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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체류’에서 ‘정착’으로, 포천에 세워진 작은 거점의 큰 의미

  • 양상현 기자
  • 입력 2026.06.01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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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미래를 말할 때 우리는 오랫동안 출생률과 청년 유출, 산업 기반과 일자리만을 먼저 떠올려왔다. 물론 틀린 접근은 아니다. 그러나 오늘의 지방은 더 이상 과거의 인구 공식을 반복해서는 버틸 수 없다. 사람이 줄어드는 시대, 지방의 지속 가능성은 이제 누가 더 많이 태어나느냐만이 아니라 누가 이곳에 와서 뿌리내릴 수 있느냐의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 그런 점에서 법무부가 포천시 소흘읍의 사단법인 ‘함께하는다문화네트워크’를 경기북부 동포체류지원센터로 지정한 일은 단순한 기관 선정 이상의 함의를 갖는다. 이것은 체류 외국인과 재외동포를 행정의 주변부가 아니라, 지역사회의 미래를 함께 구성할 주체로 보기 시작했다는 신호에 가깝다.


그동안 국내의 이주·동포 정책은 적지 않게 ‘관리’의 언어 속에 머물러 있었다.  

비자, 체류자격, 취업 가능 범위, 체류 기간 연장, 출입국 절차처럼 제도의 틀은 촘촘했지만,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은 자주 분절적으로 다뤄졌다. 법적 지위는 출입국 행정이 맡고, 언어는 교육기관이 맡고, 생활 고충은 민간단체가 떠안고, 취업은 각자도생에 가까운 방식으로 해결되는 구조였다. 제도는 있었지만 경로는 끊겨 있었고, 지원은 존재했지만 당사자가 실제로 접근하기에는 높은 문턱이 놓여 있었다. 특히 수도권 외곽과 경기북부처럼 행정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성기게 배치된 지역에서는 그 공백이 더욱 뚜렷했다.


이번 포천 거점 지정이 주목되는 이유는 바로 그 ‘공백의 행정’을 ‘연결의 행정’으로 바꾸려는 시도라는 데 있다.  

경기북부 10개 시·군, 약 10만 명 이상의 고려인과 중국동포, 사할린 귀환동포, 탈북동포를 포괄하는 거점이 마련되었다는 것은 단순한 상담창구 하나가 늘어났다는 뜻이 아니다. 고충 상담과 법률 자문, 한국어 교육과 사회통합프로그램, 일자리 연계와 정착 지원이 한 축으로 묶인다는 것은, 이주와 정착의 과정을 더 이상 개별적 고난의 총합으로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체류’가 신분의 문제였다면, ‘정착’은 삶의 문제다. 그리고 삶의 문제는 언제나 종합적 접근을 요구한다.


이 점에서 함께하는다문화네트워크의 지정은 더욱 상징적이다.  

행정은 흔히 새 조직을 만들고 새 간판을 거는 데 익숙하지만, 지역의 현실은 간판보다 축적된 경험 위에서 움직인다. 이 단체가 2005년 출범 이후 21년 동안 경기북부 이주민 처우 개선과 권익 증진을 위해 활동해 왔고, 법무부 사회통합프로그램(KIIP) 거점 운영, 포천다문화국제학교, K-CULTURE 세계로학교 등을 통해 이미 현장에서 인프라를 쌓아왔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센터를 지정했다는 것도 의미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예산이 경험 없는 기관의 형식적 지정이 아니라 현장성이 검증된 민간 공익 기반 위에 놓였다는 점이다. 정책은 종종 중앙에서 설계되지만, 실제 효율은 지역의 신뢰망을 타고 작동한다.


법무부의 동포 체류자격 통합 조치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읽을 필요가 있다.  

3개월 만에 4만 7632명이 F-4 비자 변경을 신청하고, 그중 3만 6561명이 허가를 받았다는 수치는 단순한 행정 처리 실적이 아니다. 그동안 국적과 체류 유형의 차이 속에서 누적되어온 제도적 불균형을 완화하려는 흐름이 실제 수요와 맞닿아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방문취업(H-2) 체계의 한계를 넘어 보다 안정적인 체류와 취업, 장기 정주 가능성을 넓히는 방향으로 전환했다는 점은, 동포 정책이 단순 노동력 활용에서 사회통합 중심으로 조금씩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포천의 경기북부 거점은 바로 이 전국적 변화가 지역 차원에서 구체적 형태를 갖는 현장이라 할 수 있다.


