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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흙 한 줌이 가르치는 것 — 스쿨팜이 아이들에게 주는 선물

  • 양동원 기자
  • 입력 2026.03.07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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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앗을 심는 아이는 기다림을 배우고, 작물을 기르는 아이는 책임을 배우며, 수확하는 아이는 성취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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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은 흙을 모른다. 도시에서 태어나 아파트에서 자라며 콘크리트 위를 걷는 것이 일상인 아이들. 채소가 어떻게 자라는지, 씨앗이 싹을 틔우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그리고 흙의 냄새가 어떤지를 모르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마트에 가면 깨끗하게 포장된 채소들이 있다. 어디서 왔는지, 누가 길렀는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를 알 필요가 없다. 그냥 사면 된다. 이것이 현대 도시 아이들이 음식과 맺는 관계다.


그러나 이 관계가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잃게 만든다. 생명이 자라는 과정에 대한 경이로움, 기다림의 가치, 그리고 자신이 돌본 것이 결실을 맺는 성취감. 이런 것들이 흙과 멀어진 아이들에게서 사라지고 있다.


의정부시가 관내 15개 초·중·고등학교에 스쿨팜을 조성하는 것은 이 잃어버린 것들을 되찾아주려는 것이다. 학교 안에 텃밭을 만들고, 아이들이 직접 씨앗을 심고 작물을 기르며 수확하는 경험을 하게 하는 것. 흙 한 줌이 가르치는 것들을 아이들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 유휴공간이 생명의 공간으로


학교 내 유휴공간을 푸른 경작지로 탈바꿈시킨다는 것은 공간의 재발견이다.


학교에는 생각보다 많은 유휴공간이 있다. 사용하지 않는 화단, 방치된 구석 공간, 그리고 콘크리트로 덮인 빈 땅. 이런 공간들이 스쿨팜으로 바뀌면 죽어있던 공간이 살아있는 공간이 된다.


유휴공간의 활용은 경제적으로도 효율적이다. 새로운 땅을 구하거나 별도의 시설을 짓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공간을 활용하는 것. 이것이 적은 비용으로 큰 교육 효과를 만드는 방법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공간이 가진 의미의 변화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던 구석 공간이 학생들이 매일 찾아와 돌보는 소중한 공간이 되는 것. 이 변화가 학교 환경 전체를 바꾸는 것이다. 학생들이 학교 공간에 애착을 갖게 되고, 그 공간을 소중히 여기게 되는 것이다.


◇ 씨앗에서 수확까지의 여정


스쿨팜의 핵심은 씨앗을 심고 작물을 가꾸며 수확하는 전 과정을 몸소 체험하는 것이다. 이 여정이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는지를 생각해보자.


씨앗을 심는 것은 시작이다. 작은 씨앗 하나가 땅속에 들어가는 것. 이것이 무언가를 시작하는 행위다. 아이들은 이 순간 기대와 설렘을 느낀다. 이 씨앗이 어떻게 자랄까, 얼마나 걸릴까. 이 기대가 이후의 돌봄을 이끄는 동기가 된다.


작물을 기르는 것은 기다림이다. 씨앗이 싹을 틔우고, 잎이 나오며, 줄기가 자라는 것. 이 과정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매일 물을 주고, 잡초를 뽑으며, 기다리는 것. 이 기다림이 아이들에게 인내를 가르친다. 빠른 결과에 익숙한 디지털 세대에게 기다림의 가치를 가르치는 것이 스쿨팜이 주는 중요한 교훈이다.


수확은 성취다. 자신이 심고 기른 작물을 손으로 따는 순간. 이 성취감은 다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 게임에서 레벨을 올리는 것과는 다른 종류의 성취. 실제 세계에서 자신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경험. 이것이 아이들의 자존감을 높이고 노력의 가치를 가르치는 것이다.


◇ 채소 거부감을 줄이는 방법


채소에 대한 거부감을 줄여 올바른 식습관을 형성한다는 것은 스쿨팜의 실용적인 효과다.


많은 아이들이 채소를 싫어한다. 쓴맛, 이상한 식감, 그리고 낯선 냄새. 이런 이유로 채소를 거부하는 아이들이 많다. 부모들이 채소를 먹이려고 애쓰지만 쉽지 않다.


그러나 자신이 직접 기른 채소는 다르다. 씨앗을 심고, 매일 물을 주며, 정성껏 기른 채소. 이것을 먹는 것은 단순히 채소를 먹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노력을 먹는 것이다. 이 경험이 채소에 대한 인식을 바꾼다.


연구들이 이것을 뒷받침한다. 직접 기른 채소를 먹은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채소를 더 잘 먹는다는 것. 텃밭 활동이 아이들의 식습관 개선에 효과적이라는 것. 스쿨팜이 단순한 농업 체험을 넘어 건강한 식습관을 만드는 것이다.


◇ 협동심이 자라는 텃밭


학생들이 흙을 만지고 땀 흘려 작물을 기르는 과정을 통해 친구들과의 협동심을 기를 수 있다는 것은 스쿨팜의 사회적 교육 효과다.


텃밭 일은 혼자 하기 어렵다. 씨앗을 심고, 물을 주며, 잡초를 뽑고, 수확하는 것. 이 모든 과정을 함께 하면 자연스럽게 역할을 나누고 협력하게 된다. 누가 물을 줄 것인지, 누가 잡초를 뽑을 것인지를 정하고 함께 실행하는 것. 이것이 협동의 경험이다.


