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의 미래는 전문가가 설계하지만 도시의 삶은 시민이 산다

의정부역을 떠올려보자. 매일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곳. 서울로 출근하는 직장인, 학교에 가는 학생, 장을 보러 나온 주민. 이들이 의정부역을 통해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한다.
그러나 의정부역 주변을 걷다 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역세권이 가진 잠재력에 비해 현재의 모습이 그 가능성을 충분히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공간인데 아직 그 가능성이 잠들어 있다는 것.
의정부시가 의정부역세권 공간재구조화계획 수립을 위한 시민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것은 이 잠든 가능성을 깨우는 첫 걸음이다. 그리고 그 첫 걸음을 시민들의 목소리로 시작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가 먼저 계획을 세우고 나중에 시민들에게 알리는 것이 아니라 계획의 가장 초기 단계에서 시민들의 의견을 묻는 것. 이것이 진정한 시민 참여 행정의 모습이다.
◇ 공간재구조화계획이란 무엇인가
공간재구조화계획과 도시혁신구역이라는 용어가 낯설 수 있다. 이것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것이 이번 설문의 의미를 파악하는 출발점이다.
도시혁신구역은 기존의 용도지역 규제를 유연하게 적용하여 복합적인 기능을 담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일반적으로 상업지역에는 상업 시설만, 주거지역에는 주거 시설만 들어올 수 있다. 그러나 도시혁신구역으로 지정되면 상업, 주거, 문화, 공공 서비스 등 다양한 기능이 한 공간에 복합적으로 들어올 수 있다.
의정부역세권이 도시혁신구역으로 지정되면 단순한 교통 거점을 넘어 다양한 기능이 어우러진 복합 공간으로 개발될 수 있다. 이것이 의정부역세권을 도시의 성장 동력으로 재탄생시키는 방법이다.
공간재구조화계획은 이 도시혁신구역에 어떤 기능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계획이다. 이 계획이 잘 수립되어야 의정부역세권이 시민들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공간이 될 수 있다.
◇ 계획 초기 단계의 시민 참여
의정부시가 계획 초기 단계부터 시민들의 선호도와 수요를 파악하겠다고 밝힌 것은 중요한 행정 철학을 담고 있다.
도시 개발 계획에서 시민 참여는 종종 형식적으로 이루어진다. 계획이 거의 완성된 후에 공청회를 열고, 이미 결정된 내용을 설명하며, 형식적으로 의견을 수렴하는 것. 이런 방식에서 시민들의 의견이 실제로 반영되기 어렵다.
그러나 계획 초기 단계에서 시민 의견을 수렴하면 다르다. 아직 방향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시민들이 원하는 것을 묻는 것. 이 의견이 계획의 기초 자료가 되어 실제로 반영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의정부역세권 설문조사가 이 방식을 택한 것은 시민들의 의견이 진짜로 반영될 것이라는 신호다. 물론 설문 결과가 그대로 계획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 검토와 기술적 타당성 검토가 필요하다. 그러나 시민들이 원하는 방향이 계획의 출발점이 된다는 것은 의미 있는 변화다.
◇ 설문 항목이 담고 있는 것
설문 항목을 살펴보면 의정부시가 무엇을 알고 싶어 하는지가 보인다.
현재 의정부역 이용 현황 및 목적을 묻는 것은 현재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의정부역을 어떤 목적으로 이용하는지, 얼마나 자주 이용하는지. 이것이 현재의 수요를 이해하는 기초다.
역세권 개발 시 우선적으로 도입해야 할 핵심 기능을 묻는 것은 미래의 방향을 묻는 것이다. 상업 기능이 중요한가, 문화 기능이 중요한가, 아니면 주거나 공공 서비스가 더 필요한가. 이것이 개발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기초 자료가 된다.
가장 선호하는 세부 시설을 묻는 것은 더 구체적인 수요를 파악하는 것이다. 상업 시설이라면 어떤 종류의 상업 시설인지, 문화 시설이라면 어떤 문화 시설인지. 이 구체성이 계획을 실질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응답자의 연령과 직업 등 기초 정보를 수집하는 것도 중요하다. 세대별로, 직업별로 원하는 것이 다를 수 있다. 이 다양성을 균형 있게 반영하는 것이 모든 시민을 위한 역세권을 만드는 방법이다.
◇ 온라인과 현장의 병행
온라인 설문과 현장 설문을 병행한 것은 더 많은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으려는 노력이다.
온라인 설문은 편리하다.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참여할 수 있고,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빠르게 수집할 수 있다. 그러나 온라인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이나 디지털 소외 계층은 참여하기 어렵다.
현장 설문은 이 문제를 보완한다. 의정부역 일대에서 직접 설문을 진행하면 온라인 참여가 어려운 시민들의 의견도 수렴할 수 있다. 그리고 역을 실제로 이용하는 사람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현장에서 직접 들을 수 있다.
역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역세권 개발에 대해 가장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진다. 매일 이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현장에서 묻는 것. 이것이 가장 실질적인 수요 파악의 방법이다.
◇ 의정부역세권의 현재와 가능성
의정부역세권이 가진 현재의 모습과 미래의 가능성을 생각해보자.
의정부역은 수도권 전철 1호선과 경원선이 지나는 교통 요충지다. 서울 도심까지 30분대에 접근할 수 있고, 의정부 시내 각 지역으로의 연결도 편리하다. 이 교통 접근성이 역세권 개발의 가장 큰 자산이다.
그러나 현재 의정부역 주변은 이 접근성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노후화된 상업 시설, 정비가 필요한 공간들, 그리고 역세권이 가진 잠재력에 비해 부족한 문화·편의 시설. 이것들이 의정부역세권의 현재 모습이다.
