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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주 배경을 글로벌 자산으로 — 포천시 다문화 국제학교 구상이 열어야 할 지평

  • 양상현 기자
  • 입력 2026.03.06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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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핍의 언어에서 가능성의 언어로, 다문화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을 주목한다

2-1 포천시, ‘다문화학생 맞춤형 교육지원 방안 연구용역 중간보고회’ 개최.jpg


교육은 사회가 미래를 바라보는 방식이다. 어떤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치느냐는 그 사회가 어떤 미래를 원하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어떤 아이들을 교육의 시야 안에 포함시키느냐는 그 사회가 누구를 미래의 구성원으로 인정하는지를 드러낸다.


포천시가 (가칭)다문화 국제학교 설립을 향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지난 5일 열린 연구용역 중간보고회에서 설립 후보지와 커리큘럼 방향, 운영 예산 확보 방안 등이 논의되었다. 이 구상이 실현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학교 하나의 설립이 아니다. 그것은 포천시가 이주 배경 학생들을 교육의 주변부가 아닌 중심에 놓겠다는 선언이며, 다문화 교육에 대한 한국 사회의 접근 방식을 바꾸는 선구적 시도가 될 수 있다.


◇ 패러다임의 전환 — 결핍에서 가능성으로


이번 구상에서 가장 주목할 것은 이주 배경 학생들의 이중언어 능력을 강점으로 키워낼 글로벌 인재 양성 관점의 프로그램 도입이 제안되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단순한 프로그램 설계의 문제가 아니라 철학의 문제다. 지금까지 한국의 다문화 교육은 대부분 결핍의 언어로 설계되어 왔다. 한국어가 부족하다, 학습 결손이 있다, 문화 적응이 어렵다. 이 결핍을 채우는 것이 다문화 교육의 목표였다.


그러나 이주 배경 학생들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면 전혀 다른 그림이 보인다. 두 개 이상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잠재력, 두 개 이상의 문화를 이해하는 감수성,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유연성. 이것들은 결핍이 아니라 자산이다. 글로벌화된 세계에서 이 자산의 가치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포천시의 구상이 이 자산을 강점으로 키우는 방향을 제시했다는 것은 다문화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한다. 이주 배경 학생들을 도움이 필요한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가능성을 가진 인재로 바라보는 것. 이 시각의 전환이 교육의 내용과 방법을 근본적으로 바꾼다.


◇ 포천의 현실이 요구하는 것


포천시가 이 구상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냉정한 현실 인식이 있다. 경기도 내에서도 외국인 주민 및 다문화 가정 자녀 비중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포천의 현실에서, 기존 공교육 체계만으로는 언어 장벽과 학습 결손 문제를 해결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 한계는 구체적이다. 이주 배경 학생이 한두 명인 학교에서 담임 교사가 개별적으로 지원하는 것과, 이주 배경 학생 비율이 높은 학교에서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과제다. 포천처럼 이주 배경 학생 비율이 높은 지역에서는 개별적 지원의 한계를 넘어 시스템적 대응이 필요하다.


다문화 전문교육기관의 설립은 이 시스템적 대응의 핵심이다. 이주 배경 학생들의 특수한 교육적 필요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교사진, 언어 수준과 학습 목표에 맞춘 맞춤형 커리큘럼, 그리고 이중언어 환경을 지원하는 교육 인프라. 이것들이 갖추어질 때 비로소 이주 배경 학생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이 만들어진다.


◇ 지방소멸과 다문화 교육의 연결


포천시가 다문화 국제학교를 지방소멸 위기 대응과 교육발전특구 지정과 연계하여 추진한다는 것은 이 구상의 전략적 깊이를 보여준다.


지방소멸의 핵심 원인은 인구 감소다. 그리고 인구 감소를 막는 방법 중 하나는 외국인 인력과 그 가족들이 지역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외국인 가정이 한 지역에 정착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자녀 교육이다. 자녀가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을 때, 부모들은 그 지역에 뿌리를 내리려 한다.


6군단 부지 반환 및 기회발전특구 추진과 맞물려 유입되는 외국인 인력과 그 가족들에게 자녀 교육 문제의 해결은 정착의 전제 조건이다. 다문화 국제학교는 이 전제 조건을 충족하는 핵심 인프라다.


포천시가 다문화 국제학교를 단순한 복지 시설이 아닌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교육 인프라로 포지셔닝하는 것은 정확한 전략적 판단이다. 좋은 교육 환경은 사람을 끌어들이고, 사람이 모이면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며, 활성화된 지역 경제는 더 많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선순환을 만든다. 다문화 국제학교는 이 선순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 기존 학교와의 융합 — 분리가 아닌 통합


보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존 학교와의 융합 프로그램 구성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모았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지점이다.