교실에서의 협동과 텃밭에서의 협동은 다르다. 교실에서는 과제를 나누어 하는 것이 협동이지만 텃밭에서는 살아있는 생명을 함께 돌보는 것이 협동이다. 이 차이가 더 깊은 협동의 경험을 만든다. 내가 물을 주지 않으면 작물이 시들고, 친구가 잡초를 뽑지 않으면 작물이 자라지 못하는 것. 서로의 역할이 실제로 중요하다는 것을 몸으로 배우는 것이다.


◇ 생명에 대한 책임감


생명에 대한 책임감을 기른다는 것은 스쿨팜이 주는 가장 깊은 교육적 가치다.


작물은 돌봄을 필요로 한다. 물을 주지 않으면 시들고, 햇빛이 부족하면 자라지 못하며, 병충해를 방치하면 죽는다. 이 작물을 살리는 것이 학생들의 책임이다.


이 책임감이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을 가르친다. 내가 돌보지 않으면 누군가가 피해를 입는다는 것. 그 누군가가 작물이지만 이 경험이 더 넓은 책임감으로 이어진다. 반려동물을 돌보는 것, 친구를 배려하는 것, 그리고 환경을 보호하는 것. 이 모든 것이 생명에 대한 책임감에서 시작된다.


특히 도시 아이들에게 이 경험이 중요하다. 도시에서는 자신의 행동이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험을 하기 어렵다. 스쿨팜이 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 전문가 파견의 가치


도시농업 전문가를 각 학교에 파견하여 체계적인 계절별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것은 스쿨팜의 교육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텃밭을 만들어 놓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떤 작물을 언제 심어야 하는지,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 그리고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이런 전문 지식이 없으면 텃밭이 방치되거나 실패로 끝날 수 있다.


전문가가 파견되면 이 문제가 해결된다. 계절에 맞는 작물을 선택하고, 적절한 시기에 심으며, 올바른 방법으로 돌보는 것. 전문가의 지도 아래 이루어지는 텃밭 활동이 더 풍부한 교육 경험을 만드는 것이다.


또한 전문가가 단순히 농업 기술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농업의 가치와 의미를 함께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다. 왜 농업이 중요한지, 우리가 먹는 음식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리고 농부들의 노력이 얼마나 소중한지. 이런 이야기들이 아이들의 농업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이다.


◇ 환경 교육의 자연스러운 통로


스쿨팜이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한다는 것은 환경 교육의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다.


환경 교육은 종종 추상적이다. 지구온난화, 생태계 파괴, 그리고 자원 고갈. 이런 개념들이 아이들에게 와닿기 어렵다. 너무 크고 멀리 있는 문제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그러나 텃밭에서의 경험은 구체적이다. 흙이 건강해야 작물이 자란다는 것, 농약을 쓰지 않고도 작물을 기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음식물 쓰레기가 퇴비가 되어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는 것. 이런 구체적인 경험들이 환경의 순환을 몸으로 이해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이해가 환경 보호에 대한 자발적인 동기를 만든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환경을 보호하고 싶다는 마음. 이것이 진정한 환경 교육의 결과다.


◇ 도시농업이 도시에 주는 것


스쿨팜은 학생들을 위한 것이지만 동시에 도시농업의 가치를 확산하는 것이기도 하다.


도시농업은 단순히 도시에서 농사를 짓는 것이 아니다. 도시 환경을 개선하고, 공동체를 연결하며, 식량 안보에 기여하는 것. 그리고 도시 주민들이 자연과 연결되는 통로가 되는 것.


학교에서 스쿨팜을 경험한 아이들이 자라서 도시농업의 가치를 이해하는 어른이 된다. 베란다에 화분을 키우고, 주말농장을 찾으며, 도시 텃밭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 이것이 스쿨팜이 만드는 장기적인 변화다.


의정부시가 도시농업 사업의 일환으로 스쿨팜을 추진하는 것은 이 장기적인 시각을 가진 것이다. 지금 아이들에게 씨앗을 심는 경험을 주는 것이 미래의 도시농업 문화를 만드는 씨앗이 되는 것이다.


◇ 15개 학교가 만드는 파급 효과


15개 학교에 스쿨팜이 조성된다는 것은 단순히 15개의 텃밭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15개 학교의 학생들, 교사들, 그리고 학부모들이 스쿨팜을 경험하는 것이다.


한 학교에 수백 명의 학생이 있다면 15개 학교에서 수천 명의 학생들이 스쿨팜을 경험하게 된다. 이 학생들이 집에 돌아가 부모에게 오늘 텃밭에서 무엇을 했는지 이야기하는 것. 이것이 스쿨팜의 경험이 가정으로 확산되는 것이다.


교사들도 스쿨팜을 통해 새로운 교육 방법을 경험한다. 교실 밖에서 이루어지는 살아있는 교육. 이 경험이 교사들의 교육 방식에 영향을 미치고, 더 다양한 체험 교육으로 이어질 수 있다.


◇ 씨앗이 가르치는 것들


씨앗을 심는 아이는 기다림을 배우고, 작물을 기르는 아이는 책임을 배우며, 수확하는 아이는 성취를 배운다. 이 세 가지 배움이 스쿨팜이 아이들에게 주는 선물이다.


기다림, 책임, 그리고 성취. 이것들은 교과서로 가르치기 어려운 것들이다. 시험으로 측정할 수 없고, 성적표에 기록되지 않는 것들. 그러나 삶을 살아가는 데 가장 필요한 것들이기도 하다.


의정부시의 스쿨팜이 15개 학교의 아이들에게 이 선물을 전달하기를 바란다. 흙을 만지고, 씨앗을 심으며, 작물이 자라는 것을 지켜보는 경험. 이 경험이 아이들의 마음속에 오래 남아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다.


참여를 희망하는 학교들이 3월 13일 마감 전에 신청하여 이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학교 안에 작은 텃밭 하나가 만드는 변화가 생각보다 크고 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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