공간재구조화계획이 이 현재를 바꾸는 것이다. 교통 거점으로서의 강점을 살리면서 상업, 문화, 주거, 공공 서비스 등 다양한 기능을 복합적으로 담는 것. 이것이 의정부역세권을 도시의 성장 동력으로 만드는 방법이다.
◇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설문에 앞서 시민들이 의정부역세권에 무엇을 원하는지를 생각해보는 것이 의미 있다.
젊은 세대는 문화와 여가 공간을 원할 것이다. 카페, 공연장, 전시 공간, 그리고 다양한 음식점. 서울까지 나가지 않아도 의정부에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 이것이 젊은 세대가 의정부역세권에 기대하는 것이다.
직장인들은 편의 시설을 원할 것이다. 출퇴근 동선에서 필요한 것들을 해결할 수 있는 공간. 마트, 약국, 은행, 그리고 다양한 식당. 이것들이 직장인들의 일상을 편리하게 만드는 것이다.
고령층은 공공 서비스와 접근성을 원할 것이다. 의료 시설, 복지 서비스, 그리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 역세권이 모든 세대에게 열린 공간이 되려면 고령층의 필요도 반영되어야 한다.
학생들은 학습 공간과 문화 공간을 원할 것이다. 도서관, 스터디 카페, 그리고 친구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 이것들이 학생들이 역세권에서 원하는 것이다.
이 다양한 수요들을 어떻게 균형 있게 반영할 것인가. 이것이 공간재구조화계획이 풀어야 할 과제다.
◇ 우리 시의 지도를 바꿀 공간
의정부시 공여지개발과 관계자가 의정부역세권은 우리 시의 지도를 바꿀 상징적인 공간이라고 말한 것은 이 개발이 가진 상징적 의미를 표현한 것이다.
도시에는 상징적인 공간들이 있다. 그 도시를 대표하고, 도시의 정체성을 만들며, 시민들이 자부심을 느끼는 공간. 의정부역세권이 그런 공간이 될 수 있다.
의정부는 오랫동안 서울의 위성도시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사는 곳, 서울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정착하는 곳. 이 이미지를 바꾸는 것이 의정부의 과제다.
의정부역세권이 제대로 개발되면 이 이미지를 바꾸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의정부에 살면서 의정부에서 문화를 즐기고, 의정부에서 일하며, 의정부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것. 이것이 의정부역세권 개발이 만들 수 있는 변화다.
◇ 설문 참여가 가진 의미
3월 20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설문에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설문 참여는 도시의 미래를 결정하는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다. 내가 살고 싶은 도시, 내가 이용하고 싶은 공간에 대한 의견을 표현하는 것. 이것이 민주주의적 도시 계획의 실천이다.
참여자가 많을수록 결과의 신뢰성이 높아진다. 소수의 의견만 반영된 계획보다 다양한 시민들의 의견이 반영된 계획이 더 많은 사람들의 필요를 충족할 수 있다. 내가 참여하지 않으면 내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것이다.
특히 다양한 계층의 참여가 중요하다. 젊은 세대만의 의견이 반영되면 고령층의 필요가 소외되고, 특정 직업군의 의견만 반영되면 다른 계층의 수요가 빠진다. 의정부 시민 전체를 위한 역세권이 되려면 전체 시민의 목소리가 담겨야 한다.
주변 이웃들에게 설문 참여를 권유하는 것도 의미 있는 행동이다. 온라인 참여가 어려운 고령층 부모님께 도움을 드리거나, 친구들에게 QR코드를 공유하는 것. 이런 작은 행동들이 더 다양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는 것이다.
◇ 설문 이후의 과정
설문이 끝난 후 어떤 과정이 이어지는지를 시민들이 알아야 한다. 그래야 이번 참여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설문 결과가 분석되면 도입 기능의 우선순위가 설정된다. 시민들이 가장 원하는 기능이 무엇인지, 세대별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 그리고 현재 이용 패턴과 미래 수요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이 분석이 계획의 방향을 결정하는 기초 자료가 된다.
이후 전문가 검토가 이루어진다. 시민들이 원하는 것과 기술적으로 가능한 것, 그리고 경제적으로 실현 가능한 것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 이 과정에서 시민들의 의견이 어떻게 반영되었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종적으로 공간재구조화계획이 수립되면 다시 시민들에게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이어져야 한다. 설문이 시작이라면 공청회와 주민 설명회가 중간 과정이고, 최종 계획 확정이 마무리다. 이 전체 과정에서 시민 참여가 지속되어야 진정한 시민 주도 도시 계획이 완성된다.
◇ 도시의 미래는 시민이 산다
도시의 미래는 전문가가 설계하지만 도시의 삶은 시민이 산다. 이것이 시민 참여 도시 계획의 핵심 원칙이다.
아무리 훌륭한 전문가가 설계한 공간이라도 시민들이 실제로 이용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반대로 시민들이 원하는 것을 담은 공간은 자연스럽게 활성화된다. 사람들이 모이고, 이야기를 나누며, 그 공간이 살아있게 되는 것이다.
의정부역세권이 그런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시민들이 원하는 것을 담고, 시민들이 즐겨 찾으며, 의정부의 자랑이 되는 공간. 그 공간을 만드는 첫 걸음이 지금 진행되는 설문조사다.
3월 20일까지 많은 의정부 시민들이 설문에 참여하기를 바란다. 의정부역의 내일을 묻는 질문에 답하는 것. 그것이 내가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드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다.
이 칼럼은 의정부역세권 공간재구조화계획 수립을 위한 시민 설문조사의 의미와 시민 참여 도시 계획의 중요성을 공론화하기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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