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어려움, 이중언어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정체성 형성. 이 모든 것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가족센터가 이 복합적인 필요에 통합적으로 응답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는 것은, 결혼이민자 지원이 파편화된 개별 서비스의 나열이 아니라 하나의 일관된 철학 아래 설계된 체계임을 보여준다. 그 철학의 핵심은 결혼이민자를 지원의 대상이 아니라 이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 더 큰 행복을 향하여


'더 큰 행복 포천시가족센터'라는 이름에 담긴 의미를 다시 생각해본다. 더 큰 행복. 그것은 누구의 행복인가.


결혼이민자들의 행복이다. 낯선 땅에서 언어의 장벽을 넘어 자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된 사람들의 행복, 자녀의 교육을 제대로 지원할 수 있게 된 부모의 행복, 취업의 문이 열려 경제적 자립을 이룬 사람들의 행복.


그러나 그것만이 아니다. 더 큰 행복은 지역 사회 전체의 행복이기도 하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공동체, 서로의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사회, 모든 구성원이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도시. 그것이 포천시가 지향하는 더 큰 행복의 모습이다.


한국어 교육 개편은 그 더 큰 행복을 향한 구체적인 한 걸음이다. 언어라는 열쇠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건네주는 것, 그 열쇠로 더 많은 문이 열리도록 하는 것. 포천시가족센터의 이 노력이 결실을 맺어, 포천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삶이 조금 더 풍요로워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언어는 열쇠다. 그리고 그 열쇠는 모든 사람의 손에 쥐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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