더 눈여겨볼 대목은 교육과 자립의 결합이다.  

이주배경 청소년 정책이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언어교육, 학력 인정, 직업훈련, 사회 적응이 서로 따로 움직인다는 데 있다. 하지만 포천다문화국제학교와 K-CULTURE 세계로학교 사례는 적어도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한국어가 약한 중도입국 청소년에게는 언어교육이 우선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들이 다시 학교 안에 머물 수 있게 하고, 졸업 이후 노동시장과 사회 안에서 자립할 수 있는 기술과 자격을 연결해 주어야 한다. 에어컨·보일러 설비, 타일, 도배, 목공, 드론, K-FOOD, AI 설비기술 같은 실무 교육이 단순 기술 습득을 넘어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교육이 곧 체류 안정으로, 체류 안정이 다시 지역사회 정착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설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제 포천을 다시 볼 필요가 있다.  

많은 지방도시가 인구 감소를 말하면서도 여전히 ‘누가 떠나는가’에만 주목한다. 그러나 포천은 ‘누가 들어와 살아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함께 던질 수 있는 조건을 조금씩 만들고 있다. 시 차원에서 인구성장국을 신설하고 외국인·다문화 주민의 안정적 정주 여건 조성을 핵심 과제로 삼는 흐름과, 법무부 지정 동포체류지원센터가 맞물리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인구정책이 더 이상 출산장려 캠페인만으로는 작동하지 않는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지역의 지속 가능성은 거주 의사가 있는 이들을 배제하지 않고, 제도와 서비스로 붙잡아 두는 역량에서 갈린다.


물론 과제도 적지 않다.  

거점센터 하나가 생겼다고 곧바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실제 성패는 얼마나 촘촘한 생활밀착형 지원체계를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 노무 상담과 법률 자문이 일회성 안내에 그치지 않고 권리구제로 이어져야 하며, 일자리 매칭 역시 단순 소개를 넘어 안정적 고용과 주거 안착으로 연결돼야 한다. 사회통합프로그램도 ‘이수 실적’만 강조하는 방식이 아니라 연령과 언어 수준, 생활경험을 반영한 탄력적 설계가 필요하다. 특히 기사에서 지적된 것처럼 60~70대 고령 동포들에게 획일적 KIIP 이수 요건을 요구하는 방식은 제도의 취지를 살리기보다 현실적 장벽이 될 수 있다. 통합정책은 문턱을 세우는 제도가 아니라, 문턱을 낮추는 기술이어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지역사회의 시선이다.  

동포와 이주민 지원정책은 자칫 특정 집단에 대한 ‘혜택’으로만 소비되기 쉽다. 하지만 이것을 그렇게만 보는 시선은 짧다. 정주가 불안정한 주민이 늘어나는 지역은 노동시장이 흔들리고, 교육 현장이 불안정해지며, 복지 사각지대가 커지고, 결국 지역공동체의 비용도 더 커진다. 반대로 체류 안정과 사회통합이 잘 이뤄지면, 노동력과 소비, 교육, 지역경제, 공동체 신뢰가 함께 살아난다. 이 문제는 누군가를 도와주는 차원을 넘어, 지역사회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의 문제다.


결국 이번 포천 지정의 의미는 분명하다.  

이제 동포 정책은 출입국 관리의 주변 업무가 아니라, 지역 소멸과 인구 재편에 대응하는 핵심 정책 인프라가 되어가고 있다. 경기북부 동포체류지원센터는 하나의 건물이 아니라 방향의 전환이다. 외국국적 동포와 이주배경 주민을 임시 체류자로만 보지 않고, 지역의 학교와 일터, 주거와 공동체를 함께 구성할 생활인으로 받아들이는 전환 말이다.


지방의 미래는 더 이상 혈연과 출생지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어디에서 왔는가보다 중요한 것은, 누구와 함께 살아갈 수 있는가다.  

포천에 세워지는 이 작은 거점이 의미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체류를 관리하는 도시에서 정착을 준비하는 도시로, 포천이 한 걸음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다.


포천의 동포체류지원센터 지정은 행정 창구 하나의 신설이 아니라, 이주민과 동포를 지역의 미래 인구이자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정책 전환의 신호다.

 

메트로포천 양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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