다문화 전문교육기관의 설립이 자칫 이주 배경 학생들을 일반 학생들과 분리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는 타당하다. 분리된 교육은 통합을 저해한다. 이주 배경 학생들만 모아서 가르치는 것이 그들의 특수한 필요를 충족하는 데는 효율적일 수 있지만, 그것이 한국 사회와의 통합을 어렵게 만든다면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기존 학교와의 융합 프로그램은 이 딜레마를 해결하는 핵심이다. 다문화 국제학교가 이주 배경 학생들의 특수한 교육적 필요를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거점이 되면서, 동시에 일반 학교와의 교류와 협력을 통해 통합의 경험을 만들어가는 것. 이 두 가지가 균형 있게 이루어질 때 다문화 국제학교는 분리의 공간이 아니라 통합의 허브가 된다.


이주 배경 학생들이 다문화 국제학교에서 이중언어 능력을 키우고 자신감을 얻은 후, 일반 학교의 학생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에서 그 능력을 발휘하는 것. 그 경험이 이주 배경 학생들에게는 자존감을 높이고, 일반 학생들에게는 다양성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기회가 된다.


◇ 정·관·학의 협력이 만드는 가능성


이날 보고회에 백영현 포천시장을 비롯해 국회 및 교육지원청 관계자, 관내 유치원 및 초·중·고 교직원들이 대거 참석했다는 것은 이 구상이 단순한 행정 계획이 아니라 지역 사회 전체의 과제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문화 국제학교의 설립은 포천시 혼자의 힘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교육부와 경기도교육청의 제도적 지원, 국회 차원의 예산 확보, 그리고 현장 교사들의 전문적 참여가 함께해야 한다. 이번 보고회에 이 모든 주체들이 함께했다는 것은 협력의 토대가 마련되고 있다는 신호다.


특히 현장 교사들의 참여는 중요하다. 교육 정책은 교실에서 실현된다. 아무리 훌륭한 커리큘럼이 설계되어도 그것을 실제로 가르치는 교사들의 역량과 의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공허한 계획에 그친다. 현장 교사들이 보고회에 참여해 의견을 제시하고 설계 과정에 관여하는 것은 이 구상이 현실에 뿌리를 둔 것임을 보장하는 장치다.


◇ 벤치마킹 모델이 되기 위한 조건


백영현 시장이 "전국에서 벤치마킹할 수 있는 포천형 다문화 교육 표준 모델을 완성하겠다"고 밝힌 것은 야심찬 목표다. 그리고 그 목표가 실현되려면 몇 가지 조건이 갖추어져야 한다.


첫째, 지속 가능한 재정 기반이다. 다문화 국제학교의 설립은 초기 투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문 교사진의 확보와 유지,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의 지속적 개발, 그리고 시설 운영에 필요한 예산이 안정적으로 확보되어야 한다. 중장기 운영 예산 확보 방안이 이번 보고회의 핵심 논의 사항 중 하나였다는 것은 이 과제를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지만,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이 명확히 제시되어야 한다.


둘째, 전문 교사 양성 체계다. 이주 배경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은 일반 교육과 다른 전문성을 요구한다. 이중언어 교육, 문화 간 소통, 학습 결손 보완. 이런 전문성을 갖춘 교사를 어떻게 확보하고 양성할 것인가가 다문화 국제학교의 성패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셋째, 성과 측정과 피드백 체계다. 벤치마킹 모델이 되려면 그 효과가 객관적으로 측정되고 공유될 수 있어야 한다. 이주 배경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 변화, 한국 사회 적응 수준, 이중언어 능력 향상 정도. 이런 성과 지표들이 체계적으로 수집되고 분석될 때, 포천의 경험이 다른 지역에 의미 있는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


넷째, 학생과 학부모의 참여다. 교육의 수혜자인 이주 배경 학생들과 그 부모들이 학교 설계 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들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것, 원하는 것이 반영된 학교만이 진정한 의미의 맞춤형 교육 기관이 될 수 있다.


◇ 이주 배경 학생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다문화 국제학교 구상이 담고 있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정책의 내용이 아니라 그 방향이다. 이주 배경 학생들을 향해 포천시가 보내는 메시지. 너희는 이 사회의 짐이 아니라 자산이라는 것, 너희의 다름은 결핍이 아니라 강점이라는 것, 그리고 이 도시는 너희의 가능성을 믿는다는 것.


이 메시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생각해본다. 두 개의 문화 사이에서 자신이 어디에 속하는지 혼란스러워하는 아이들, 한국어가 서툴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아이들, 자신의 배경이 부끄럽게 느껴지는 아이들. 이 아이들에게 "너의 이중언어 능력은 강점이다, 너의 다문화적 배경은 글로벌 시대의 자산이다"라고 말하는 학교가 있다는 것은 단순한 교육 환경의 변화가 아니다. 그것은 한 아이의 자아 인식과 미래에 대한 기대를 바꾸는 것이다.


