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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작되는 안전 — 하천 준설이 지키는 것

  • 양동원 기자
  • 입력 2026.03.07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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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난은 예고 없이 오지만 예방은 미리 할 수 있다

의정부 한천 준설.jpg


장마가 시작되면 뉴스에 홍수 피해 소식이 나온다. 하천이 범람하고, 저지대가 침수되며, 주민들이 대피하는 장면들. 우리는 이 장면들을 보며 안타까워하지만 곧 잊는다. 그리고 다음 해 장마가 오면 같은 장면이 반복된다.


그러나 뉴스에 나오지 않는 장면들이 있다. 장마가 오기 전 하천 바닥을 파내는 굴착기, 퇴적토를 실어 나르는 트럭, 그리고 취약 구간을 점검하는 담당자들. 이 장면들이 뉴스에 나오지 않는 이유는 재난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방이 성공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뉴스가 되지 않는다.


의정부시가 여름철 풍수해에 대비해 지방하천 준설공사를 본격 추진하는 것은 이 보이지 않는 안전을 만드는 것이다. 장마가 오기 전에 하천 바닥의 퇴적토를 제거하고 통수단면을 확보하는 것. 이것이 뉴스에 나오지 않는 안전, 재난이 일어나지 않는 여름을 만드는 것이다.


◇ 통수단면이라는 개념


통수단면. 일반 시민들에게는 낯선 용어다. 그러나 이 개념을 이해하면 왜 준설공사가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통수단면은 하천에서 물이 흐를 수 있는 단면적이다. 쉽게 말하면 하천의 물그릇 크기다. 이 물그릇이 클수록 많은 물을 담을 수 있고, 작을수록 적은 물에도 넘친다.


하천 바닥에 퇴적토가 쌓이면 물그릇이 작아진다. 원래 2미터 깊이였던 하천이 퇴적토로 인해 1미터 깊이가 되면 담을 수 있는 물의 양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이 상태에서 집중호우가 내리면 하천 수위가 급격히 상승하고 범람 위험이 커진다.


준설공사는 이 퇴적토를 제거하여 물그릇을 원래 크기로 되돌리는 것이다. 물그릇이 커지면 같은 양의 비가 내려도 하천이 감당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이것이 침수 피해를 예방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 퇴적토가 쌓이는 이유


하천 바닥에 퇴적토가 쌓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물이 흐르면서 상류에서 토사를 운반하고, 유속이 느려지는 구간에서 그 토사가 가라앉는 것이다.


특히 하류 지역과 곡선 구간에서 퇴적이 집중된다. 하류로 갈수록 경사가 완만해져 유속이 느려지고, 곡선 구간에서는 물의 흐름이 바뀌면서 토사가 쌓이기 쉽다. 의정부시가 이런 취약 구간을 중심으로 순차적인 정비를 진행하는 것은 효율적인 접근이다.


기후변화도 퇴적 문제를 악화시킨다. 집중호우가 잦아지면서 한꺼번에 많은 토사가 운반되고, 이것이 하천 바닥에 빠르게 쌓이는 것이다. 과거에는 몇 년에 한 번 준설하면 충분했던 것이 이제는 더 자주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 장마 전 완료의 중요성


의정부시가 장마철 이전에 모든 공사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준설공사는 하천 수위가 낮은 건기에 해야 한다. 물이 많이 흐르는 우기에는 공사 자체가 어렵고 위험하다. 그리고 장마가 시작되면 이미 늦다. 퇴적토가 쌓인 상태에서 집중호우를 맞으면 피해가 발생하는 것이다.


장마 전 완료라는 목표는 단순한 행정 계획이 아니라 시민 안전과 직결된 것이다. 공사가 늦어져 장마철에 미완성 상태로 있다면 그 구간은 위험에 노출된다. 행정력을 집중해 기한 내에 완료하겠다는 의지가 중요한 이유다.


◇ 선제적 예방의 경제학


준설공사에 드는 비용과 침수 피해로 인한 손실을 비교하면 예방의 경제적 가치가 명확해진다.


침수 피해는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만든다. 주택과 차량 침수, 상가 피해, 도로와 기반시설 복구 비용. 그리고 이것들보다 더 중요한 인명 피해. 이 모든 것을 합산하면 침수 피해의 비용은 준설공사 비용을 훨씬 초과한다.


예방에 1원을 쓰면 복구에 10원을 아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재난 예방의 경제학이다. 준설공사가 이 원칙의 실천이다. 지금 투자하는 준설 비용이 장마철 침수 피해를 막음으로써 훨씬 큰 비용을 절약하는 것이다.


그러나 예방의 가치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침수가 일어나지 않으면 준설공사가 효과가 있었는지 알기 어렵다. 이것이 예방 투자가 과소평가되는 이유다. 의정부시가 이 보이지 않는 가치에 투자하는 것은 장기적인 시각을 가진 행정의 모습이다.


◇ 일석이조의 효과


준설공사가 수해 예방과 함께 하천 환경 개선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낸다는 것도 중요하다.


퇴적토에는 오염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오랫동안 쌓인 퇴적토가 분해되면서 악취가 발생하고 수질이 나빠진다. 이것이 하천 주변 주민들의 생활 환경을 악화시키는 것이다.


준설공사로 퇴적토를 제거하면 악취가 사라지고 수질이 개선된다. 맑은 물이 흐르는 하천은 시민들이 즐겨 찾는 휴식 공간이 된다. 산책로를 걷고, 물가에 앉아 쉬며, 아이들이 물놀이를 즐기는 것. 이것이 하천이 시민들의 생활 공간이 되는 것이다.


수해 예방이라는 안전 기능과 환경 개선이라는 생활 기능이 함께 강화되는 것. 이것이 준설공사가 만드는 복합적인 가치다.


◇ 취약 구간 중심의 전략적 접근


하류 지역과 곡선 구간 등 퇴적토가 집중되어 물 흐름이 정체된 취약 구간을 중심으로 순차적인 정비를 진행한다는 것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전략적 접근이다.


모든 구간을 동시에 준설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예산과 장비, 그리고 인력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험도가 높은 구간을 먼저 정비하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구간은 나중에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취약 구간을 파악하는 것이 이 전략의 출발점이다. 과거 침수 피해가 발생했던 구간, 퇴적이 심한 구간, 그리고 주거 지역과 가까운 구간. 이런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정하고 집중적으로 정비하는 것이다.


◇ 시민 불편 최소화의 배려


공사 과정에서 산책로 이용객의 불편이 예상되는 만큼 현장 안전 요원 배치와 안내판 설치 등 시민 불편 최소화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것은 공사의 목적이 시민을 위한 것임을 잊지 않는 것이다.


하천 산책로는 많은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공간이다. 아침 운동을 하는 사람들, 저녁 산책을 즐기는 가족들, 그리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이들에게 공사로 인한 통제와 소음은 불편이다.


그러나 이 불편이 일시적인 것이고 그 결과가 더 안전하고 쾌적한 하천 환경이라는 것을 시민들이 이해한다면 불편을 감수할 수 있다. 안내판을 통해 공사의 목적과 기간을 알리고, 안전 요원이 이용객들을 안내하는 것. 이것이 시민들의 이해와 협조를 이끄는 방법이다.


◇ 기후변화 시대의 하천 관리


기후변화로 인해 집중호우의 빈도와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과거의 기준으로 설계된 하천 인프라가 현재의 기후 조건에서는 부족할 수 있다.


준설공사는 이 변화에 대응하는 방법 중 하나다. 그러나 준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하천 제방의 높이와 강도, 배수 시설의 용량, 그리고 홍수 예보 시스템. 이런 것들이 함께 강화되어야 기후변화 시대의 풍수해에 대응할 수 있다.


의정부시가 준설공사를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확실한 선제적 조치라고 표현한 것은 이것이 시작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기초를 탄탄히 하면서 더 종합적인 하천 관리 체계를 갖추어 나가는 것. 이것이 기후변화 시대에 필요한 방향이다.


◇ 생태하천과의 균형


준설공사가 하천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하천 바닥의 퇴적토는 수생 생물들의 서식지이기도 하다. 준설로 퇴적토를 제거하면 이 서식지가 교란될 수 있다.


의정부시 생태하천과가 이 공사를 담당한다는 것은 생태적 측면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안전을 위한 준설과 생태계 보전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 필요한 구간만 최소한으로 준설하고, 생태적으로 중요한 구간은 보전하는 것. 이것이 생태하천과가 해야 할 역할이다.


하천은 단순한 배수로가 아니다. 생태계의 일부이고, 시민들의 휴식 공간이며, 도시의 자연 자산이다. 이 다양한 가치를 함께 고려하는 하천 관리가 필요하다.


◇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


준설공사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담당자들, 현장에서 장비를 운전하는 기사들, 그리고 취약 구간을 점검하는 안전 요원들. 이들의 일은 뉴스에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의 일이 있기에 장마철 시민들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다. 침수 피해 없이 여름을 보내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 당연함 뒤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노력이 있다.


재난 예방 행정의 역설이 여기에 있다. 잘 할수록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칭찬받지 못한다. 그러나 한 번 실패하면 크게 비판받는다. 이 역설 속에서도 묵묵히 예방 업무에 집중하는 담당자들의 노력이 시민 안전을 지키는 것이다.


◇ 재난은 예고 없이 오지만


재난은 예고 없이 온다. 그러나 예방은 미리 할 수 있다. 이것이 재난 예방 행정의 본질이다.


장마가 오기 전에 하천을 준설하는 것, 태풍이 오기 전에 취약 시설을 점검하는 것, 그리고 집중호우 예보가 있을 때 대피 체계를 가동하는 것. 이런 선제적 조치들이 재난의 피해를 줄이는 것이다.


의정부시의 지방하천 준설공사가 올해 여름 의정부 시민들을 침수 피해로부터 지켜주기를 바란다. 장마가 지나고 나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이 이 공사의 성공을 의미하는 것이다. 뉴스에 나오지 않는 성공. 그것이 재난 예방 행정이 추구하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작되는 안전. 그 안전이 의정부 시민들의 여름을 지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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