자신이 가진 것이 강점이라는 것을 아는 아이와 그것이 약점이라고 생각하는 아이의 성장 궤적은 다르다. 포천시의 다문화 국제학교가 이주 배경 학생들에게 전자의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면, 그것이 이 학교의 가장 큰 교육적 성과가 될 것이다.


◇ 교사들에게 요구되는 것


다문화 국제학교의 성공은 결국 교사들의 손에 달려 있다. 아무리 훌륭한 커리큘럼이 설계되고 좋은 시설이 갖추어져도, 교실에서 학생들과 직접 만나는 교사들의 역량과 태도가 교육의 질을 결정한다.


이주 배경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에게는 특별한 자질이 요구된다. 언어적 다양성에 대한 이해, 문화적 차이에 대한 감수성, 그리고 무엇보다 모든 학생이 배울 수 있다는 믿음. 이 믿음이 없는 교사는 이주 배경 학생들의 어려움을 능력의 한계로 해석하고, 이 믿음이 있는 교사는 그 어려움을 극복 가능한 도전으로 바라본다.


포천시가 다문화 국제학교를 설립하면서 교사 양성과 연수에 충분한 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이주 배경 학생들의 특수한 교육적 필요를 이해하고, 이중언어 교육의 방법론을 갖추며, 문화 간 소통에 능숙한 교사들. 이들이 다문화 국제학교의 진정한 핵심 자산이다.


◇ 아이들이 만들어갈 포천의 미래


지금 포천의 다문화 국제학교에서 배울 아이들이 20년 후 포천의 미래를 만들어갈 것이다. 두 개의 언어를 구사하고, 두 개의 문화를 이해하며, 글로벌 시대에 필요한 감수성을 갖춘 인재들. 그들이 포천에 남아 지역 경제를 이끌고, 지역 공동체를 풍요롭게 하며, 포천을 다양성과 포용의 도시로 만들어가는 것.


이것이 포천시가 다문화 국제학교에 투자하는 진정한 이유여야 한다. 단기적인 지방소멸 위기 대응이나 교육발전특구 지정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포천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갈 인재들을 키우는 장기적 투자. 그 관점에서 바라볼 때 다문화 국제학교는 포천시가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투자 중 하나다.


백영현 시장이 "이주 배경 학생들은 우리 사회의 소중한 미래 인재"라고 말한 것이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진심이라면, 그 진심은 다문화 국제학교의 설립과 운영 전반에 걸쳐 일관되게 실현되어야 한다. 예산이 부족할 때 가장 먼저 삭감되는 항목이 되어서는 안 되고, 선거철에만 부각되는 정치적 카드가 되어서도 안 된다. 그것은 포천의 미래를 위한 흔들리지 않는 투자여야 한다.


◇ 전국의 시선이 포천을 향할 때


포천형 다문화 교육 표준 모델이 완성되어 전국에서 벤치마킹하러 온다면, 그것은 포천시의 자랑을 넘어 한국 다문화 교육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다.


한국 사회는 빠르게 다문화 사회로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그 변화에 대한 교육적 대응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 이주 배경 학생들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 지원 시스템, 이중언어 교육의 전문화, 그리고 다문화적 배경을 강점으로 키우는 교육 철학. 이것들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어야 할 과제들이다.


포천이 그 선례를 만든다면, 그것은 포천만의 성과가 아니라 한국 교육 전체의 진보다. 포천에서 시작된 변화가 경기도로, 전국으로 퍼져나가며 더 많은 이주 배경 학생들이 자신의 가능성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만나게 되는 것. 그것이 포천시의 이번 구상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목표다.


◇ 이주 배경을 글로벌 자산으로


마지막으로 이 구상의 핵심 철학으로 돌아간다. 이주 배경을 글로벌 자산으로 바라보는 것.


두 개의 언어를 구사하는 것은 하나의 언어만 구사하는 것보다 인지적으로 더 복잡하고 풍부한 능력이다. 두 개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은 하나의 문화만 아는 것보다 세상을 더 넓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준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며 성장한 경험은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능력을 키운다.


이것들이 이주 배경 학생들이 가진 자산이다. 포천시의 다문화 국제학교가 이 자산을 발견하고 키우는 공간이 된다면, 그 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은 글로벌 시대에 누구보다 경쟁력 있는 인재로 성장할 것이다.


그 아이들이 포천에서, 한국에서, 그리고 세계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써나가는 날. 그것이 포천시 다문화 국제학교가 꿈꾸어야 할 미래다. 그 꿈을 향한 첫걸음이 이번 중간보고회에서 시작되었다.


이주 배경은 짐이 아니다. 그것은 날개다. 포천시가 그 날개를 펼칠 수 있는 하늘을 만들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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